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말고 복직> 인터뷰 - 7. 이규현 님
<퇴사 말고 휴직>을 쓰면서 많은 분들께 휴직에 대해서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퇴사를 꿈꾸는 세상에서 휴직이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힘든 일상에서 한 번의 쉼표를 찍는 것이 충분히 필요하겠더라고요.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기업들도 휴직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봤으면 했어요. 물론 제 영향력이 미약하겠지만요.
하지만, 복직을 하고 보니 생각보다 직장인의 삶이 참 각팍하더군요. 제가 휴직하면서 잊고 지냈던 것 같더라고요. 자칫하다가는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우려가 들었어요. 쉼표를 찍으며 다짐했던 것들을 잘 간직해야겠구나 싶었습니다.
가장 힘든 건 뭐니뭐니해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일텐데요. 시간을 잘 짜 내면서, 회사원으로서의 의미와 한 개인으로서의 의미를 동시에 찾는 방법을 잘 강구해봐야겠다는 생각을 요 며칠간 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 또한 적응하기 나름이겠지만요.
그런 의미에서 <퇴사 말고 복직>이라는 인터뷰 글을 쓰면서 다양한 분들의 복직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제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복직 선배님들의 복직 후의 이야기를 들으며 휴직에서 느꼈던 것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복직 이후의 삶이 중요하겠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지난 시간에 만나뵈었던 꿈아빠님의 이야기도 그리고 꿈아빠님의 복직 이후의 관심사도 흥미로웠습니다. 제게도 큰 가르침을 주었고요. 4인 가족의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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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또 다른 복직자를 만나보려 합니다. 이 분의 휴직 이야기와 복직 후의 삶이 역시나 궁금한데요. 브런치 작가로 좋은 글을 보여주고 계신 이규현 님이 오늘 만나볼 분입니다. 이 분의 특별한 휴직과 복직 이야기를 함께 읽어보시죠.
올해 초 한 글쓰기 모임에서 그를 만났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모임에서 그는 매주 한 편씩 글을 썼고 사람들에게 공유했다. 특별한 아이를 키우는 삼십대 아빠의 솔직한 이야기가 참 좋았다. 고민을 꾹꾹 담아 정리한 그의 이야기를 보며 그를 응원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그가 휴직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미 복직을 한 상태였지만 뭔가 같은 부류의 사람을 만난 것 같아 반가웠다. 글도 좋았지만, 휴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공통분모를 만든 기분이랄까?
그가 <퇴사 말고 휴직>을 읽고 후기를 남겼고, 감사한 마음에 댓글을 달다가 만나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직장인에게 금쪽같은 점심시간이었지만, 그와 나는 광화문에서 만나 한참동안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 또한 내가 들었던 청울림의 <자기혁명캠프> 수업을 들었다는 것도 신기했다. 금융계통 종사자라는 것도 반가웠다. 이래 저래 나와 공통점이 많은 분이셨다. 그래서 그의 휴직 이야기와 복직 이야기가 궁금했다. 하나 하나 이야기를 나눴고, 서면으로 설문도 받았다. 휴직에 대한 이야기에서 안타까운 부분도 더러 있었지만, 그 때 얻은 자양분을 기반으로 지금의 삶을 잘 꾸려나가시는 부분이 좋아 보였다. 그의 글처럼 그는 유쾌하지만 옹골찼다.
Q1. 우선 자기 소개부터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보험회사에서 퇴직연금 마케팅 기획 업무를 맡고 있는 이규현이라고 합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이고요. '성실한 베짱이'라는 필명으로 브런치에 글을 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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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브런치에서 이미 유명한 작가시죠? 글도 참 잘 쓰시는데요. 금융회사에 다니시는 줄은 몰랐었네요. 그리고 반가워요. 저도 은행에서 퇴직연금 업무를 담당했었는데, 뭔가 공통점이 많은 것 같아 설레네요. 그래서 규현님의 휴직 이야기도 긍굼하고요.
어쩌다가 휴직을 하게 되셨나요?
