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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Oct 10. 2021

211010

아침 8시 40분쯤이다.

늘 비슷한 시간에 눈이 떠진다.

정확히는 나를 깨우는 목소리에 눈이 떠진다.

아내가 나를 깨운다.

나를 부른다.

피곤한 몸 그리고 일어나기 싫어하는 마음과

싸우면서 일어난다.

난 옷 방에서 잔다.

일어나서 미닫이문을 열고 침실로 어슬렁어슬렁 걸어간다.

아직은 비몽사몽이다.

눈도 반쯤만 그것도 한쪽만 겨우 뜨고 있다.

침실의 문을 연다.

베이비룸의 울타리를 잡고 해맑게 까불고 있는

딸아이가 나를 보고 웃는다.

나도 웃는다.

아이를 번쩍 들어 올린다.

날이 갈수록 들어 올리기가 벅차다.

그래도 고맙고 기특하다.

별 탈 없이 잘 먹고 잘 자라주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품에 꼭 끌어안는다.

아이 냄새가 너무 좋다.

코를 박고 냄새를 맡는다.

이제 조금 컸다고 자꾸 발버둥 친다.

품에서 빠져나오려 한다.

거실의 매트에 내려놓고 밤새 차고 있던 기저귀를 갈아 준다.

기저귀를 치우고 손을 닦는다.

그리고 허벅지부터 시작해 몸 여기저기를 마사지해준다.

아이도 좋은지 까불다 잠시 가만히 있는다.

토실토실한 느낌이 좋다.

다시 한번 고맙고 기특하다.

살이 제법 오르다 요 근래 활동량이 많아져

체중 증가가 다소 정체 중이다.

그런 시기라고 하니 별 걱정은 없지만

살이 오르는 느낌이 멈춘 듯하여 내심 별로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 옆에 눕는다.

아이 상황을 보며 앉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잠이 덜 깨 자꾸만 눕고 싶다.

조금 있으면 아내가 나온다.

그리고 이유식을 준비한다.

엄마가 나오니 아이는 잘 놀다 엄마에게로 가려한다.

어찌나 빠르게 기어가는지.

엄마가 이유식을 준비할 수 있도록 내가 막아선다.

다시 매트로 데려오기도 하고,

끌어안고 엄마가 준비하는 걸 같이 보기도 한다.

이유식이 준비되면 아이 의자에 아이를 앉히고

아내가 먹인다.

아내도 준비한 시리얼을 같이 먹는다.

난 아침을 잘 안 먹기에 지난밤에 생긴 설거지를 하러 간다.

설거지를 하고 물을 끓여야 되면 물을 끓이고

주방에 치울 게 있으면 치운다.

40분 정도 지나면

아이가 이유식을 다 먹기도 하고 남기기도 한다.

다 먹으면 다행이고 남기면 더 먹이긴 힘들다.

일단 더 오래 앉혀 두기가 힘들다.

아이가 싫어하기도 하고 너무 오래 앉아 있는 것 같아

이유식을 더 먹이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정리한다.

내가 뒤처리를 하는 동안 조금 부족한 양을

수유를 통해 채운다.

뒤처리가 끝나면 어제 만들어 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다.

수유를 마친 아이는 엄마랑 놀다가  

조금 이른 낮잠을 자러 간다.

30분 길면 1시간 정도 낮잠을 자는 동안

유튜브 영상을 올린 나도 다시 잔다.

아내도 아이와 함께 다시 잔다.

오후 12시나 12시 30분 정도에 아이가 일어난다.

그럼 다시 점심을 준비한다.

점심은 내가 먹이기도 하고 아내가 먹이기도 한다.

대중없다.

점심을 먹고 나면 동네 마실을 나간다.

특별히 이유가 있어서 나가는 건 아니다.

그냥 나가는 거다.

나야 주중에 일을 하니까 나가긴 하지만

아내는 아이를 보느라 늘 집에만 있다 보니

주말에 시간 되면 가급적 나가는 편이다.

아내도 출산 전에는 일을 했던 사람이라

집에만 그것도 아이를 보면서 있는 것이 상당히 답답하리라.

유모차에 아이를 태워 동네를 돌며 주변을 구경한다.

이런 가게가 생겼네.

저 가게는 문을 닫았네.

이렇게 동네를 돈다.

그리고 필요한 물건 한 두어 가지를 산다.

과일을 사기고 하고, 이유식 재료를 사기도 한다.

아내와 내가 먹을 군것질거리를 사기도 한다.

아이 이유식을 위해 브로콜리를 하나 산다.

우리 간식은 각자 선호하는 과자 한 봉씩 하고

조금 큰 크기의 과자 한 봉을 하나 더 산다.

아이스크림도 똑같은 걸로 두 개씩 여섯 개를 산다.

토요일이라 들어오는 길에 동네 로또가게에서 로또도 산다.

토요일이라고 늘 사는 건 아니다.

아직 확인해 보진 않았다.

1등이 되길 기대해 본다.

세상 막연한 기대지만 해 본다.

아이 저녁 먹을 시간에 맞춰 들어와

우리가 먹을 음식을 준비한다.

아내가 아이랑 노는 동안 오리고기를

버섯, 양파와 함께 볶는다.

메인 요리는 완성이 됐고,

난 아침나절에 쪄둔 감자를 밥 삼아 먹는다.

아내는 흑미밥과 함께 먹는다.

그 사이에 우리 딸아이도 자리를 차지하고 이유식을 먹는다.

이유식을 잘 먹지 않으려 하면

쪄둔 옥수수를 미끼 삼아 먹인다.

옥수수 한 알을 뜯어 주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옥수수 알을 집어 들고 입을 벌린다.

그 순간에 이유식을 들이민다.

그리고 옥수수 알은 보통 흘린다.

바닥에 흘린 옥수수 알은 내가 다시 주워 먹는다.

아직은 아이가 어려 주워 먹지만 조금 더 커

다른 사람의 행동을 확실히 의식할 때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따라 하면 안 되니까.

딸아이는 땅그지(거지가 정확한 표현이다.)가

되면 안 되니까.

저녁을 다 먹고 오리를 볶은 프라이팬 설거지를 바로 한다.

기름때가 한가득이기 때문에 미루면 미룰수록 힘들어진다.

역시 주방에 할 일들을 해치운다.

정리가 얼추 끝나면 아내가 먼저

그리고 이어서 내가 샤워를 한다.

그리곤 딸아이의 물놀이 겸 샤워를 시작한다.

일을 하는 주중에도 상황이 되면 아이 샤워는 내가 시킨다.

쉬는 날에 아이 샤워는 내가 전담한다.

안 그래도 뽀얗고 예쁘지만 샤워한다고 물기를 한껏 머금은

얼굴로 쳐다보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샤워를 마치면 뒷정리하는 동안

아내는 아이의 물기를 닦아 주고

밤새 차고 잘 기저귀를 채운다.

옷을 입히고 머리를 말리고 잠자리에 들기 위해

아내와 아이는 침실로 가고,

난 책장이 있는 피아노방으로 와

유튜브나 뉴스 등을 보며 쉰다.

아이가 잠들면 아내가 밖으로 나와

함께 군것질을 하며 영화를 본다.

영화가 끝나고 아내가 침실로 들어가면

난 글을 쓰면서 유튜브 영상을 만들기 시작한다.

지금이 그 순간이고

오늘 뭘 써야 될지 고민하다 일기를 쓴다.

그리고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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