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머무는 자리

자연

by 여름

칠흑 같은 어둠 속

은은하게 퍼지는

달빛이 좋다


화려하진 않아도

수수하게 빛나는

그 모습이 좋다


날마다 모습을 바꾸어도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결연함이 좋다


조용히 마음 한켠에 내려앉아

시린 마음

따스히 비추어주는


달빛,

그 달빛이 참 좋다






며칠 전, 올해의 마지막 슈퍼문이 떴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듣고 두꺼운 옷을 겹겹이 껴입고 집을 나섰다.

마침 첫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어 마치 동화 속 세상에 온 듯했다.

그 하얀 세상에 유난히 빛나던 달빛.

세상 모든 소리가 잠시 멎고

달빛 하나만이 느릿하게 나를 비추는 순간

그 묵묵한 위로가 더없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의 삶에 잠시 머무는 달빛 같은 존재이면 충분한 건 아닐까.

크게 드러나지 않아도, 반짝이는 이름을 갖지 않아도,

그저 한 사람의 마음에

조용히 내려앉아 흔적을 남길 수 있다면.

그렇게 잠시나마 내 마음에도 한 줄기 빛이 내려앉았다.

비록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그 순간만큼은 참 따뜻해서,

나는 그 온기를 오래도록 품은 채 걷고 싶었다.

달이 매번 모양을 바꾸듯

우리도 저마다의 결핍과 회복을 반복하며

조용히 삶을 이어가겠지.

그 밤의 달빛처럼

내 안에 스며든 온기가

한동안은 길을 밝히는 작은 빛이 되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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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