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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Aug 25. 2019

[휴직일기] 캐나다에서의 6주 캠프를 마치고

영어는 못하지만 즐겁게 놀았습니다.

캐나다에 오기 며칠 전 일이다. 둘째가 엄마에게 조심스레 캐나다 가는 게 무섭다고 했다. 영어도 못하는데 캐나다에서 자기가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졸려서, 엄마에게 떼부리며 한 이야기이긴 했지만 이런 저런 고민이 됐다. 아이에게 살짝 미안했다. 알파벳도 모르는 아이인데, 괜히 신문물을 보여주겠다고 데리고 가 무리하는건 아닌가 싶었다.


4학년 큰 애만 데리고 가야 했던 걸까? 유치원 생 둘째와 달리 큰 아이는 이곳 캠프에 대해서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영어를 잘하지도 않았다. 초등학교 4학년이지만 제대로 된 영어 문장을 구사할 줄 모르는 그런 아이였다. 물론 그게 당연한거라고 우리 부부는 생각했다. 그런 큰 아이는 왜 그렇게 이곳 캠프를 기대하고 있었던걸까? 사실 캠프에 가서 뭘 하는지도 잘 몰랐었다. 그런데 아들은 막연히 이곳에서의 생활을 기대했다. 캐나다 친구들을 사귈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고 아들은 종종 이야기 했다. 진짜 친구를 사귈 수 있을지는 나도 잘 몰랐지만 그런 기대감이 썩 나빠 보이진 않았다.


걱정을 하는 아이와 기대를 하는 아이 두 명의 아이를 데리고 이곳에 와서 캠프에 보냈다. 나 또한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아이들이 즐겁고 신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영어 때문에 고생할 것 같은 걱정, 이 두가지 감정이 동시에 들었다.


다행히 아이들에 대한 걱정은 기우였다는 사실을 캠프 첫날 오후에 알 수 있었다. 캠프를 마친 아이들은 씩씩했고, 너무 재미있었다며 신나해 했다. 그렇게  6주 동안 아이들은 매일 매일 신나게 잘 지냈다.

영어를 못한다며 엄마에게 푸념을 늘어놓던 둘째는

그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 말하지 않고 몸으로 친구들과 노는 법을 터득해 친구들을 사귀었다. 형이 맹장 수술을 해서 병원에 있는 1주일 동안에는 혼자서 씩씩하게 잘 다니기도 했다.


6주를 마치고 아이들은 내년에 또 오면 안되냐며 캠프를 너무 아쉬워했다. 도대체 무엇을 했길래 아이들은 캠프에서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던 걸까?


6주 내내 아이들은 제대로 놀았다.

지난 6주간 아이들은 매일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캠프에 참여했다. 매 시간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까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다양한 활동을 한 듯 보였다. 매주 주제에 맞는 액티비티들을 했다. 리더라 불리는 대학생들과 함께 신나게 놀기도 했다. 아이들은 축구도 하고, 피구 게임도 하고, 수영도 하며 말 그대로 신나게 놀았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노는 프로그램이 없잖아. 여기서는 하루종일 신나게 놀 수 있어 좋아"


큰 아이가 어느날 캠프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나에게 한 말이다. 아이들은 정말 이것 저것을 하며 몸으로 놀았다. 에너지가 많은 아이들에게는 최적의 프로그램이었다. 조금 안타깝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캠프는 대부분이 "공부" 위주의 캠프였다. 영어 캠프, 과학 캠프 등 캠프에는 공부가 들어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내가 모르는 진짜놀기만 하는 캠프들도 있을 수도 있겠지만, 어찌됐든 그런 놀기만 하는 캠프에 참여해본 경험이 없는 아이들에게 이번 캠프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활동량도 어마어마했다. 도시락을 설거지 할 때마다 이를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은 매일 싸주는 도시락을 깨끗이 먹어 치웠다. 넉넉히 싸줬는데도 아이들은 남기지 않고 잘 먹었다. 게다가 아이들을 데리러 가면 항상 배가 고프다며 간식을 찾기도 했다. 그만큼 아이들은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고 있었다.



리더들 덕분에 캠프가 더 재미 있었다.


캠프에는 아이들을 인솔하는 리더가 있었다. 그들은 이곳에 사는 대학생들이었다. 그리고 리더들 덕분에 아이들은 캠프를 더욱 즐겼다.

둘째 아들이 좋아하는 리더도 있었다. 에이미라는 이름의 리더였는데, 얼마나 열성적으로 아이들을 지도했는지 만날 때마다 목이 쉬어 있었다.  아들은 에이미가 이끄는 수업이 끝나고도 매번 그녀를 찾아가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대학생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아이들을 다루는 데 능숙하지 않은 면도 있겠지만 아이들은 리더들을 잘 따랐다. 딱딱한 선생님보다 훨씬 다가가기 좋았해 했다. 대학생들에게도 의미있는 활동같아 보였다. 돈도 벌고 아이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으니 1석 2조였다. 취직할 때도 이런 활동이 도움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학생들에 대한 활동비는 주정부에서 보조해준다고 한다. 캠프와 대학생 활동에 대해 주정부에서도 적극 지원하는 듯 싶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활동을 만들면 어떨까 잠시 상상해 보기도 했지만 캐나다이기에 가능한 모습이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영어 실력이 좋아진 건 아니다.


캠프가 끝날 무렵 지인 중 하나가 아이들 영어가 많이 늘었겠다며 안부 문자를 보내왔다. 으레 사람들은 캐나다에 캠프를 보내면 영어 공부를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이곳에서 영어 공부를 한 적은 없었다. 우리 아이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캠프 참여자들은 현지인이었기에 따로 영어를 가르칠 필요도 없었다. 아이들은 앞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공부는 전혀 하지 않고 매일 놀았다.


물론 그래도 영어가 난무하는 세상에 하루 종일 있다보니 어느 정도 영어에 대한 감각이 늘어 났다. 외국인과 대화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공포는 없어진 것 같기도 하다. 영어를 한 마디도 못했던 둘째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where are you from이라고 묻고 하는 걸 보면 말이다. 큰아이도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화장실도 혼자 찾아갈 수는 있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목적은 영어가 아니었다. 새로운 경험이 더 큰 목적이었다. 낯선 환경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영어 실력이 얼마나 늘었느냐는 우리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늘면 좋은거고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6주간의 캠프 활동을 마친 아이들을 보면서 참 대견했다. 가지 않겠다고 투정도 안부리고 씩씩하게 캠프에 다닌 아이들이 멋졌다. 여러모로 무리한 결정이었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에 와서 캠프에 다닌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아이들도 나도 2019년 여름은 즐거웠던 기억만 남을 것 같다. 과연 또 이곳 캠프에 올 수 있을까 싶지만 기회가 된다면 또 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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