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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가을 Sep 23. 2021

어떤 사람이 좋은 글을 쓸까?


'어떤 사람이 좋은 글을 쓸까?'


좋은 글은 나를 내려놓고 비웠을 때부터 나오기 시작한다. 내려놓고 비울 줄 아는 사람이 좋을 글을 쓴다.

골프와 수영 배울 때 '힘 빼기'를 중요시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무슨 일이든 잘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힘을 빼야 한다.

멋지고 잘난 사람으로 보이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비울 것은 비우고 채울 것은 채워야 한다. 나를 비우면 그 공간을 외부 에너지로 채다. 자기 세계에 갇혀 있으면 열린 사고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푸코는 말한다. "알아야만 하는 것은 제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호기심이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호기심."  

내려놓고 비울수록 자기 한계에서 벗어나 자기 세계를 확장시킬 수 있다. 나의 크기가 곧 글의 깊이를 결정한다. 개인적 경험 세계를 뛰어넘으면 생각의 범위는 넓어진다. 내 안에 다양한 목소리가 머무르고 거주해야 한다.


정신을 자기 자신에게 한정시키지 않는 법은 사람과 사물에 대해 관심과 공감이다. 최고의 공감은 '입장의 동일함'이다.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벗어나 사람(혹은 사물)이 처한 시간과 공간 속으로 들어간다.


나와 다른 사람(혹은 사물)에게 자신을 투영시켜본다. 예를 들어 내 앞에 무궁화가 있다면 무궁화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무궁화는 햇빛과 바람을 어떻게 느낄지, 물이 닿으면 어떤 감촉을 느낄지 상상한다. 공감은 창조성의 원천이 된다.   


글쓰기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내 지식과 교양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다. 세상과 타인에 대한 애정과 공감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한 명이라도 내 글을 읽고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면 글쓰기의 본질을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잘 쓸려는 욕구와 멋지게 쓰려는 강박을 내려놓고, 독자에게 좋은 것을 나누겠다는 마음으로 써야 한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탈중심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강원국 작가는 "나만 보지 않고 중심만 좇지 말고 주변과 타인을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에 대한 세상을 향한 관심과 사랑이다.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가까이 보면 아름답다. 사랑하게 된다. 들여다보면 그곳에 어마어마한 우주가 있다. 이를 위해 나를 중심에 두고 세상을 보지 않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좋은 인생도 나를 내려놓고 비웠을 때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내가 중심이고 전부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음으로써 행복함을 느낀 적이 많았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 의지를 갖고 열정을 불태우는 것도 삶에서 중요하지만 '버리고 포기할 줄 아는 용기'와 '삶의 흐름에 내맡기는 지혜'도 필요하다.  전혀 다른 두 가지 자세가 조화로울수록 좋은 삶을 이룬다.


열심히 해도 잘 안 될때 '내가 억지로 하려고 애쓰고 있구나. 바라고 기대하는 마음을 버리자. 모든 일은 스스로 일어난다는 믿음을 갖자'라고 다짐한다. 성공과 행복을 추구할수록 더 소중한 가치를 놓치는 기분이었다. '내가 쥘 수 없는 것을 쥐려 하면서 스스로를 소진시키고 있구나'라고 느꼈다.

진정한 행복은 큰 노력과 의지력을 통해 얻는 게 아니라 이미 주어진 것에서 발견하는 행위다. 강을 건너는 방법도 있지만 건너지 않는 방법도 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도 충만한 만족감을 느낄 줄 아는 자세도 필요하다.


결과가 걱정되거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클 때, 나는 노자의 도덕경 "위무위(爲無爲)"라는 구절을 떠올린다. 애씀이 없이 해야 한다는 뜻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목표 달성과 연결할지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다. 삶이 나보다 훨씬 더 잘 안다. 내가 할 일은 매 순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내맡기는 것이다. 삶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나은 계획과 최상의 길로 나를 이끌어주고 있다.


글을 쓰기 전 나를 내려놓고 비우는 작업부터 시작해보자. 지나친 욕심과 허영심을 걷어내자. "최고의 완성은 마치 미완성인듯하다. 가장 완전한 것은 마치 이지러진 것 같다. 가득 찬 것은 마치 비어 있는 듯하다. 가장 곧은 것은 마치 굽은 듯하다. 가장 뛰어난 기교는 마치 서툰 듯하며, 가장 잘하는 말은 마치 더듬는 듯하다." 노자의 말이다. 비어있는 듯한 느낌이 진정한 완성일지도 모른다. 나를 비울수록 글은 더 좋은 것들로 채워진다.


내면을 들여다보면 어떤 존재도 없다. 마음의 실체도, 나도, 우리가 식별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없다. 단지 의식, 비어있는 열린 의식만이 있다. 우리의 경험에는 중심도 없고 가장자리도 없다.
우리가 다시 자신을 생각에 연결시키거나 욕구하는 감각들이나 느낌들을 쫓지 않는다면 우리가 서있을 어떤 견고한 바닥은 없다.
많은 소리, 감각, 이미지 등이 있을 수 있지만 붙잡을 것은 아무것도 없고 그것들을 조종하는 장막 뒤의 나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바로 아는 것이 ’ 최고의 앎‘이다._법륜스님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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