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커피는 마시지 말았어야 했다. 만날 마시는 믹스커피도 아니고 하필 아메리카노를 말이다. 신선한 회초밥과 각종 튀김, 이 세상 모든 디저트가 준비되어 있는 듯한 올해 첫 회식자리는 훌륭했다. 공식 모임 두 시간에 두 시간을 더 떠들었는데도 배가 꺼지질 않는다. 아이스크림은 무리였다. 깔끔한 마무리를 원한 나에게 선택지가 적었다. 아 참을걸.
역시, 집에 오는 길 똥방귀가 나온다. 엄마는 냄새 없이 요란한 방귀를 뀐다. 자기 방귀 소리에 놀라 전쟁이 난 줄 알고 자다가 깬 적이 있다. 아빠는 소리 없이 진한 향기를 뿜는다. 소리가 과한 것도 거북하거늘 엄마는 늘 아빠가 방귀를 뀌면 '꾸엑' 거리며 헛구역질을 해댔다. 오버다. 방귀도 유전인지 나는 아빠를 닮았다.
늦어도 11시 전에는 자야 한다. 자려고 하지 않아도 밤 10시만 되면 눈이 풀리고 하품으로 호흡을 한다. 산소를 들이켤 때마다 턱이 가슴에 닿을 지경이다. 눈꺼풀은 빗물도 고일만큼 깊이 파인다. 일명 사쁨스키, 서양의 여성으로 변신하는 시간이다.
오늘은 글렀다. 11시 반이 되어도 잠이 안 온다. 마흔쯤 내 몸에 카페인이 작용하기 시작했고 오늘도 어김이 없다. 게다가 그러면 안 되는데,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 그래 버렸다. 그 강을 건너도 뭐라 할 사람이 없는 관계로 잠금해제. 카페인과 도파민의 콜라보, 시간이 흐를수록 정신이 또렷해진다. 그 정점은 자연의 부름이었다. 깊고 고요한 시간, 은밀히 거사를 치렀다.
어느새 0시 30분. '그래 오늘은 푹 자자.' 석 달만에 미모를 포기하고 내일도 감당해야 할 나의 업을 위해 어거지로 눈을 감았다.
아, 이 죽일 놈의 카페인. 하마터면 쌀 뻔했다. 4시간 만에 또 같은 자리. 시원하게 비워내고 다시 누웠는데 잠이 오질 않는다. 새벽 5시 반. 30분을 더 뭉개봤지만 방법이 없다. 결국 몸을 일으킨다. 포기되지 않는 미모, 오늘 또 성공했다.
나의 미모.
나의 시간.
나의 세계.
아름다운 기적의 시간, 나의 아침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