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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Aug 30. 2022

가을?

평범한 아파트 옆 길을 걸었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다.

이런 상황과 길을 보고도

글을 쓸 수 있어야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너무 평범한 길인데

비가 온 뒤라 도로가 젖은 걸 제외하면

정말 특별할 게 없는 길인데,

그럼에도 무언갈

생각하고 연결시켜 봐야 되는 건가?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아무런 특징도 특색도 없는

밤거리를 그냥 찍었다.

찍는 순간 

'야간모드 사용해 보기'라는

안내 멘트가 보였다.

이건 뭐여 하며 찍었다.

뭐가 다른가?

달라 보이나? 모르겠다.

똥 눈이라 비교할 깜냥이 안 된다.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해 본다.

가을로 향해가는 밤거리라고 생각하고 보니

가을밤 같다.

그런데 또 장마가 한창인 여름밤이라고 해도 

믿을 법하다.

겨울비가 내린 겨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데 

옷을 벗지 않은 나무가 보여 

그건 조금 아닌 것 같다.

상록수라고 우기면 또 겨울로 믿을 것도 같다.

야간 모드를 사용해서 그런가.

밤 11시에 찍은 사진인데 

해가 다 기운 어둠이 잦아드는 

초저녁 같기도 하다.

뭔가 의미를 찾아 써 보고 싶어 

주저리 주저리 시간 끌 듯이 

써내려 가는데 뭐가 없다.

아무 의미도 없는 사진 하나 찍어 놓고 

별 짓을 다 한다.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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