저는 2017년 10월부터 다음해 9월까지 11개월 동안 휴직을 했었는데요. 도피에 가까운 휴직이었습니다. 당시 저와 아내는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습니다. 회사를 다니는 것과 아이를 키우는 일이 너무 힘이 들었거든요. 휴직을 해서 조금 쉬고 싶었습니다. 육아로 힘들어 하는 아내의 짐도 덜어주고 싶었습니다.
Q3. 규현님도 아내분도 상당히 지쳐있으셨던 것 같은데요. 혹시 어떤 점이 그렇게 힘드셨을까요?
저와 아내는 매우 지쳐있었습니다. 둘째가 발달 장애가 있어요. 감당할 수 없는 고난이 찾아왔고,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어요. 아내는 아내대로 발버둥치고, 저는 저대로 발버둥쳤던것같아요.
지금은 상대적으로 매우 건강하지만 아이가 어렸을 때에는 여러군데(?)가 아파서 응급실에 매달가곤했습니다. 마음 속으로 계속 되뇌었죠. 아이를 살려만 달라고 말이죠 . 그리고 아이가 조금씩 건강해졌습니다. 자라고 성숙했죠. 발달 장애가 있지만 병원에 급하게 가는 건 줄었죠. 육체적으로 힘든건 병원을 집처럼 드나들때였겠지만, 사실 더 힘든 건 이제 아이의 장애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였죠. 그때가 2015년, 16년이었어요.
아내와 많이 싸웠어요.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나도 힘들어, 로 맞섰죠. 당연히 싸우고 감정이 소모되는 거죠. 그 감정을 채울 때는 없고, 회사도 힘들고, 집도 힘들고, 술을 마셔도, 안 마셔도 힘드니까요. 아내는 더했겠죠. 계속 집에서 아이만 봐야했으니까요. 그래서 휴직을 결정했습니다. 가정에만 집중하면서 아내의 짐도 덜어주고, 저의 짐도 덜고 싶었어요.
Q4. 휴직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휴직 기간 중 가장 인상적인 경험은 바로 복직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만큼 휴직에서의 기억 중 인상적인 것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반대로 복직하고의 경험이 너무 강렬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복직을 하니 모든 것이 다시 원상복귀 되더군요. 특히 힘들다는 감정과 상황들이 말이죠. 회사 업무가 바뀌었다면 조금 달라졌을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휴직하기 전과 똑같은 일을 하게 됐거든요. 제 자리랑 볼펜까지 그대로 있어 놀랐습니다. 그러니 그냥 어딘가 잠시 여행을 갔다 돌아와 다시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예전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조금 무섭기도 했습니다.
Q5.복직을 해서 다시 예전처럼 살게될까 무섭다는 말은, 제게도 유효한 말인 것 같아요. 복직한 지 얼마 안됐지만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거든요. 그런 고민의 시간들이 어떠셨나요?
저는 조금 힘겹게 그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업무는 예전에 했던 것과 같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응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더군요. 적응하는 게 어려웠어요. 모든 게 원상복귀 되었다고 했지만 제가 휴직하며 가졌던 마음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던 것 같았어요.
휴직을 해보니 회사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휴직 전, 말로만 회사가 전부가 아니야,라고 떠들고 행동은 회사가 전부인양 했었는데요. 휴직하면서 지난 날들과 마음가짐이 확연히 달라졌더라고요. 그래서인지 회사 일을 하면 할수록 뭔가 비어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렇게 생긴 공허함을 채우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제가 하는 일들이 잡일처럼 느껴졌어요. 내가 지금 뭘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찾아오더라고요.
Q6.복직을 해서도 힘이 들었다는 부분이 솔직하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달라진 마음가짐이 일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 같습니다. 일하는 방식이 휴직 전과 좀 달라졌을까요?
다른 의미로 주인의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회사일을 하면서 내가 무언가 얻어갈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라는 것만 하는 업무에서 벗어났습니다. 스스로 일을 만들기도 하고, 주어진 일도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틀어보기도 했죠. 그래서 회사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라는 아름다운 결론이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회사 상사들에게 제가 했던 일들이 깊은 인상을 남긴 것 같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저는 충분히 만족하고 있어요. 제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일하는 방식을 바꿔가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더라고요.
