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커피 마니아로 유명한데요. 그는 콜롬비아,브라질,에티오피아,과테말라 원두를 4:3:2:1로 섞은 "블렌딩" 커피를 특히 좋아하셨다고 해요. 문대통령께서 자주 갔던 서울 부암동 “클럽에스프레소”의 마은식 대표는 문 대통령 당선일에 페이스북에 축하 글을 올리며 "문블렌딩"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만들었는데요. 그가 즐겨 마시는 원두의 블렌딩 방식을 그의 성을 따서 만든 이름이 문블렌딩이라고 합니다. 그의 페이스북 포스팅 덕분에 한동안 문블렌딩이라는 말이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 회자되었다고 해요. 대통령이 즐기는 커피 블렌딩이 불티나게 팔리기도 했고요.
사실 문대통령이 좋아하는 블렌딩 방식은 특이한 형태는 아니었다고 하던데요. 커피 1세대 전문가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블렌딩이라고 하더라고요. 네가지 원두의 조합이 커피의 맛을 조화롭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라고 해요. 덕분에 저도 블렌딩에 대해 공부하게 됐는데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블렌딩 커피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볼까 합니다.
블렌딩에 대해 알아보기에 앞서 싱글 오리진 (Single origin)에 대해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싱글오리진은 말 그대로 하나의 원산지에서 나온 커피콩으로 만든 커피를 말합니다. 예가체프, 케냐AA, 블루마운틴 등의 이름으로 나오는 원두 하나만을 갖고 만든 커피가 싱글 오리진이라 할 수 있는데요. 커피콩의 향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전 포스팅 (예가체프, 케냐 AA가 뭐예요? 바로가기) 에서도 언급했듯이 커피는 원두의 생산지에 따라 맛의 특성이 다 다른데요. 싱글 오리진은 이런 커피 원산지의 특성을 오롯이 맛 볼 수 있는 커피라 할 수 있습니다.
블렌딩은 싱글오리진과 달리 여러 개의 커피 원두를 섞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맛 궁합이 잘 맞는 커피를 혼합하여 맛과 향의 시너지를 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는데요. 시초는 인도네시아의 자바커피와 에티오피아의 모카 커피를 배합해 만든 모카자바 (Moka Java)에서 비롯되었다고 해요. 아라비아 반도 남단에서만 재배되던 커피가 네덜란드인에 의해 그들의 식민지인 인도네시아 자바, 수마트라의 대단위 농장에서도 재배되기 시작했는데요. 계획적이었는지 우연에 의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이 때 자바커피와 에티오피아 커피를 섞게 되었고 이를 통해 새롭고 매력적인 맛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이로서 블렌딩이 처음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블렌딩 커피를 이용하는 첫번째 이유는 여러 조합을 통해 향미를 개선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인데요. 커피 콩을 섞음으로써 좋은 맛은 살리고 좋지 않은 것을 없앨 수 있을 텐데요. 그게 블렌딩 커피가 주는 이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맛의 밸런스를 맞추는 일인데요. 커피 콩의 성격을 고민해, 서로의 맛이 갖고 있는 장점을 살려줄 수 있는 배합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해요. 섞는 비율도 잘 맞추는 게 중요하고요.
커피 콩의 맛과 특성을 잘 이해하는 게 중요한데요. 예를 들어볼게요. 브라질 커피는 입 안에서 맛이나 향이 오래 머물 수도 있도록 잡아주는 묵직함이 강한 원두라고해요. 이런 성격 덕분에 브라질 커피는 약방의 감초처럼 다양한 블렌딩 커피에 활용된다고 해요. 앞에서 언급한 문블렌딩 커피에도 브라질 커피가 들어가죠. 브라질 커피의 특성 때문이라 할 수 있어요. 산미가 있는 커피콩이 블렌딩에 중요한 역할을 할 때도 있어요. 여름에 커피의 "산미"를 활용하면 청량감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고 하는데요. 산미가 있는 커피콩을 활용한 아이스 커피는 여름철 더위를 씻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커피 블렌딩은 고급 원두의 맛을 살리되 생산량을 늘릴 때 활용되기도 하는데요. 너무 비싼 원두는 팔기에도, 먹기에도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요. 이럴 때 다른 원두와 블렌딩함으로써 고급 원두의 맛은 살리면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커피를 생산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다양한 형태의 블렌딩 커피가 있던데요. 앞에 소개한 문블렌딩 외에도 중후하고 조화로운 맛을 위해 브라질, 예멘, 콜롬비아 커피를 블렌딩하는 경우도, 인도네시아 커피와 에티오피아 커피를 블렌딩해 과일의 신맛과 달콤한 향을 내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일부 커피 전문점에서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만든 커피 블렌딩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일명 "하우스 블렌딩"이라고 해서 파는 것들이 그것입니다. 나름 대표 커피라고 할 수 있는데요. 커피 전문점에서 팔고 있는 하우스 블렌딩에 어떤 콩이 섞여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맛을 내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커피 맛을 즐기는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그게 나와 맞는 커피 블렌딩을 찾는 방법이 될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싱글 오리진과 블렌딩 커피 중 어떤 것이 더 좋은 커피라 할 수 있을까요? 일견 하나의 원두로만 맛을 내는 싱글 오리진 커피가 더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블렌딩을 하느냐에 따라 싱글 오리진보다 훨씬 좋은 맛을 내는 경우도 많으니 말입니다. 실제로 블렌딩 커피를 선호하는 분도 있으니까요.
물론 섞는다고 다 맛있는 건 아니에요. 조화롭게 잘 맛을 내는 게 중요할텐데요. 이 때 중요한 것은 커피를 만드는 사람의 역할입니다. 똑같은 재료로 요리를 한다고 해서 모두다 요리를 잘 하는 것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라 할 수 있는데요. 누가 어떻게 만들었느냐도 블렌딩의 맛과 품질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어요.
누구나 맛있다고 해도, 특정인에게는 맛이 없는 음식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블렌딩 커피도 마찬가지인 경우가 있는데요. 기호식품인지라 개인의 기호에 따라 맛있을 수도 맛없을 수도 있어요. 그렇기에 절대적으로 무엇이 맛있느냐 없느냐를 따지기 보다는 나에게 맞느냐 안맞느냐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요. 싱글오리진이 낫냐, 블렌딩이 낫냐, 어떤 블렌딩이 맛있느냐 다 같은 이치로 보실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결국 나에게 맞는 커피 또는 블렌딩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한거죠.
하지만 중요한 포인트는 꼭 짚고 가야해요. 나에게 맞느냐 안맞느냐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게 어떤 것인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인데요. 싱글오리진이 뭔지, 블렌딩이 뭔지 그리고 어떤 원두가 쓰였는지는 알고 마시는 게 중요하다는 점이에요. 그래야 제대로 된 커피 맛을 음미할 수 있고, 나중에 이를 잘 기억할 수 있을테니 말이죠.
오늘 블렌딩 커피를 소개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인데요. 내가 마시고 있는 커피가 어떤 것인지는 알고 마시는 게 커피를 즐기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어요. 물론 이는, 커피가 뭔 맛인지도 모른채 졸음을 깨기 위한 용도로 그냥 들이켰던 제게 하는 말이기도 하고요.
저도 즐기고,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도 즐길 수 있도록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펼쳐볼게요. 아직은 초심자지만 하나하나씩 공부해 가며 중급, 고급 코스까지 도전하는 커피 학습자가 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