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미모를 소개합니다

by 손사쁨

알람이 울리기 전 눈을 뜬다. 내 의지와 상관 없다. 프로그램이 장착된 듯 저절로 뜨인다. 하루의 시작을 타임스탬프로 남기고, 밴드에 인증샷을 올린다. 미모에도 동지가 필요하다. 나의 미모를 지켜주는 이, 내가 아닌 그들이다. 지난 겨울 방학 두 명의 아이들이 함께 했고, 지금은 열 다섯명이 되었다. 깨어난 아이들이 6시부터 지익, 지익 소식을 알려온다.


침대 옆에 앉아 기도를 드린다. 벽에 기대고 싶지만 차갑다. 빈약한 코어에 힘을 주고 허리를 곧추 세운다. 아무 생각 없이 시작하는 기도인데 눈물 없이 끝나는 날이 거의 없다. 인간의 애착 유형은 신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던데 그래서 그럴까. 기도를 좀 질척거리게 하는 면이 있다.


눈물을 닦고 거실로 나와 타이머를 맞춘다. 시작은 30초였다. 30초에서 45초, 45초에서 1분. 3월의 학교는 잔인하다. 눈의 실핏줄이 터지거나 입술이 터지거나 식욕이 터지거나. 올해는 식욕에 당첨됐다. 저녁을 두끼 먹듯 했더니 3주도 안되어 2킬로가 불었다. 어쩔 수 없이 운동시간을 두 배로 늘렸다. 나의 유일한 운동시간 1분에 2를 곱하니 2분. '절대 힘들게 하지 않기'가 나와의 약속이다. 되는데까지 하다 말아버릴 생각이었는데 내가? 플랭크를? 2분이나? 뭐야. 되잖아. 말도 안 돼. 거짓말.


120초의 플랭크는 몸을 후끈 달아오르게 한다. 남편은 해주지 못하는 것, 땀이 습기처럼 배어나온 느낌이 황홀하다. 몸을 돌려 소파를 마주보고 다리를 찢어준다. 간신히 90도를 넘길까 말까 하는데도 왼쪽 허벅다리 안쪽에서 지지직 잡음이 들린다. 육포인가. 늙어가는 육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두렵다. 몸을 앞으로 기울여 눌러주고, 오른 팔을 위로 뻗어 왼쪽으로, 왼팔을 위로 뻗어 오른쪽으로 활처럼 휘어보지만 마음만 발레리나, 모양새는 비루하다.


물도 달아오른다. 포트를 50도에 맞추어 놓으면 전기가 물을 자글자글 볶아댄다. 유산균 한 포를 때려넣고 성경책을 가져와 물을 따른다. 미지근한 물을 마시며 성경을 읽는데 딱 16분. 역시 타이머를 맞춘다. 루틴을 만드는 생활에 타이머는 필수이다. 그 매력이 상당하다.


드디어 글쓰기 시간이다. 사랑스럽고도 고독한 시간, 어겨도 그만이지만 반드시 지켜내고자 하는 나와의 약속, 나의 원씽. 7시가 되어서야 시작되는 이 시간 쫄린다. 타짜의 고니는 쫄리면 뒤지라 했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출근 준비도 되어 있지 않고, 아이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그 쫓기는 마음이 나의 힘이다.


아침 일정의 끝은 아이의 기상이다. 아이가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노트북을 덮는다. 저장이 되었는지 어쩐지 상관하지 않는다. 아이의 하루가 시작되기 전까지 온통 내 시간이었던 기쁨으로 아쉬움을 쫓아낸다.


고작 6시. 미라클 모닝 아니고 그냥 모닝이랬다. 상관 없다. 게다가 별것도 없다. 그래도 나에게는 미라클. 변화가 명징하다. 그럼 됐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아주 작은 시작의 힘을 믿는다. 이상하게 믿어진다.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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