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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받는 불이익은 없나요

휴직이 뭐 죄도 아니잖아요

by 최호진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시간이 참 빠르다. 벌써 복직을 한 지 6개월이나 지났다. 복직한 첫날 사진을 찍으며 다짐을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반 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 사이 다행히 회사 일은 어느정도 적응할 수 있게 되었다. 팀에서 하는 일들에도 어느 정도 녹여들 수 있었고, 아이디어를 내며 이런 저런 일거리도 만들어 가는 중이기도 하다.

출근길 사진


회사 안팎에서의 생활에서 밸런스도 계속 유지 중이다. 업무 시간 중에 열심히 일하고, 퇴근하고 나서는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도 쉬지 않고 있고, 달리기도 꾸준히 하고 있으며 평일 저녁 사람들과 줌으로 만나 독서 모임도 하고 있다. 나름 회사원으로서 그리고 (돈 못 버는) N잡러로서 균형을 맞춰가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물론 몸이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활기차게 사는 방법을 나 스스로 잘 알고 있기에 지금의 이 시간을 즐기는 중이다.


얼마 전에는 올 초 버킷리스트 워크숍에 참여했던 분들과 1분기 회고의 시간도 가졌다. 온라인으로 지난 토요일과 화요일 두 번에 나눠서 진행했는데 사람들과 함께 연초 세웠던 버킷리스트 100개를 돌아볼 수 있었다. 내가 했던 것들을 체크하고, 하고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 속에서 내가 바라는 것들이 그 사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버킷리스트 100개를 쓰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회고해 보는 시간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덕분에 소중한 시간을 함께 사람들과 나눌 수 있어 뿌듯했다. 진짜 고객을 1월에 만났다면 지금은 그 고객을 사후관리 해주는 기분이랄까?


우연히 하게 된 인터뷰


어찌됐든 피드백 모임을 통해 나 또한 100개의 버킷리스트를 돌아볼 수 있었는데 그 중 신기한 게 하나 눈에 띄었다. 그것은 "인터뷰이가 되어보기"였는데 그것이 신기했던 것은 얼마 전 한 분으로부터 인터뷰 제의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뭔가 노력하지도 않았는데 끌어당김의 법칙이 작용했는지 좋은 계기로 인터뷰를 하게 된 것이었다. 100개의 리스트가 주는 기쁨이 이런데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우연한 계기로 그것을 달성했다는 것도 좋지만, 그것을 버킷리스트에서ㅜ확인하고 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 뜻깊었다. 100개의 리스트가 나에게 알아차림을 주었달까?



서론이 길었는데, 무튼 재미난 인터뷰를 할 수 있었고 버킷리스트 100개 덕분에 내게 인터뷰에 대해 깊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인터뷰는 휴직에 관한 것이었다. 여러 질문을 받고 그 질문들 속에서 휴직에 대한 나의 이야기와 그 속에서 아이들 육아에 관한 스토리를 전달해 드릴 수 있었다. 벌써 6개월도 더 지난 휴직 기간의 기억이 다시 새록새록 떠올랐다. 특히 아이들과 캐나다 여행을 하며 경험했던 것들이 많이 생각났는데 울컥한 감정이 올라오기도 하고,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렇게 신나게 떠들고 있는데 인터뷰어가 던진 질문 하나가 내게 훅 하고 들어왔다.


복직을 하고 나서...


"복직 하시고 나서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받은 것은 없었나요?"


복직 후 나의 회사 생활에 대한 질문이었다. 많은 분들이 휴직을 하면서 겪는 두려움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휴직을 하고 회사로 돌아갔을 때 받을 수 있는 패널티, 그것이 휴직을 선택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되는 듯 하다. 나도 그랬었고. 그래서 질문에 내가 어떻게 답을 해야 할 지를 신중하게 생각했다. 정말 중요한 질문이었으니까.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회사에서 받은 불이익은 크게 없는 듯 했다. 우선 사람들은 내 휴직의 경험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는 눈치다. 바쁘게 돌아가고 이것 저것 해결해야 할 이슈들이 많아서 그런지 내가 휴직을 했었는지 그리고 휴직을 하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그게 지금 우리 팀, 우리 부서의 직면 과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도 안됐고.


그렇다고 대화도 오가지도 않은 채 일만하는 삭막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휴직을 사람들이 신경쓰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 고맙기도 했다. 주변 동료들이.


자화자찬으로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내 노력의 몫도 크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내가 휴직했다는 꼬리표를 느끼게 하지 않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해 업무를 익히려고 노력했고 부서와 팀에서 한 사람 몫을 하기 위해 분주히 지냈다. 적어도 일적인 측면에서는 부끄럽지 않도록 하다보니 불이익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내 사생활을 위해서 여근은 안했지만.


물론, 불이익에 대한 이슈는 단 6개월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앞으로 승진이나 부서 이동 등에 뭔가 제약이 있을 수도 있다. 회사 인사 카드에 뭔가 기록이 남아 그것이 나에게 꼬리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내가 어느정도 감내하기로 했던 부분이다. 그렇기에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한 상태이다. 그래서 실제로 내게 불이익으로 다가온다 하더라도 흔들리지 않도록 마음을 잡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스스로 자기 암시를 하는 중이다. 자기암시를 하는 것은 그래도 그 상황이 오면 어쩔 수 없이 흔들리기 마련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너무 큰 욕심을 부리면 결국 화를 입기 마련이다. 휴직을 하면서 좋은 경험을 많이 했고 그 속에서 얻은 것이 많았다면 회사에서 어느 정도 잃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만 있다면야 물론 좋겠지만 그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는 지금 내가 갖고 있는 한 마리 토끼에 대해서 의미부여를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나는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는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실제로 불이익을 받는 게 전혀 없다. 설사 훗날 불이익을 받는다고 해도 불이익이 아닌 것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내가 얻은 것에 대해서만 집중한다면 그것 또한 잘 흘려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생각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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