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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Oct 21. 2022

[책 리뷰] 드래곤 라자

제목 : 드래곤 라자

지은이 : 이영도

펴낸 곳 : 황금가지

장르 : 판타지 소설 


#책 표지에 나와 있는 소개 문구를 그대로 옮겨 보겠다.

-한국, 일본, 대만, 중국 등 아시아를 휩쓴 한국의 대표 판타지 소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흡인력과 깊이 있는 작품성으로 독보적인 인기를 구가해 온

 드래곤 라자의 새로운 판본

-장르 문학 유일의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 수록 작품

-인기 KBS 라디오 드라마, 만화, 게임의 원작

-1998년 출간 이후, 100만 부가 넘게 팔리며 스테디셀러로 등극 


 화려한 스펙이다. 물론 읽어 보면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 처음 읽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한참 판타지 게임을 할 시기에 읽었던 것 같다. 판타지 게임과 소설이라니... 이렇게 현실에서 도망가기 좋은 도구도 없었던 것 같다. 돌아보면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었던 20대를 보내긴 했다. 실제로 처음 이 책을 읽을 당시에는 광고 카피에나 나올 법한 표현인데 책을 펼치면 내가 마치 중세 시대의 기사가 되어 칼을 들고 갑옷을 입고 당장 드래곤 슬레이어가 될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책을 펼치는 그 행위가 현실의 세계와 판타지의 세계를 연결해주는 [나니아 연대기]의 옷장 같았다. 책을 펼치고 어느 정도 활자가 눈에 적응이 되는 순간부터 정말 그 세계에 빠져 드는 느낌, 그래서 밤을 자연스레 지새우는 느낌, 그 느낌이 충만해지면 바로 컴퓨터를 켜고 게임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던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


 

 특히 이 책이 더 의미가 있는 이유는 책에도 나와 있지만 장르 문학으로서 유일하게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수록이 됐다는 점이다. 잘은 모르지만 순수(표현이 맞는 건지 모르겠다.) 문학계에서 판타지를 문학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 그러니까 조금은 저급한 이야기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드래곤 라자가 나왔을 당시에만 해도 PC통신에서 덕후들끼리 시시덕 거리는 이야기 정도로 치부됐던 것 같다. 그런 판타지 장르를 문학의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 일조한 작품으로 알고 있다. 내용을 보면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판타지 장르이기에 저 위대한 J.R.R. 톨킨이 정립한 판타지 세계관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다. 중세시대에 기반을 두고 다양한 종족들 그러니까 인간, 엘프, 드워프, 오크, 트롤 등이 서로 돕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며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기사도에 목숨을 거는 순수한 이미지의 중세 시대에 마법이 덧 입혀진 세계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그리고 세계관 최강자는 드래곤으로 그리고 있다. 드래곤은 작가에 따라 절대 악일 수도 있고 앞의 종족들과 상호 교류를 하기도 한다. 보통 판타지 소설 하면 마법사들의 현란한 마법, 전사들의 투지 넘치는 싸움, 절대악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세계 자체를 위협에 빠트릴 만한 근원적인 악에 대항하기 위해 드래곤이 다양한 종족들과 힘을 합치기도 하면서 드래곤이 펼치는 가슴 뛰고도 웅장한 전투 장면 등을 그리는데 집중한다.


 

 드래곤 라자도 크게 다르진 않지만 조금은 더 현학적이며 형이상학적으로 접근한다. 세계를 위협하는 악의 존재를 맞닥뜨려 우당탕탕 목숨 걸고 싸우는 게 전부가 아니라 근원과 존재, 실존, 가치 등등을 논하게 된다. 그런 내용이 등장인물들의 대화 속에 그대로 들어 난다. 그리고 작가가 말장난을 좋아한다. 판타지라는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 글 읽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 모두에게 일독을 권할만하다.


 

 대략적인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다. 바이서스와 자이펀이라는 두 나라로 대표되는 대륙이 있다. 그중에 바이서스의 한 시골(아마 맞을 것이다.)인 헬턴트 영지에 위협이면서 골칫거리인 아무르타트라는 드래곤이 있다. 신에 필적하는 드래곤을 평범한 인간의 힘으론 어찌할 수가 없다. 그래서 수도에 도움을 요청에 또 다른 드래곤을 부른다. 드래곤을 잡기 위해 드래곤을 부르는 격이다. 이 지점에서 이 책의 제목이 왜 드래곤 라자인지 밝혀진다. 드래곤 라자는 드래곤과 인간을 연결시켜 주는 존재인 인간이다.(드래곤과 인간을 '연결'시켜 준다는 이 부분이 사실 생각하면 상당한 복선이고 가장 큰 스포일러이기도 하다. 이 관점을 이렇게 확대 해석할 수도 있다. 신과 우리 인간을 연결시켜 주는 성직자들. 그들을 작가의 표현대로 불러보면 '갓 라자'가 된다.)


 

 정확히는 드래곤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드래곤 라자를 부르는 것이다. 그렇게 수도에서 캇셀프라임이라는 드래곤이 자신의 라자와 함께 헬턴트 영지에 내려오게 된다. 물론 드래곤과 라자만 온 건 아니다. 인간으로 구성된 아무르타트 토벌대도 함께 온다. 그들과 헬턴트 영지 자체에서 구성한 토벌대가 함께 아무르타트 토벌을 떠나게 된다. 그 토벌대에 주인공인 후치 네드발의 아버지가 참여하게 된다. 당연하게도 토벌대는 아무르타트 토벌을 실패하게 된다. 그래야 이야기가 진행이 되기 때문에 ㅎ 다행인지 불행인지 토벌대는 아무르타트에게 인질로 잡힌다. 그리고 아무르타트는 보석과 인질들을 교환하길 원한다.(판타지 세계관에서 드래곤은 보통 보석을 좋아하는 걸로 묘사된다.)


 

 그 보석의 양이 인간 기준의 인질범이 요구하는 수준을 까마득하게 뛰어넘기에 헬턴트 영지 자체에선 감당이 안 된다. 그래서 이 번엔 보석을 구하는 원정대를 꾸리게 된다. 그 원정대의 구성원은 아직은 조금 어리지만 아버지가 인질이 됐다는 이유로 주인공인 후치 네드발, 헬턴트 영지의 경비대 대장인 샌슨 퍼시발 그리고 초야에 묻혀 사는 모든 걸 다 아는 학자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칼이다. 그들이 모험을 떠나면서 엘프인 이루릴, 나이트호크(도둑이다.)인 네리아, 왕좌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왕자 길시언, 첩자였지만 전향을 하게 되는 운차이, 드워프의 고귀한 노커인 액셀핸드, 마법사인 아프나이델, 인간 성직자인 제레인트, 트롤 성직자인 에델린 등을 만나면서 만들어 가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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