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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Jun 10. 2022

無題

 제목을 연상이라고 할까, 의식의 흐름이라고 할까 고민하다 아무 말 대잔치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에 무제라고 지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지금부터 아무 말 대잔치를 시작하겠습니다. 현재 시간은 새벽 3시가 막 넘었습니다. 최대한 빨리 쓰고 맥주 한 캔 하면서 영화 한 편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전에도 한 번 이런 식으로 글을 써 본 적이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화상으로 교육 일정에 참여하는 도중에 듣기 싫어 화면상으론 보고 듣는 척하며 손은 타자를 열심히 치며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어찌 됐든 시선은 화상 화면을 향해야 하고 귀는 교육 내용에 열어 둬야 하기에 특별한 내용과 의미를 담아내는 글은 쓸 수 없어 그냥 그 순간에 머릿속을 스쳐가는 상념들을 배설하듯이 마구 적어 봤습니다.



 그 짓을 이 번에 다시 하고 있습니다. 아! 글이 쓰기 싫어 그런 건 아닙니다. 너무나도 그렇게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앞에도 이유를 밝혔지만 늦은 시간인데 영화는 보고 싶고 시간은 새벽 3시를 넘어가니 마음이 급해져 그런 겁니다. 그러니 죄가 있다면 보고 싶게 만든 영화에게 있지 저는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아니면 마시고 싶게 만들어져 버린 맥주에게 책임을 넘기는 것도 괜찮다고 봅니다.



 문단 구분도 특별히 하지 않을 겁니다. 어차피 의미 없는 아무 말 대잔치이기에 문단 구분 자체가 사치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읽는 분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기 위해 일괄적으로 대여섯 줄을 한 문단 정도로 끊어 놓겠습니다.



 어? 여기까지 쓰고 보니 딱히 쓸 말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써야 합니다. 우리에겐 약속된 분량이란 게 있기에 여기서 멈출 순 없습니다. 이상한 지점에서 불굴의 의지 같은 멋들어진 자세를 보이는 것 같지만 이렇게 제가 또 매사에 진지하게 접근합니다.



 사실 쓰고자 하는 몇 가지 주제가 있긴 합니다. 작가 지망생답게 성실하게 떠오른 주제들을 곱게 메모도 해 놨습니다. 하지만 선뜻 어떤 주제를 먼저 써 볼까 하고 결정이 힘들어 이러고 있습니다. 사람이 약간 우유부단합니다. 많이 나아지긴 했는데 아직 많은 부분에서 그렇습니다.



 좋게 말하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는 거라고 할 수도 있는데 순간 당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 사탕을 한 움큼 집어 먹고 있습니다. 맛있습니다. 사탕보다는 초콜릿을 더 좋아하는데 지금 먹는 사탕은 맛있습니다. 산 것도 아니고 응모해서 당첨이 돼 받은 사탕인데 의외로 맛있어 놀랬습니다. 작은 병 3개를 받았는데 2개는 먹어치우고 이제 한 병이 반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아쉽습니다.



 밤에 무언 갈 하는 도중 졸리면 상당한 힘이 됐는데 남아 있는 양을 보아하니 오늘내일 없어질 거 같습니다. 그렇다고 사탕을 추가로 사진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전 초콜릿이 더 좋으니까요. 페레로 로쉐라는 초콜릿 다들 아시지요? 더 비싸고 좋은 초콜릿이 많지만 일상에서 소소하게 사치를 부리는 정도로 적절한 수준의 초콜릿이 페레로 로쉐 같습니다.



 이 초콜릿 회사의 창업주인가 누군가가 얼마 전에 돌아가셨는데 그날이 마침 또 밸런타인데이라나 뭐라나. 가시는 길도 회사 이익에 일조하시면서 가시는 그분은 참 기업인이란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익을 위해 발표를 밸런타인데이에 한 걸 수도 있을 겁니다. 뭐 그 정도 정성을 들여 속이려고(?) 하는데 우린 또 적당히 속아주면 됩니다.



 간만에 아무 말 대잔치를 하려니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뭔 생각이 그리 많은지 이 상황에서도 이 말을 쓸까, 저 생각을 쓸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전 작가가 꿈입니다. 딸아이가 예쁘게 자라고 있는데 요즘도 그런 걸 하는지 모르겠지만 딸아이가 학교에 입학해서 아빠 직업 같은 걸 작성하라고 할 때 작가라고 쓸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아직 시간은 조금 여유 있게 남아 있는데 그 바람이 참 요원한 거 같습니다.



 소설 읽는 걸 좋아해서 소설을 장르로는 판타지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은데 이건 뭐 도무지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판타지 소설을 좋아해서 판타지 소설도 많이 읽고, 판타지 소설을 쓸 수 있는 배경 등을 설명한 책도 읽어 보고 있는데 영 시원치가 않습니다. 중세 판타지를 배경으로 한 게임도 많이 해 봐서 설정은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감도 안 잡히고 이야기를 엮어 간다는 게 새삼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소위 ‘양판소’라는 게 있습니다. 풀어쓰면 양산형 판타지 소설입니다. 웹상에서 특정한 설정을 바탕으로 한 판타지 소설이 성공하면 그와 비슷한 설정의 소설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공장에서 비슷한 물건 찍어 내듯이 말 그대로 쏟아집니다. 독자들은 그런 소설들을 혐오하고 무시하는데 전 그런 소설이라도 쓸 수 있는 분들이 참 대단하게 여겨집니다.



 아무 말 대잔치를 하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글 쓰는 고민으로 넘어왔습니다. 당연하게도 최근 가장 잘해보고 싶은 분야이기 때문일 겁니다. 글을 써 보겠다고 꼴값을 떤 시간이 근 2년이 다 돼가는데 현재로선 뭐가 없습니다. 2년 내내 매일 글을 썼냐고 물어본다면 그렇진 않습니다. 그래서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럼에도 답답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어! 아무 말이나 막 쓰다 보니 어느새 한 장이 거의 채워져 가고 있습니다. 그럼 이쯤에서 의미 비스무리 한 걸 끄집어 내 봐야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 중에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오만가지 생각’. 실제로 연구에 의하면(누가 이런 연구들을 하는 건지 참 신기합니다.) 사람은 하루에 정말로 5만여 가지의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저 광활한 우주에 버금가는 사람의 뇌 속은 하루에 5만여 가지의 생각 정도는 충분히 담아낼 수 있다는 겁니다. 그 많고 많은 생각들 중에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잡아챈다면 뭔들 못 하겠습니까? 그러니까 제가 이렇게 아무 말이나 막 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처음부터 큰 그림을 그리고 뇌 속의 5만 가지 생각 중에 하나를 잡아채기 위한 과정을 표현한 겁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우리에겐 매일 5만 가지의 선택지가 있는 겁니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바다입니다. 그저 괜찮은 그물 하나만 던져 놓으면 뭐라도 하나 걸릴 겁니다. 그 순간까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까지 15만 가지 생각하면서 재미있게 살아 보려 합니다. 본인의 가치를 찾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분들께 이 글을 바칩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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