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매력적인 사람으로 살아가자
창피한 이야기 하나 할까 한다. 좋아하는 후배들이 있다. 그들도 나를 좋아해준다. 참 고맙다. 후배들을 보면 대견하단 생각도 든다. 하나씩 이뤄낸 그들의 성취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한다. 하지만 저 욕망의 끝에서 후배들이 나보다 더 잘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할 때도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후배들이 나보다 더 잘나갈 것 같아 두렵기도 하다. 그런 감정을 느낄때마다 화들짝 놀란다. 그리고 나 스스로가 한심해 보인다. 경쟁하는 것을 좋아하고, 인정받는 것에 집착하는 것은 알겠지만, 좀 너무하다 싶기도 하다.
다행히, 휴직 후 이런 한심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진 않는다. 현재 상황이 즐겁기도 하거니와, 내가 가지고 있는 욕심을 많이 내려놓았기 때문인 것 같다. 다행이었다. 하지만 타고난 본성을 아예 없앨 수는 없다보다. 꼭 후배가 아니더라도 이런 저런 사람들의 이야기에 조바심이 생기는 걸 보면 말이다. 질투심이 나기도 한다. 나와 상관없는 분야의 성과들을 보면서, 저들은 저렇게 하는데, 왜 나는 이러고 있을까 아쉬워하기도 한다.
그럴때마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살고 있는 내가 불쌍해 보이기도 한다. 그냥 나 스스로에 대해 만족하며 살 순 없을까?
얼마 전 "강점혁명"이란 책을 샀다 (아직 읽지는 못했다). 책에 나온 코드를 가지고 설문조사를 했다. 나의 강점을 찾아주는 설문조사였다. 책값이 설문조사 때문에 비쌌기에 나름 돈을 들여 한 조사였다. 아까우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응답했다. 진심을 담아 나의 생각을 체크했다.
30여분 넘게 설문을 했고, 결과는 곧장 나왔다. 그렇게 나온 설문 결과였는데, 너무 슬펐다. 나의 강점이 그렇게 좋아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설문조사는 곧장 나의 강점 다섯 가지를 알려주었다. 나는 승부, 최상화, 사교성, 발상, 개별화 테마에 강점이 있다는 결과를 받았다. 가장 상위에 있는 두 개의 강점이 승부와 최상화였다. 누군가 경쟁하는 것을 즐기고, 최상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추구한다는 게 나의 강점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강점이라기 보다는 기질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기질은 내가 부정하고 싶은 나의 모습이기도 했다. 물론 경쟁에서 이기는 것도 좋지만, 그것에 집착하는 나였기에 거부하고 싶었다.
"어쩌면 설문조사가 잘못 되었을지도 모른다"라며 애써 외면하고 싶었다.
나의 강점을 찾기 위한 설문은 "3050 터닝포인트 스쿨"워크샵 참석을 위해 실시한 것이었다. 이번 워크샵은 새로운 출발을 위해 인생의 하프타임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미래를 설계해보고자 만들어졌다. 자신의 욕망, 강점 그리고 경험을 기반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취지였는데, 설문조사는 자신을 알아가는 과제의 하나였다. 구본형 선생님의 제자이신 터닝포인트 경영연구소 오병곤 소장님께서 진행하신 워크숍이기도 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워크샵 멤버들에게 나의 불만을 토로했다. 경쟁이라는 것이 강점일 수 없다고 이야길 했다. 그리고 나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야 하나? 그리고 그곳에서 경쟁을 즐겨야 하나? 이미 휴직하고 많이 내려놓았는데...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오병곤 소장님은 경쟁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려주셨다. 강점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며 강점으로 작용할 수도,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생각한대로 보면 약점일 수 있지만 경쟁의 방향을 바꿔보면 충분히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타인과의 싸움에서 벗어나 어제의 나와 경쟁한다는 마음을 가져보라고 그리고 매일 어제의 나와 경쟁하여 이긴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보라고 이야기 해주셨다. 불현듯 구본형 선생님의 "변화 경영연구소"의 슬로건이 생각났다.
