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보단 Go!
화요일 아침, 날이 춥다는 일기예보를 봤던 터라 달리기를 하러 나가는 게 몹시 두려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고 싶었다. 겨울이라고 거르고 싶지는 않았다. 한 두 번 거르면 계속 안하게 되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전날 저녁부터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잠이 들었다. 준비라고 해서 큰 건 아니었다. 입고 갈 옷을 챙겨서 밖에다 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옷을 준비해 놓으면 어떻게든 뛰게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다음날 아침, 역시나 일어나는 게 힘들었다.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을 3년째 도전 중이지만 여전히 어렵다. 특히나 따뜻한 이불 속의 유혹을 저버리기가 힘들다. 겨울에는 더더욱.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날 챙겨 놓은 옷들 덕분에 일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곧장 옷을 갈아 입고 집을 나섰다.잠도 덜 깬 채 몸도 덜 풀린 상태로 밖을 나섰다. 그리고 아파트 현관을 나서는 순간 당황했다. 생각보다 그리 춥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우리 아파트가 바람을 막아 주는 형태로 만들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몸을 풀고 달리기를 할 수 있었다.
아파트 밖을 나서고 나서야 추위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달리기를 시작하니 생각보다 그리 춥지 않았다. 쌀쌀한 건 맞지만 그럭저럭 견딜만 했다. 물론 옷을 단단히 챙겨 입고 와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뛰기에 힘든 상황은 아니었다. 오히려 힘차게 달린 덕에 몸에 땀도 살짝 났다.
기분 좋게 달리기를 하니, 이런 저런 생각이 올라왔다. 전날 친구와 나눴던 대화도 떠올랐다. 친구는 나를 보며 항상 대리 만족을 느낀다며 더욱 더 많은 도전을 했으면 좋겠다며 응원했다. 나 또한 친구의 새로운 도전을 지지한다며 반 발짝만 선을 밟아볼 것을 조언했다. 하지만 친구는 여전히 두려워 했다. 무서운 게 많은 듯 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선을 넘는 일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주로 부정적으로.
그런데 이날 달리기를 하며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덜 춥다고 느끼면서 내가 두려워했고 무서워했던 것이 실제보다 작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그렇게 두렵다고 느끼고 무섭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자가 증식을 했던 건 아닐까 싶었다. 생각만 하면서 생각을 키운 셈이다.
하지만 한 번 내디뎌 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신을 믿진 않지만 신이 우리에게 감당할 수 있는 고통만큼만 준다는 말도 떠올랐다. 그리고 힘든 상황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이 됐든 움직이고 뭐라도 실행하는 것에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현관문만 나서면 작게라도 하나만 하면 두려움은 눈 녹듯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들었다. 사라지진 않더라도 충분히 작아질 수는 있을 것 같다.
눈 딱 감고 나가보자. 주변의 걱정에 대해서는 좋게 생각하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그냥 한 번 해보자. 뭐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가만히 앉아서 두려워하는 것보다는 좀 더 좋은 것들이 나올 것이다. 추운 날 새벽, 달리기를 마치고 즐겁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던 것처럼 생각보다 춥지 않아 감사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덕분에 겨울에도 더 달릴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처럼 말이다. 물론 내일 아침에 달릴까 말까 추울까 걱정은 또 하겠지만 그래도 한 번의 경험으로 충분히 괜찮지 않을까 싶다.
언제나 달리기는 나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그래서 감사하다. 그리고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