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야기하는 늑대 Dec 14. 2022

2022년 1월 마음정산

 어느덧 2022년 12월이다. 12월도 중순을 넘어서고 있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 나이가 들수록 더 빨리 흘러가는 것 같다. 반복되는 일상을 나이가 드는 만큼 많이 봐 왔기 때문에 재방송을 보는 것처럼 빠르게 간다고 한다. 다시 말해 나이가 찰수록, 반복되는 일상의 경험이 많을수록 시간은 더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이야기다. 어디서 들었는데 그렇다고 한다. 이유야 어찌 됐든 시간은 확실히 빨리 간다. 아니지! 가는 시간의 물리적인 흐름은 동일할 텐데 그걸 내가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빨리 가는 시간이 야속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별 수 있나 받아들이는 수밖에. 그저 그 속도감에 가끔 어!? 하고 놀랄 뿐이다. 특별할 것 없이 늘 흘러가는 시간, 어느덧 올 한 해도 끝나가는 이 시점에 해 보지 않은 마음 정산을 해 보려 한다. 그것도 글로 남겨 보려고 한다. 직업 특성상 연말정산을 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직장인들이 연말정산을 한다고 정신없는 시기에 언제나 항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봤는데 내가 쓴 돈이 아닌 마음을 정산해 보려 한다.



 시작으로 2022년 1월부터 순서대로 월별로 써 보려 한다.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기억력이 근 1년 전 일을 기억할 정도로 좋진 않다. 그래서 보조적인 도구들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우선 아내에게 물어봤다. 지난 1월에 우리에게 무슨 일들이 있었지? 쓰다 보면 의도치 않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정리를 먼저 할 것 같다. 일어났던 일들이 머리로 정리가 돼야 마음을 정산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내는 내가 이런 글을 쓸 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기다려 보라면서 자기 휴대폰을 뒤지기 시작했다. 휴대폰에 있는 달력의 메모 그리고 찍어 보관 중인 사진 등을 통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1월부터 11월까지 나름 우리 가족의 이슈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톡으로 보내줬다. 아내가 써야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을 순간 했다.



 결혼 4년 차가 넘어가는 지금 아내와 나에게 있어 가장 큰 이슈는 누가 뭐라고 해도 이제 두 돌이 얼마 남지 않은 딸아이의 성장이다. 아내와 나에게 특별한 일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딸아이의 성장과정만큼 강렬한 것들은 없다. 1월을 돌아보니 아이가 첫 돌을 지나 막 걸음마를 시작한 시기였다. 걸음마를 막 시작한 시점이기에 기억에 의하면 걷는 폼이 불안했다. 당연한 이야기다. 말 그대로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아이인데 불안하지 않으면 그게 비정상이다.



 손을 잡고 같이 걷고 싶은 엄마 아빠의 마음과 눈빛엔 다소 불안한, 걸음마를 시작해서 기특하지만 조금 더 잘 걸었으면 하는 앞선 마음 정도였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나 저제나 조금 더 잘 걸었으면 하고 바라지는 않았다. 아내나 나나 그런 부분에 있어선 조금 여유를 갖고 지켜보는 성향이었다. 다행이다. 아이의 성장이란 측면을 아이에게나 아내와 나 스스로가 안달복달하면서 기대하고 바라보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마트 카트를 타고 같이 장을 보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했다. 결혼하기 전에, 아이가 있기 전에 아이를 마트 카트에 태우고 장을 보는 부모를 보면 나도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저렇게 하려나 싶었는데 그렇게 하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그렇게 해 보고 싶었던 것 같다. 조금은 해 보고 싶었던 행위라는 점을 놓고 보면 그 이후로 자주 태우진 않았다. 마트 카트가 생각보다 더러워서 태우기 싫었다. 이후로 보통 유모차를 이용해 아이를 태우고 유모차의 짐칸(?)을 이용해 마트에서 장을 봤다.



 최근에 아이가 뚜이(애착 인형)를 앉혀 놓고 소꿉놀이를 자주 하는데 아내의 메모에 의하면 아이가 소꿉놀이를 시작한 시기가 1월이라고 했다. 엄마는 알고 있는 사실인데 아빠인 나는 몰랐다. 밖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엄마에 비해 적기에 어쩌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름 함께 하는 시간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려 했고 그러고 있지만 부족한 것 같다.



 월 별로 간단하게 써 보려 했는데 아이 이야기하다 보니 벌써 꽤 쓴 것 같다. 이제 내 이야기를 아주 조금 해 보려 한다. 믿기지 않을 만큼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된 코로나가 당시에 만으로 2년 차에 접어들고 있었다.(코로나는 아직도 한창이다. 정말 지긋지긋하다.) 휴대폰 달력을 보니 3차 백신 접종을 했다. 더 나아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가르치는 한 아이가 수업 이후에 코로나에 확진됐다고 연락이 와서 백신 접종 여부와 무관하게 PCR 검사를 하기도 했다.



 사실 당시에 상당히 짜증이 났었다. 확진이 된 같이 수업을 한 아이가 잘못한 건 아니지만 만약에 그런 경로를 통해 내가 확진이 된다면 우리 가족은 어쩌란 말인가? 일반 직장인도 아니어서 코로나 확진에 따른 급여 부분이 일정 수준 보존되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일을 하지 못하면 못하는 만큼 철저하게 급여가 줄어드는 직종이었다. 만약에 확진이 됐더라면 누구에게도 하소연하지 못하고 못난 성정에 같이 수업한 아이만 원망했으리라.



 다행히 확진은 되지 않았지만 3차 백신 접종까지 다 마친 시점에 내 잘못도 아닌 상황에 의해 검사를 받으러 가야 하는 노력을 들이고 혹시라도 확진이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불안의 감정은 당시의 나를 상당히 짜증 나게 했었다. 코로나가 시작된 해에 공교롭게도 일이 하기 싫어 일을 내려놓은 상황이 고착돼 일이 들어오지 않아 안 그대로 답답하던 차에 코로나라도 걸리면 어쩌나 하는 그 순간의 거지 같은 기분은 아직도 마음속 한 구석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https://groro.co.kr/story/1549

그로로에도 동시 게시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이기적 효도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