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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Jan 06. 2023

재능일까?

 능력이란 주제로 글을 쓰다 말았다. 비슷한 주제인 재능으로 글을 쓰려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 혹은 재능이 무엇일까 고민해 봤다. 재능을 제대로 써먹을 수 있다면 삶이 지금보다 조금은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동기가 됐다.



 천부天賦라는 단어가 있다. 하늘이 준, 그러니까 선천적으로 타고남을 이른다. 소위 ‘천부적인 재능’이란 말을 잘 쓴다. 나에게 천부적인 재능이 무엇일까? 과연 그런 것이 나에게도 있긴 있는 걸까? 



 어린 시절, 외가에 놀러 가면 언제나 항상 재미있게 놀았다. 또래인 사촌들하고 몰려다니며 노는 맛이 꽤 좋았다. 친구들과는 또 다른 친밀감이 있었다. 어느 날인가 사촌 형이 목소리를 녹음해 보자고 했다. 왜 그러자고 했는지 이유는 기억나질 않는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카세트테이프 구멍을 휴지로 막으면 녹음을 할 수 있었다.



 뭐 하는 건가 싶으면서도 호기심에 녹음을 해 봤다. 바로 들어 봤다. 카세트를 발로 찰 뻔했다. 녹음된 내 목소리를 처음 듣는 경험이었는데 상당히 듣기 힘들었다. 정확히는 역겨웠다. 혐오스럽다고 해야 되나? 내 목소리인데….



 다시는 목소리 녹음 따위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재미는 있었다.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됐고, 20대 후반을 맞이했다.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어가는 동안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었다. 이상하게 주변 사람들이 목소리가 좋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이상하다. 내가 녹음해 들은 내 목소리는 정말 역겨웠는데, 왜들 그러지?’하는 생각이 항상 들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목소리가 좋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다 보니 어렸을 때의 혐오스러웠던 경험의 기억은 희미해져 갔다. 오히려 어느 순간부터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뭐가 됐든 좋다고 칭찬(?)을 해주는데 싫어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때부터였다. 내 목소리가 좋다는 걸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대화를 하면 나도 모르게 은근히 기대했다. 목소리 좋다는 이야기를. 사람이 이렇게 간사하다.



 시간이 흘러 지금에 이르러 생각해 보니 아쉬운 점이 있다. 왜 좋은 목소리를 보다 의미 있게 써먹지 못했을까?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좋은 목소리로 먹고살 수 있는 일도 많았을 텐데 왜 그러지 못했을까 하는 안타까움 말이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천부적으로 주어진 목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봐야겠다.


예전에 쓰다 만 글을 게시하려 하는데 다시 읽어 보니 내가 과연 목소리가 좋은 건가 하는 의구심이 다시 발목을 잡는다. 그럼에도 글은 게시한다.


https://groro.co.kr/story/1803

그로로에도 동시 게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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