어느 정도 제 스스로 결정하는 일도 많아졌어요. 잡다한 일들은 한 번에 모아서 처리하고, 30만원 이하의 손실이 나는 일이라고 생각될 경우 그냥 내가 결정해 버리고 후 보고했죠. 그래서 문제가 생기기도 했지만 잘 처리되었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앞으로도 퇴사하기 전까지는 이런 기조로 일을 해보려고 하고 있고요.
Q7.내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일을 한다는 말이 저는 참 멋지게 들립니다. 회사는 회사고 나는 나다가 아니라 그 속에서 교집합을 찾아가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런 마음가짐이 휴직을 하기 전 후 달라진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드네요. 일상에서도 달라진 부분들이 있을까요?
세세한 여러 습관들을 바꿀 수 있었어요. 남 탓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 책을 읽게 되었다는 것. 조악하나마 글을 쓰게 되었다는 것. 그로 인해 가족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 휴직 후 얻게 된 것들이었어요. 그러면서 알게 됐어요. 예전에 내가 쏟았던 관심은 관심을 쏟는 척이었다는 것을 말이죠.
이제는 제대로 관심을 쏟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그래서 매주 한편씩 글을 쓰려고 하고 있고요.
Q8.휴직을 후회하진 않으시나요? 자신의 휴직을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후회 할 수 가 없죠. 회사가 없는 생활이 뭔지, 얼마나 멋진지 알려줬으니까요. 회사가 빼앗아(?)가는 시간만 없어져도 우리가 웃는 시간이 많아지더군요. 아이와의 시간도 정말 소중했어요.
사실 큰 아이가 엄마에게 공격적이었어요. 그리고 미안해하고. 죄책감을 느끼는거죠. 비장애 형제는 기본적으로 느끼는 감정이에요. 죄책감. 관심을 받고 싶은데 관심이 장애 형제에게 쏠리니 소외감을 느끼고 화가나죠. 그럼 그런 감정을 느끼는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낍니다. 이걸 알게되는 계기가 휴직이에요.
온전히 함께 있는 시간을 많이 갖게되니 알게되고 연습하니 공감근육이 길러졌습니다. 사실 이는 아이, 아내 모두에게 해당되겠네요. 공감을 조금 더 하게되었고 연습을 많이 하게되었습니다. 지금도 하고 있고요. 휴직이 아니었으면 얻을 수 없는 것이었어요. 덕분에 후회는 커녕 휴직 전도사가 되었습니다. 인생에서 내린 결정 중 가장 영향력 있고, 가장 잘했던 결정이다라고 생각합니다
규현님을 오프라인에서 두 번 정도 뵈었다. 온라인에서 만날 때도 느꼈지만 실제로 뵈면서 그가 참 단단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이번 인터뷰를 통해 질문을 주고 받으면서 그가 단단해질 수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받아들임'이었다. 힘든 상황을 극복하려 하기 보다는 하나 둘 받아들이면서 상황을 인정하게 됐고 그래서 더 단단해진 것 같았다. 그리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자립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한 듯 싶었다.
그의 글에서도 단단함이 느껴진다. 나는 그래서 단단한 그의 글을 좋아한다. 읽을 때마다 그를 응원하게 되고, 동시에 나도 돌아보게 된다. 하지만 브런치로 그의 글을 보는 것은 뭔가 2% 부족한 느낌도 든다. 어쩔 수 없는 아날로그적인 나의 성향 때문인 걸까? 그를 책으로 만나보고 싶다. 책을 통해 그의 가족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다. 조만간 그의 책을 교보문고 매대에서 마주하길 바라며 이번 인터뷰는 그의 브런치 글로 마무리한다. 꼭 이 글을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다들 알다시피 사회는 생각보다 잔인하다. 헤겔의 말처럼 많은 장애 아동 부모가 안쪽 손잡이를 잡아 돌릴 때에만 사회는 격리를 멈출 것이다. 따가운 시선이 아닌 똑같은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다. 그저 함께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같이 살 수 있을 것이다. ('자폐아 펭수를 키우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https://brunch.co.kr/@mumaster8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