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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고기는 고마웠어 Nov 27. 2018

[공사 시작 30일째] 겨울을 위한 맥주 메뉴

- 11년차 회사원 술가게 창업기 (2018. 11. 15.) 

술가게 두 예비 주인장들의 오늘의 대화 주제는 맥주 메뉴 선정이다. 앞서서 소개한 우현 오빠의 추천 리스트를 토대로, 삭제할 것과 추가할 것을 의논하는 자리.


“수입 맥주들은 정말 종류가 다양하네. 맘 같아서는 한 100가지 갖추면 좋겠지만 그럴 순 없자나. 개수는 적어도 가급적 넓은 취향을 커버하려면, 맥주 종류를 구분할 수 있는 큰 카테고리가 필요한 거 같아.”


“언니 말에 완전 동의. 구글신 말씀으로는, 맥주는 일단 시원한 맛의 ‘라거’ 계열과 구수한 맛의 ‘에일’ 계열로 크게 구별된대. 그리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세부 항목만도 수 십개가 훌쩍 넘는대.” 


“라거/ 에일 DNA로 맥주를 구별하는 건 들어본 적 있어. 그런데 나한텐 좀 어렵게 느껴지더라. 잘 와 닿지도 않고. 차라리 맛의 특징으로 구별하면 어떨까?”

“오, 좋은 생각이다. 천잰데?”


조금은 때이른 캐롤이 흘러나오는 카페에서, 나는 무지방 카페 라떼를, 태희 언니는 탄산수를 연료 삼아 맥주 관련 검색에 매진한다. 


“언니, Greg Engert라는 미국 사람이 맛의 특징으로 맥주를 구별한 글이 있는데, 지금까지 찾아본 것 중에서 이제 제일 좋아 보여. 평가도 좋고.”


Greg Engert는 소위 ‘맥주 소믈리에’로 활동하는 미국 사람으로, 아버지가 아들의 취향 발전을 염원하며 어렸을때부터 마이크로 브루어리를 데리고 다니셨다고 한다. 다시 한번 확인되는 조기 교육의 중요성…! 


Greg Engert는 “the Splendid Table”이라는 잡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다음과 같은 7가지 종류의 맛으로 맥주를 구별하였다. 


(1)   상쾌한 맛(crisp)

(2)   호프 향(hop)

(3)   몰트 향(malt)

(4)   로스트 향(roast)

(5)   훈제 향(smoke)

(6)   과일&향료 향(fruit & spicy)

(7)   시큼하고 쿰쿰한(tart & funky)


매우 널리 사랑 받는 밀맥주, 페일라거, 필스너 등은 이 중에서 ‘상쾌한 맛’에 포함된다. 


“아무래도 맥주는 시원한 맛이니까. 상쾌한 맛의 맥주를 많이 들여놔야겠지?”


“그치, 첫 잔에 속이 뚫리는 그 맛이지. 그렇긴 한데 지금은 겨울이니까 진한 맛의 비중이 좀 있어도 괜찮을 것 같애. 그리고 내년에 여름이 될수록 상쾌한 맛을 더 추가하는 건 어떨까.”


“좋은 생각이야. 나도 여름에는 칭따오가, 겨울이면 흑맥주가 좀 더 좋더라.”


맥주의 유명세, 주인장들의 취향 그리고 가격이라는 고려 사항을 종합하여, 잠정적으로 아래와 같이 맥주 리스트 초기 후보를 세웠다. 


(1)   상쾌한 맛 

1664 블랑, 호가든, 바이엔슈테판 헤페(이상 밀맥주), 사무엘 아담스 (비엔나 라거), 칭따오, 기린 (페일라거), 필스너 우르겔 (필스너)

(2)   호프 향 

인디카 IPA

(3)   몰트 향 

두벨 (Duvel)

(4)   로스트 향 

기네스 (Guinness)

(5)   스모크 향 

슈렝케를라 (Schlenkerla)

(6)   과일 & 향료 향 

레페 브라운 (Leffe Brown)

(7)   시큼하고 쿰쿰한 향 

리프만스 프루테제 (Liefmans fruitess)


“은하야 근데 시큼하고 쿰쿰한 향이란게 뭘까?”

“자연 발효를 시킨, 와인 같은 풍미의 맥주래.”

“이건 마셔봐야겠는데?”

“이것만? 다 마셔봐야 하는거 아냐?”

“야 좋은 생각이다. 종류가 많으니까 몇 명 불러서 다 같이 시음회 한번 할까?”

“아이구 언니… 이렇게 총명할데가 ㅋ”


항상 젯밥에 관심이 더 많은 두 사장은, 시음회 구상에 열을 올리기 시작하였다. 네 다섯명에서 출발한 시음회는 맥주 각 종류별로 한 박스씩은 필요 할 것 같은 규모로 점점 커지고, 시음회의 준비 시음을 위하여 오늘의 회의는 이제 곧 카페를 떠나 맥주집으로 이어질 태세이다. 


[태희&은하와 같은 자영업 예비 창업자를 위한 팁(tip) 공유]

- 주류 도매상에 품목 리스트를 요청하면, 품목만 준 뒤에 품목을 고르면 견적을 준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단가표는 꼭 필요하고 유용하므로, 적극적으로 요청하자. 

- 주류 도매상에서는 음료냉장고, 제빙기, 전용잔 등 여러가지 유용한 도움을 제안하는데, 그 반대 급부로 계약 기간 및 고정된 초도 물량을 요구하기도 한다. 조건에 대해서 충분히 의논하는 것이 필요해보인다. 


[공사 진행 상황 -- 형체를 갖추어 가는 야외 바, 언제 보아도 재미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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