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생각이 많아지면 달리기가 힘들어진다

두려움보단 Go!

by 최호진


추워도 달려야죠!



화요일 아침, 날이 춥다는 일기예보를 봤던 터라 달리기를 하러 나가는 게 몹시 두려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고 싶었다. 겨울이라고 거르고 싶지는 않았다. 한 두 번 거르면 계속 안하게 되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전날 저녁부터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잠이 들었다. 준비라고 해서 큰 건 아니었다. 입고 갈 옷을 챙겨서 밖에다 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옷을 준비해 놓으면 어떻게든 뛰게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다음날 아침, 역시나 일어나는 게 힘들었다.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을 3년째 도전 중이지만 여전히 어렵다. 특히나 따뜻한 이불 속의 유혹을 저버리기가 힘들다. 겨울에는 더더욱.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날 챙겨 놓은 옷들 덕분에 일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곧장 옷을 갈아 입고 집을 나섰다.잠도 덜 깬 채 몸도 덜 풀린 상태로 밖을 나섰다. 그리고 아파트 현관을 나서는 순간 당황했다. 생각보다 그리 춥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우리 아파트가 바람을 막아 주는 형태로 만들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몸을 풀고 달리기를 할 수 있었다.



아파트 밖을 나서고 나서야 추위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달리기를 시작하니 생각보다 그리 춥지 않았다. 쌀쌀한 건 맞지만 그럭저럭 견딜만 했다. 물론 옷을 단단히 챙겨 입고 와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뛰기에 힘든 상황은 아니었다. 오히려 힘차게 달린 덕에 몸에 땀도 살짝 났다.

pathway-5812488_1920.jpg



조심스러운가요, 무서운가요?



기분 좋게 달리기를 하니, 이런 저런 생각이 올라왔다. 전날 친구와 나눴던 대화도 떠올랐다. 친구는 나를 보며 항상 대리 만족을 느낀다며 더욱 더 많은 도전을 했으면 좋겠다며 응원했다. 나 또한 친구의 새로운 도전을 지지한다며 반 발짝만 선을 밟아볼 것을 조언했다. 하지만 친구는 여전히 두려워 했다. 무서운 게 많은 듯 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선을 넘는 일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주로 부정적으로.


그런데 이날 달리기를 하며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덜 춥다고 느끼면서 내가 두려워했고 무서워했던 것이 실제보다 작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그렇게 두렵다고 느끼고 무섭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자가 증식을 했던 건 아닐까 싶었다. 생각만 하면서 생각을 키운 셈이다.


photo-1517984922331-8dbaa8ffa9c1.jpg?type=w1


하지만 한 번 내디뎌 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신을 믿진 않지만 신이 우리에게 감당할 수 있는 고통만큼만 준다는 말도 떠올랐다. 그리고 힘든 상황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이 됐든 움직이고 뭐라도 실행하는 것에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현관문만 나서면 작게라도 하나만 하면 두려움은 눈 녹듯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들었다. 사라지진 않더라도 충분히 작아질 수는 있을 것 같다.



눈 딱 감고 나가보자. 주변의 걱정에 대해서는 좋게 생각하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그냥 한 번 해보자. 뭐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가만히 앉아서 두려워하는 것보다는 좀 더 좋은 것들이 나올 것이다. 추운 날 새벽, 달리기를 마치고 즐겁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던 것처럼 생각보다 춥지 않아 감사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덕분에 겨울에도 더 달릴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처럼 말이다. 물론 내일 아침에 달릴까 말까 추울까 걱정은 또 하겠지만 그래도 한 번의 경험으로 충분히 괜찮지 않을까 싶다.



언제나 달리기는 나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그래서 감사하다. 그리고 충분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달리기도 "밀당"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