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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초상화

가족

by 여름


야속한 세월에

움푹 패인 주름처럼

보이지 않는 끈으로

깊이 연결된 우리들


서로의 눈을 닮아가

한 곳을 바라보며

웃음 짓는 얼굴들


가늘게 주름진 두 손은

뽀오얀 아이의 손 위에

투박하게 얹어져


젊었던 한때

화려했던 날들을

고이 접어 쥐어준다


그 순간 그 모습

잊지 않으려

또한 잊혀지지 않으려


깜빡이는 조명을 향해

다시 한껏 웃어본다

서글픔을 감춘 채로





지난 일요일,

친청 식구 삼대가 모여 마침내 가족사진을 찍었다.

오랫동안 부모님이 바라오던 일이 비로소 이뤄진 순간이었다.


적당한 스튜디오를 물색해 시간을 정하고 모이기만 하면 되는 일이

왜 그렇게도 더디고 오래 걸렸는지 모르겠다.


아마 언니도 나도 알고 있었으리라.

부모님이 영정 사진을 염두에 두고 계시다는 사실을.

그래서 자꾸만 차일피일 미루고 싶었으리라.


부모님은

나날이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남기고 싶으셨을 테고,

손주들과의 추억을 사진 속에 고이 담고 싶으셨을 것이다.


언니도 셋, 나도 셋.

우리 부모님은 손주 부자다.

부모님이 영정 시진을 찍을 때,

가만히 눈물을 훔치는 손녀도 있었고,

조금이라도 웃게 해 드리려고 재롱을 부리는 손녀도 있었다.


온 가족이 모여 찍은 사진 속에서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지만,

그 웃음 뒤에는

말로 다 할 형언할 수 없는 서늘한 슬픔이

겹겹이 깃들어 있었다.


온 가족이 환하게 웃는 그 순간,

나는 그 웃음 속에 켜켜이 쌓인 시간을 느꼈다.

두 분이 아직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아주 오랜 뒤 언젠가 이 사진을 다시 마주하게 될 날을 떠올리면

이유를 알 수 없는 쓸쓸함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래도 결국,

이 날을 마음 한켠에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우리가 함께였다는 이 작은 증거를.

조금 서툴고 슬펐지만 분명 따뜻했던 이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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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