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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Jun 26. 2022

-ine

 물론 드립 추출도 합니다. 생두를 프라이팬에 대충 볶습니다. 잘 볶는 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충 볶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가급적이면 모든 생두가 열을 골고루 받으면서 균일하게 볶아지도록 팬을 살살 돌립니다. 그런데 마음 같지 않습니다. 덜 볶아지는 쪽, 더 볶아지는 쪽, 아이고야 타고 있는 쪽 아주 그냥 난리도 이런 난리부르스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나름 잘 추슬러서 얼추 볶았다 싶으면 이제 화장실로 달려갑니다. 생두 표면엔 은피라는 게 있습니다. 얇은 막 같은 건데 볶아지면서 이게 날리기 때문에 화장실에 달려가 후후 불면서 식힙니다. 빠르게 식히는 게 중요한데 뭐 그런 도구 따위 없으니 열심히 후후 불어 은피도 날리고 식히기도 합니다. 제가 또 한 호흡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잘 식히고 잘 날립니다.



 그렇게 로스팅이 마무리된 원두는 우선 잠시 둡니다. 이 부분에서 로스팅을 연구하는 분들의 의견이 분분한데 집에서 나 혼자 만족하며 가끔 봄바람 불 듯이 볶아 먹는 저로서는 그냥 대충 잔열이나 마저 빠지라고 두는 편입니다. 왔다 갔다 지나다니면서 한 두어 번 손으로 슥슥 흩트려 봅니다. 잔열도 빠졌다 싶으면 집에 흔히 굴러다니는 반찬통이나 죽 포장용기 같은 곳에 적당히 담아두고 바로 추출을 해 먹기도 하고 하루 이틀 뒤에 먹기도 합니다.



 대충대충 설렁설렁하는 것처럼 보일 겁니다. 네 맞습니다. 돈을 받고 파는 것도 아니고 지금 당장 심혈을 기울여 커피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닌 그저 편하게 알 커피를 신나게 타 먹다가 아! 맞다. 나 커피 했던 사람이지 하는 마음과 조만간 다시 커피 해야지 하는 막연한 기대로 생두를 볶고 추출해 마시는 거니 대충 하는 거 맞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대충은 아닙니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의 본산쯤으로 이야기되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에티오피아인데 가보지도 못했고 직접 확인을 해 보지도 못한 사실입니다만 이런저런 정보를 보고 책을 읽어 보고 나름 추측해 본 바에 의하면 그들에게 커피는 우리가 재배하는 쌀과 같은 뭐 그런 존재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소중하지만 일상적인 물건’



 분나 세리머니라는 게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 손님이 찾아오면 우리가 차나 음료를 내주듯이 커피를 내주는데 생두를 바로 볶아서 바로 갈아서 내줍니다. 안타깝지만 에티오피아가 잘 사는 나라는 아닙니다. 그래서 그런 건지 원래 그냥 그래 왔는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깔끔하고 좋은 도구를 활용해 생두를 볶지 않습니다. 적당히 오목한 철판에 우리 시골의 부지깽이 같은 걸로 휘휘 저어가며 무심하게 볶아냅니다. 다 볶은 원두는 절구 같은 걸 이용해 빻듯이 갈아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추출해 주는 데 추출이란 그럴싸한 단어를 쓸 만한 과정이라기 보단 물에 적당히 타주는 느낌으로 내줍니다.



 그 들에 비하면 저는 그래도 깨끗한 프라이팬을 이용하는 등 나름 정성을 쏟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 눈에 보인 건 그들의 열악한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아! 저들에겐 커피가 그냥 생활이구나. 생활이니까 다소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과하면 과한대로 커피와 함께 하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커피가 아니라 우리가 전통적으로 우리 가정 속에서 흔하게 먹어 왔던 음식들을 어떻게 준비하고 먹어 왔는지 등을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갈 겁니다.



 저에게 커피는 어느덧 그런 존재가 됐습니다. 가끔 생각해 봅니다. 집에서 커피를 더 많이 마실까? 물을 더 많이 마실까? 선뜻 어느 쪽을 더 많이 마신다고 대답하기 어려운 거 보니 비슷하게 마시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궤변 같지만 그렇게 삶 속으로 녹아든 커피, 대충대충 만들어 먹는 겁니다.



