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분홍 구두 Oct 17. 2018

자기 종교 믿는 사람은 다 착하다는 사람

            

  이사 오기 전에 살던 곳에는 미용실이 한 군데밖에 없었다. 좀 허름한 곳이 한 곳 더 있긴 했지만 왠지 그곳에는 마음이 가지를 않아 늘 한 군데만 갔으니 결과적으로 한 군데밖에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이 오지랖이 넓어 말이 좀 많은 게 거슬리긴 했지만 딱히 다른 데 갈 데도 없고 머리 만지는 것도 나쁘지 않았기에 늘 그곳을 이용하였다.    


  가끔씩은 ‘다시는 오나 봐라.’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기도 했는데 그것은 상대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떠드는 미용실 주인의 오지랖 때문이었다. 그는 독실한(내가 볼 때는 거의 광신적이었지만) 개신교 신자였는데 문제는 미용실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상대로 도를 넘는 전교를 하는 것이었다. 거창하게 종교적 자유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믿고 싶은 종교를 믿을 수 있다. 또한 믿지 않고 살 수도 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믿는 종교만 종교고 그 외의 다른 종교는 모두 이단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개신교를 믿고 나서부터 아프던 몸이 나았으며 아이들도 무탈하게 잘 자라주었고 남편 사업도 잘 되더라는 말을 주로 떠들었다. 그러니 어떻게 좋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마지막은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함께 나가기를 권유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는 것이 정해진 순서였다. 결코 듣고 싶은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그것까지도 좋다. 딴에는 남 잘되라고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니 좋게 생각하고 들으면 참을 수 있다. 그런데 종종 도를 넘어 기분을 상하게 하는 문제였다.     

 

  한 번은 미용실에 모인 서너 명의 손님들이 특정한 사람의 평소 잘못한 부분을 이야기하며 험담 아닌 험담을 하게 되었다(동네가 적다 보니 웬만한 사람들은 서로 알고 지냈다). 물론 본인이 없는 곳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듣고 보니 그만한 사연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 대뜸 미용실 주인이 끼어며 말했다.     

 

  “어머, 그 사람 그런 사람 아니에요. 그 사람 교회 다니는 사람이에요.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나쁜 짓이나 도리에 어긋난 행동은 안 해요.”    





  듣기에 따라 은근 기분 나쁜 말 아닌가. 사실 은근히 기분이 나빴다. 아니 그럼, 교회 다니지 않는 사람들 즉, 불교나 가톨릭, 천도교나 여타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만 나쁜 짓하고 도리에 어긋난 행동을 한다는 말인가. 또한 특정한 종교를 갖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그렇다는 말인가. 아무리 자신이 믿고 있는 종교가 좋다고 생각할지라도 다른 사람의 입장을 존중한다면 그런 말은 할 수가 없다. 세상에는 다양한 종교가 있고 그런 다양한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런 사람들을 한꺼번에 매도해 버리는 언사는 잘못하면 사회적 불협화음을 조장할 수도 있다.    


  한 사람의 개신교 신자를 옹호하기 위해 다른 사람까지 싸잡아서(그 자리에 있던 나까지 포함하여) 나쁜 사람이거나 나쁜 일을 저지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사람으로 매도해 버리는 것에는 정말 뭐라고 쏘아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 보았자 그 사람 귀에는 소귀에 경 읽기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에 말해보았자 본전도 못 뽑을뿐더러 설교(?)만 길어지고 장황해질 것이 빤한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고깝더라도 입을 열지 않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가장 상대하기 힘든 사람은 완벽한 논리로 무장한 사람도 아니고 해박한 지식으로 단련된 사람도 아니다. 막무가내로 덤비는 사람이다.    


  문화평론가 정지우는 ‘삶이란 실패한 계획이자, 부서진 잔해이고, 비합리적이면서도 불완전한 여정이다.’라고 했다. 종교를 빙자하여 사기를 치는 소수의 종교와 관계자들을 제외한, 그 어떤 종교도 선을 지향하지 않는 종교는 없을 것이다.  종교를 믿는 사람들 역시 그런 종교의 본질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종교가 고귀하듯 다른 사람의 종교 역시 소중하다.


이전 06화 저만 바쁘다고 끼어들기 하다 망신당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