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KL, 방콕 여행기1] 사업계획보다 빠른 여행계획

2018년 7월, 2019년 4월의 비행기표를 지르다.

by 최호진

11살, 7살 두 아들과 함께한 4인 가족 여행기입니다. 에필로그를 빼고 총 20편의 글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매일은 아니어도 꾸준히 올릴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너는 사업계획보다 여행계획을 먼저 세우는 것 같다~

회사원에게 휴가가 없었다면...


2018년 여름, 2019년 봄에 갈 여행 계획을 세웠다. 주재원으로 있는 친구의 덕을 보고자, 그가 있는 쿠알라룸푸르로 2019년 여행을 떠나기러 마음 먹었다. 너무나 즐거웠던 하와이 여행의 후유증에 시달렸던 당시의 나는 다음 여행지를 빨리 물색하는 게 필요했다. 그래야 조금이나마 회사에서 "버텨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회사에서 나는 언제나 휴가를 기다리는 사람이었으니까.


남들이 휴가를 떠나려고 분주한 7월, 나는 내년도 휴가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했다. 국민카드 라이프샵(life.kbcard.com)을 뻔질나게 드나들며 항공권 가격과 노선을 알아봤다.


2019년 4월말 출발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다. 최소한의 휴가로 최대한 놀다 올 수 있는 시간을 활용해보고자 했다. 5월 1일 노동절과 5월 6일 어린이날 대체휴일까지 활용하면 나흘간의 휴가로 9박 10일의 일정도 소화가 가능했다.


사업계획보다 빠른 다음해 여행계획에, 친구는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사업계획만큼 여행계획도 내게 중요했다. 회사의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의 반은 사업계획에서 결정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내년도 여행계획은 회사의 내년도 사업계획과 같았다. 빠르고 구체적인 여행 계획은 내년도 나의 행동을 결정했다. 회사에서 어떻게 일정을 잡아야 하는지, 그리고 예산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가 여행계획을 통해 나오기도 했다.


새로운 도전


쇳불도 당김에 빼랬다고, 마음을 먹은 즉시 항공권을 구매했다. 국제선 항공으로 제일 싼 가격을 자랑하는 국민카드 라이프샵을 이용했다. UI/UX측면에선 말도 안되는 사이트지만, 일반 항공권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이용해야 하는 사이트다. 스카이스캐너나 항공사 홈페이지의 가격보다 5~10% 싸기 때문이다. 국민카드 자체 비용으로 할인하는 것이라, 일반 항공사에 비해 쌀 수 밖에 없는 구조다. 4인 가족 기준으로 10만원 넘게 비용이 차이가 날 때도 있기에 UI/UX가 구려도, 사이트에서 입력하라는 게 많아도, 이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https://lifes.kbcard.com/CXLRITRC0040.cms


항공권을 알아보다 9박 10일의 여행기간 동안 두 군데의 나라를 다녀오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기왕이면 많은 나라를 찍고오고 싶었다. 게다가 그럴 이유도 충분했다.


사실 처음부터 두 나라 여행을, 계획했던 건 아니었다.


항공권을 알아보다보니 직항 노선 비행기표가 비싼 걸 알게 됐다. 인천-쿠알라룸푸르 직항노선은 대한항공, 말레이시아항공, 에어아시아만 운영했다. 그러다보니 티켓이 조금 비쌌다. 에어아시아는 나름 싸긴 했지만, 별로 타고 싶지 않았다. 저가 항공을 꺼리는 건 아니었는데, 에어아시아는 타기가 조금 꺼려졌다. 사고가 많은 항공사란 인식이 강했나보다. 게다가 수화물 비용 합치고 기내식 따지면 가격이 그리 싼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래서 알아본 게 경유노선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비행기 타는 데에 자신 있는 아이들이었다. 모니터만 있으면 14시간 비행도 거뜬했다. 비행기 모니터를 보며 게임하고 영화보는 것을 즐기는 아이들이었으니. 우리 아이들은 비행기를 놀이터쯤으로 여기는 듯 했다.


기왕 경유노선을 탈거면 굳이 경유만 하지 말고 경유지에 며칠 머무르면 어떨까 싶었다. 그래서 더 나아가 "다구간" 예약으로 눈을 돌렸다. 갈때는 인천에서 방콕을 두 시간 정도 찍고 쿠알라룸푸르로 가는 경유노선을 택한 후, 돌아올 때는 방콕으로 가서 4박 5일 지낸 후 인천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눈에 보였다. 생각보다 가격도 쌌다. 인천-쿠알라룸푸르 왕복 비행을, 경유노선으로 알아보는 것과 다구간으로 우리 가족처럼 예약하는 것의 가격차이는 거의없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9박 10일 일정으로, 쿠알라룸푸르 5박 6일, 방콕 4박 5일 머무르는 비행기 표를 예약했다. 그것도 9월에 말이다.

총 금액은 170만원이 조금 안됐다. 국민카드 라이프샵 10% 할인을 통해 1인당 평균 40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으로 예약이 가능했다.

원래는 7월 말에 예약했는데, 국민카드에서 9월에 더 센 할인 프로모션을 오픈하는 바람에 예약을 변경할 수 밖에 없었다.

7월에 예약한 비행기표는 수수료를 내야했다. 9월 할인 프로모션으로 비용을 절약했고, 일정을 바꿔야 했기에 수수료를 감당해야 했다.




회사 일이 어떻게 될 줄 알고 휴가를 그렇게 지르냐


10개월 전쯤 비행기표를 덜컥 사고 사람들에게 나의 휴가 계획을 선포했다. 너무 먼 휴가 계획이라 사람들은 크게 반응하지도 않는다.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


혹자는 사람일이 어떻게 될줄 알고 그렇게 표를 덜컥 지르냐고 내게 물어본다. 여행을 못 가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여행을 못 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자칫하다 비행기표를 날릴 수도 있다. 꼭 날리지 않더라도 아까운 취소수수료를 내야 할 수도 있다. 회사에서 긴급한 일이 떨어졌을 때 나몰라라 하고 여행을 떠날만큼 배짱이 두둑한 것도 아니다. 실제로 새로운 프로젝트 때문에 여행을 취소한 적도 있었다. 물론 아내의 프로젝트 때문이긴 했지만, 급작스런 발령과 사이트 오픈으로 어쩔 수 없이 비행기표를 환불해야 했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여행을 못가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 아니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매번 6개월 전부터 여행을 준비하던 우리에게 비행기표 환불은 거의 없는 일이나 다름 없었다. 회사를 15년 다니면서 생긴 "통밥"이 나를 대담하게 만들기도 했다. 생각보다 급박한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으며 급한 일들도 신기하게도 휴가 일정에 맞춰서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우주가 나의 휴가를 알아서 도와주는 것이다.


급박한 일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도 하다. 일이 잘 안되면 한 달 전, 아니 하루 전이라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게 회사 일이다. 당장 내일의 상황도 예측하기 힘든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다고 휴가계획을 하루 전날 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 때문에 계획을 미루기보다는 그냥 위험을 즐기는게 나았다. 그렇게 리스크를 감수해야 싼 표를 얻을 수 있기도 했다. 대신 리스크를 감수하는 동안 여행지를 그리며, 설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2019년의 여행을 그리며 2018년 여름, 우리의 여행계획 중 가장 중요한 비행기 표를 덜컥 구매해 버렸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1. 여행기 프롤로그

https://brunch.co.kr/@tham2000/64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