 아… 이런 내용의 커피이야기를 하려 한 게 아닌데 아주 그냥 제대로 산으로 가 버렸습니다. 이 기세로 가단 에베레스트도 우습게 올라갈 거 같으니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고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커피의 대표적인 성분인 카페인 이야기입니다. 커피 하면 카페인, 카페 인하면 커피가 공식처럼 떠오르는 데 이제 많은 분들도 아시겠지만 카페인은 커피에만 들어 있는 게 아닙니다. 대충 기억나는 음식들만 생각해 봐도 녹차, 초콜릿, 콜라, 사탕 등이 있습니다. 뭐 성분분석을 정확히 비교분석 한 자료까지 확인해 본 건 아니니 어느 음식에 더 많고 적게 들었는지 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아마도 커피에 제일 많이 들어 있긴 할 겁니다.



 여기서 한 가지 소름 돋는 사실을 알려 드리면 소름 돋는 다기 보단 별 관심이 없어 알지 못했던 사실인데 알고 보니 오~ 하게 되는 그런 사실입니다. 아는 분들도 많을 텐데 이야기를 해 보면 카페(caffe)가 뜻 하는 바는 우리가 가는 커피숍 자체를 카페라고 하기도 하고 마시는 커피를 카페라고 하기도 합니다. 더해서 이야기해 보면 라떼(latte)는 우유를 뜻 합니다. 그러니 카페 라떼는 커피 우유 혹은 우유 커피 정도가 됩니다. 카푸치노에 비해 우유가 상당히 많이 들어가 커피에 우유를 넣는 다기보다는 우유에 커피를 넣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겁니다. 여하튼 그렇습니다.



 ‘caffeine’ 단어를 조금 분리해 보면 caffe와 ine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아마 ‘커피 안에~’라는 뜻일 겁니다. 카페인이란 단어 자체가 커피 안에 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아마도 커피에 제일 많이 들어 있을 겁니다. 이 카페인 때문에 커피를 못 드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그래서 디카페인 커피도 나오고 있습니다. 카페인 프리(caffeine-free)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 지점에서 아주 약간 손톱만큼 안타까운 부분이 있습니다. 카페인을 커피만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가끔은 아주 가끔은 카페인을 잔뜩 머금은 원흉인 것처럼 커피가 표현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카페인은 각성 물질이 맞습니다. 각성 물질이란 단어 자체가 주는 뉘앙스라는 게 있습니다. 조금은 조심해야 될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실제로 그렇습니다. 과하게 복용하면 문제가 될 소지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는 그 어떤 음식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과하게 먹어서 좋을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커피에 카페인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가끔은 뭐랄까 커피가 카페인이란 원죄를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묘사될 때 아니 그렇게 만들어진 커피가 무슨 죄가 있다고 저럴까 먹기 힘들면 안 먹으면 될 텐데, 아쉬운 대로 디카페인 커피도 있고… 그래, 맞다. 커피 향이 문제구나. 커피는 싫어해도 커피 향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으니 결국엔 그렇게 태어난(?) 커피의 잘못이구나 싶은 말 같지도 않은 생각과 상상을 하곤 합니다. 어디까지나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의 되지도 않는 넋두리였습니다.



 그래도 카페인은 체내에 남아 있지 않고 전량 배출됩니다. 물론 배출될 때 칼슘을 끌고 나갑니다. 어! 이거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격인데 이거 이러면 카페인이 많이 든 커피를 마시면 안 되는 거잖아. 아니다. 칼슘을 끌고 나간다고 했으니 칼슘의 제왕인 멸치를 커피와 함께 곁들이는 것도 괜찮겠다. 죄송합니다. 그만하겠습니다. 본인의 몸과 건강상태 등을 확인 후 명랑한 커피 생활을 하길 바라며 홍차나 와인에 많이 들어 있다는 건강에 좋은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도 커피에 많이 들어 있으니 많이 많이 드세요. 단, 우유나 설탕 혹은 시럼들을 제외한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알 커피 등만 이에 해당됩니다. 커피에 폴리페놀이 들어 있다고? 이러면서 시럽에 우유에 크림 잔뜩 올려 먹으면…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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