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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린 Nov 09. 2023

햇살의 말씀 / 공광규

나도 이런 시를 쓰고 싶다

동해의 일출 <사진 : 김기린 >

세상에 사람과 집이 하도 많아서

하느님께서 모두 들르시기가 어려운지라

특별히 추운 겨울에는 거실 깊숙이 햇살을 넣어주시는데


베란다 화초를 반짝반짝 만지시고

난초 잎에 앉아 휘청 몸무게를 재어보시고

기어가는 쌀벌레 옆구리를 간지럼 태워 데굴데굴 구르게 하시고

의자에 걸터앉아 책상도 환하게 만지시고

컴퓨터와 펼친 책을 자상하게 훑어보시고는

연필을 쥐고 백지에 사각사각 무슨 말씀을 써보려고 하시는지라


나는 그것이 궁금하여 귀를 세우고 거실 바닥에 누웠는데

햇살도 함께 누워서 볼과 코와 이마를 만져주시는지라


아! 따뜻한 햇살의 체온 때문에

나는 거실에 누운 까닭을 잊고 한참이나 있었는데

지나고 보니 햇살이 쓰시려고 했던 말씀이 생각나는지라


"광규야, 따뜻한 사람이 되어라"




이 시의 마지막 줄을 

"기린아, 따뜻한 사람이 되어라"로 읽었다.

다른 작가님들도 그러시리라...


우연히 공광규 시인의 디카시를 읽었다.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 시 몇 편을 찾아 읽었는데,

역시 내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시집 '담장을 허물다'를 구매했다.

마음을 울리고 미소 짓게 하는 구절이

가을 단풍에 햇살이 물들듯 많았다.

그중 하나가 '햇살의 말씀'이시다.


오늘 또 다짐한다.

'나도 이런 시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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