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빼고 다 스페인어!
콜롬비아를 도착하자마자 마냥 모든 게 다 신기하고, 내가 장기 여행을 시작했다는 것도 너무 설레고 지난 3개월 동안 미친 듯이 일해서 목표를 달성했다는 희열에 신나게 여행을 했다.
그렇게 콜롬비아 보고타와 메데진에서 2주가량을 보내는데 언어적인 부분에서 갈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짧은 스페인어로
"¿Dónde está el baño?"
"화장실이 어디 있나요?"
물어봐도 돌아오는 건 엄청난 폭풍 스피드의 스페인어 답변인데. 질문을 할 줄 알면 뭐하나. 답을 이해 못하는데. 그리고 특이한 건 다른 나라 같은 경우에는 특히 한국은, 내가 외국인인걸 알면, 천천히 답변을 해주시거나 말과 바디 랭귀지로 친절하게 얘기해주는데 남미는 얄짤 없다. 마치 다를 스파르타식으로 어떻게든 내가 스페인어를 더 많이 더 빨리 배우게 해 주시려는 깊은 뜻이 있는 거 같았다.
남미 여행의 매력은 브라질 빼고 모든 나라들이 스페인어를 쓴다는 거에 있는 거 같다. 유럽 같은 경우에는 여행을 하고 싶어도 너무 다른 언어들이 모여 있어서 어떻게든 영어로 서로 소통해야 되는데 남미는 그래도 스페인어 하나면 조금 배워둬도 어디서든지 연습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너무 좋았다.
이참에 스페인어라도 배워야겠다 해서 에콰도르 수도인 키토에서 스페인어 학원을 알아봤다. 40시간 배우기. 2주 동안, 매일 아침 4시간씩 수업을 하기로 했다. 1시간에 $5불, 2주에 $200로 정말 싼 가격으로 1대 1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40시간 배운 후 갑자기 스페인어가 들렸어요 라고 하긴에 터무니없이 부족했지만, 특히 스페인어는 무슨 동사 변형이 이렇게 많은지, 하지만 기초를 다지기에는 좋은 시작점을 제공해줬다.
어느 나라든 비슷하게 현지 언어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알면 사람들이 더 반겨주고, 조금이라도 더 챙겨주고, 더 잘해주는 부분은 있는 거 같다. 특히 남미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동양인 여행자가 스페인어 하면 엄청 좋아해 준다. 특히 가격 흥정할 때 최고이다.
기초를 조금이라도 다졌더니 그 후부터 여행길은 나의 선생님이자 연습장이 되었다. 조금 더 여행하기 수월해졌고 더 다양한 현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었고 뭔가 덜 두려웠다. 아는 게 힘이라고 하는 말이 다시 한번 와닿았다.
영어를 조금 알면 로망스어 (romance language)인 스페인어, 프랑스어, 이탈리어, 포르투갈어를 조금 더 쉽게 접할 수는 있는 거 같다. 워낙 단어의 뿌리가 비슷해서? 예를 들면 한국말을 알면 중국어 (한자) 단어를 외우는데 조금 더 도움이 되듯이.
예를 들면 teléfono는 뭘까? 생각하는 전화기가 맞다. 또 영어로 comprehend는 이해하다는 뜻인데 스페인어로는 comprendo? 이해했니?로 비슷한 맥락으로 사용이 되고 있다. 이해가 되니?로 또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claro?인데 이것도 영어의 clear랑 비슷한 어감으로 뜻은 clear처럼 '알아듣기 쉬운'이라는 뜻과 똑같다. 오히려 발음면에서는 한국사람들이 스페인어를 훨씬 잘한다고 한다. 영어처럼 헷갈리는 무음도 없고 알파벳 고대로 읽으면 되고 또 된소리에 최적화된 발음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페인어를 배울 때 선택하는 나라들이 있다고 한다. 중앙아메리카에서는 과테말라를 많이 간다. 남미에서는 에콰도르나 페루를 많이 간다고 한다. 나는 어쩌다 에콰도르에서 우연히 스페인어를 배우게 됐지만, 에콰도르 사람들은 자기 나라의 스페인어가 제일 깔끔하다고 자부한다. 이유는 즉슨, 스페인에서 지식인들이 에콰도르와 페루 쪽으로 갔고 아르헨티나와 칠레 쪽은 하층민이 더 많이 갔다고 한다.
심지어 아르헨티나 사람들과도 얘기했을 때 똑같은 얘기를 해줬다. 페루와 에콰도르 쪽이 표준 스페인어 발음과 제일 유사하다고 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사투리가 많이 섞여있다. 예를 들면 아르헨티나에서는 닭을 일컫는 "pollo" 뽀요를 뽀죠라고 읽는다. 아르헨티나에서 ll 발음을 'ㅇ'으로 안 하고 'ㅈ'으로 발음을 해서 그렇다고 한다.
스페인어를 배우고 여행하면서 지금 완전 네이티브가 됐다! 하면 좋겠지만 사실 대화할 때는 동사 변형을 신경 많이 안 써도 상대방이 어느 정도 이해를 하니까 제대로 된 문법을 아직까지도 잘 구사는 못하는 거 같다. 그래서 다시 기회가 된다면 열심히 공부해보고 싶다. 한 가지 분명한 거는 여행을 하면서 그 나라 언어를 조금이라도 할 수 있다면 더 뜻깊은 일들이 생기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