"우리는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습니다"
많이 들어온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이날은 좀 색다르게 들렸다. 그동안 구본형 선생님의 책을 읽어왔던 나였고, 강점을 제대로 들여다본 후였던지라, 나의 강점을 인정하고 새로운 방법의 경쟁을 도모하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들었다. 충분히 긍정적 에너지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나의 마음이 뻥 뚫린 것은 아니었다. 하루 아침에 나를 바꿔갈 수 있기에는 그동안 나는 경쟁에 너무 익숙해진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터닝포인트 워크샵이 끝나고 며칠 뒤, 충주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지리산 포도 단식원에서 맺어준 또다른 인연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굳이 왕복 다섯시간이나 걸리는 충주까지 가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막연했지만 다섯시간을 상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 같다.
지리산 단식원 사모님의 소개로 만난 선생님을 뵙고, 밥도 먹고, 산책도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나의 감정을 다스리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속에서 타인과의 경쟁을 초연하게 받아들이며, 타인을 신경쓰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선생님은 나의 감정에 솔직하라고 이야기 하셨다. 감정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또 다른 감정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설명하셨다. 경쟁심이 발동하고 질투심이 발생하면 그냥 그것을 그대로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다. 괜히 그런 감정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거나 자기를 비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감정이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감정은 억누른다고 해서 나타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억누르면 억누를 수록 더 나타나는 것이 감정이다. 그렇기에 마음속에 일어나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
선생님은 그렇게 감정을 자연스럽게 인정한 후 한단계 뒤로 물러서 감정을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우선 심호흡을 세 번 하라고 말씀 주셨다. 심호흡은 나의 감정을 잠깐 멈추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스스로의 감정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그러면서 감정에 대해 인정하고 감정이 일어났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 내가 질투심을 느끼고 있구나, 아, 내가 조바심을 느끼고 있구나"
이 정도 수준으로 끝내는 것이다. 그러면 오히려 감정이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부정적 감정을 넘겨버릴 수 있다고 하셨다.
우연의 연속이었을까? 책에서 비슷한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 팀 페리스의 <마흔이 되기 전에>에서는 마음챙김(mindfulness)을 설명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우리는 아침에 깨어나 밤에 잠들기 전까지 자신과 수많은 대화를 나누고 생각속에서 길을 잃는다. 왜 길을 잃는가? 마음의 재잘거림은 우리가 인식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뭔가를 유혹하는 마음이 건네는 말에 계속 끌리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과 쉬지 않고 대화를 나누며 길을 잃는다.
길을 잃지 않으려면, 모든 생각과 마음의 소리가 그저 왔다가 다시 사라지는 의식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러면 끊임없이 내면에 속삭여지는 주문을 깨뜨릴 수 있다.
나를 유혹하는 말에 이끌려서 움직이면 안된다. 그저 왔다가 사라지는 감정으로 지나가게 만들어야 한다. 그게 나의 마음을 챙기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
나 자신에 집중하고 어제의 나와 경쟁하는 것의 시작은 여기에 있었다. 결국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나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그것을 한단계 뒤에서 바라보는 것, 그리고 그 감정이 알아서 잘 지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
"군자는 조화를 이루되
부화뇌동하지 않으며
소인은 부화뇌동하되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논어 자로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남들의 상황에 쉽게 휩쓸리지 않는 것, 그리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감정에 휩쓸려 부화뇌동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며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감정에 휩싸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게 어제의 나와 경쟁하는 것에 시작이 아닐까 싶었다. 우연히 접한 워크샵, 그리고 충주까지 달려가 들은 이야기, 그리고 때마침 찾아와준 책의 한 구절 덕분에 조금은 나에 집중할 수 있는 그리고 나의 강점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았다.
나는 스스로에게 매력적인 사람으로, 어제의 나와 경쟁하여 성취하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된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에 집중하기 위해 휴직 기간 나는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