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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Apr 07. 2020

언택트 인간관계가 아쉬운 이유

냄새 가득한 만남이 그립습니다.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최근들어 나는 새로운 버릇이 하나 생겼다. 아침 10시 반이 되면 포털에 들어가 숫자를 확인하는 게 새로 생긴 나의 버릇이다. 숫자는 다름 아닌 코로나 바이러스 신규 확진자수다. 매일 체크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늘은 47명이 늘었다고 한다. 이틀째 50명 미만이다. 물론 아직 안심하긴 이르긴 하지만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사실이다. 정부에서는 신규 확진자 수 50명 미만, 감염경로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를 5% 미만을 목표로 방역활동을 한다고 하던데 지금의 추세라면 기나긴 터널의 끝이 서서히 가까워 오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고, 다시 순식간에 퍼질 수 있다고 하기에 조심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그 사이 벚꽃도 만개하고 이제는 하나둘씩 시들어 가고 있다. 원래부터 꽃놀이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올해는 벚꽃이 피고 지는 게 더 아쉽게 느껴질 따름이다. 손에 쥐고 있을 때에는 몰랐는데, 가까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더 아쉽게 느껴지는 듯 하다.  물론 지금의 나야, 이 시국에 고생하시는 의료진 분들이나, 관계자 분들에 비하면 너무나 편하게 잘 지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랄 따름이다.


얼른 아이들도 학교에 가고, 끊었던 수영장도 다시 가고, 좋은 강연도 듣고,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싶고 그렇다.


Untact 비즈니스


코로나 바이러스때문에 새롭게 부각되는 단어가 있다. "언택트(untact)"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이 말을 처음 접한 것은 2017년 12월이었다. <트렌드코리아 2018>에서 2018년 10대 예상 트렌드 중 하나로 언택트를 언급했던 것. 접촉이 필요 없는 서비스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뜻으로 contact라는 말에 un을 붙여 만든 말이 untact다.


최근 들어 이 말이 다시 부각되는 이유는 코로나 때문이다. 전염병 때문에 사람들과의 접촉을 꺼리게 되면서 사람들과 만나지 않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언택트 산업이 크게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 하나로 원하는 물건을 받아 볼 수 있고, 집에서 운동하고 영화도 볼 수 있게 된 세상이다. 물론 기존에도 이런 언택트 관련 산업이 성장하고는 있었지만 이번 기회에 더욱 크게 성장하는 듯 하다.


사람들과 만나는 일도 예외는 아니다.  직접 만나지 않아도 직접 만나는 것 같은 상황이 코로나 덕분에 주변에서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물론 그 이면에 기술의 발전도 한 몫 하겠지만.


Untact 인간관계???


나의 인간관계와 자기계발도 언택트 기술의 혜택을 볼 수 있었다. 지난주 나는 zoom과 유튜브를 통해 네 번의 미팅을 하게 됐다. 좋아하는 성봉님의 원서 읽기 특강을 들었고, 김민식 피디님의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북토크를 들었으며, 몇몇의 프리랜서 분들과 zoom으로 한 시간동안 대화를 나눴다. 주말 아침에는 좋아하는 분의 인생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모든 강의 또는 만남은 라이브로 진행된 터라, 일반적인 동영상을 보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고 궁금한 것을 주고 받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같은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목요일 저녁 zoom으로 가볍게 만나 이야기를 나눴던 시간은 그동안의 사람갈증을 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편안하게 함께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느낌, 오랜만이라 반가웠다.


약속 장소를 찾아가는 번거로움도 덜 수 있어 좋았고, 딱히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꾸미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또한 좋았다. 지난 토요일 아침에 강의를 들을 때에는 세수도 안하고 앉아있었다. 어차피 내 얼굴이 나오지도 않을 텐데, 그냥 편하게 이야기나 듣자는 생각이었다.


세상이 참 편해서 좋구나라고 감탄했다. 기술이 좋긴 좋았다. 덕분에 지방에서도 해외에서도 강의를 듣고 미팅에 참여할 수 있었으니까. 이젠 더이상  물리적 거리가 문제가 사람들과의 관계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 우리는 같은 공간에 있었나?


언택트로 만난 사람들에게서는 “냄새 나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냄새가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다.


사람들과 만날 때마다 사람들마다의 고유한 냄새를 맡게 된다. 향수가 됐든, 빨래 세제가 됐든, 담배 냄새가 됐든, 내가 좋아하든, 내가 싫어하든 각자가 뿜어내는 고유한 냄새가 있는데 언택트한 만남은 그게 느껴지지 않았다. 인간대 인간이 만난다는 느낌이 그래서인지 덜했다. 냄새가 느껴지지 않으니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다는 느낌도 덜했다. 사람들이 뿜어내는 "기운"이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겠냐마는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언택트 기술에 후각도 전달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맡기 싫은 냄새를 맡아야 해서 더 불편할 수 있겠지만 그래야 진짜 사람을 만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으로 전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그래서 요즘 많이 느끼는 듯 하다. 


코로나가 잘 마무리되고 사람들과 만나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이야기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시끄러운 삼겹살 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며 사람냄새도 맡고 공기도 함께 느끼며 그렇게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 그것을 통해 좋은 기운을 맘껏 느껴보고 싶다. 


어서 빨리 그날이 오기만을 바랄 따름이다. 세상이 좋아져서 디지털로 많은 것이 가능하다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만남은 아날로그적인 게 더 좋은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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