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by 김기린


화분이 죽었다

아니, 정확히는 화초가 죽었다


아침까지 꼿꼿이 고개를 들고

베란다 창가 햇살을 받았을 텐데

퇴근해 보니 죽어 있었다


타살인지 자살인지는

아직 모른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이건 뉴스가 아니니까


살짝 열어 놓은 창틈으로

바람이 조문을 다녀 갔을 것이다

햇살도 창틈만큼 기웃거렸을 것이다

종달새가 종일 슬피 울었을 걸 생각하니

그냥 있을 수 없었다


화초를 사 왔던

골목길 꽃집에 들러

다시 화분 하나를 사면서

지난번 사간 화초가 죽었다고 부고를 전했다


꽃다발과 화환이 가득한 꽃집에서

꽃을 여기저기 꼽아데는 주인

삶과 죽음이 일상이 되었다


죽어야 사는 사람, 주인장은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다반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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