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야기하는 늑대 Feb 25. 2023

2022년 6월 마음정산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에게도 애착인형이 있다. 애착인형을 살 때 우선 고려된 점은 인형의 재질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애착인형이라는 건 아이가 물고 빨고 안고 자는 인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초고가의 재질로 만들어진 거 까지는 필요 없고 적당한 가격대에 괜찮은 재질로 만들어진 인형정도면 됐다. 그 다음으로 고민한 점은 인형이 얼마나 귀엽고 예쁜가였다. 어쩌면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의 첫 번째 친구가 될 인형인데 아이 만큼 귀여운 녀석을 찾고 싶었다.



 참고로 아이는 쥐띠다. 최종까지 경합을 벌인 두 인형이 있었는데 한 녀석은 토끼, 나머지 녀석은 생쥐였다. 토끼의 귀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아이가 쥐띠라는 점이 계속해서 생쥐 인형으로 눈을 가게 했다. 그렇다고 생쥐 인형이 귀엽지 않은 건 아니었다. 결국 고민 끝에 생쥐 인형으로 선택을 했다. 주문을 하고 인형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아내와 나는 아이가 애착인형을 좋아하겠지 하는 기분 좋은 기대를 했다. 귀여운 아이가 귀여운 인형을 끌어안고 자는 모습만큼 사랑스러운 게 있을까하는 뭐 그런 꿈같은 기대였다.



 기다리던 인형은 왔고 실물은 화면에서 본 것보다 훨씬 더 귀여웠다. 내심 생쥐로 선택을 하고 주문을 하는 순간까지도 토끼가 더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계속 했는데 기우였다. 토끼 못지않게 상당히 귀여웠다. 잘 선택했다는 기분 좋은 마음으로 아내와 나는 아주 과장된 표정과 몸짓을 하며 아이에게 안겨 줬지만 아이는 반응이... 영 관심이 없었다. ‘그렇지, 그래. 우리가 바라는 대로 딱딱 맞춰 아이가 움직이진 않겠지. 아이는 인형이 아니니까. 맞아 그런 거야. 알면서 늘 잊는다니까.’하며 우선 인형 세탁을 했다.



 깨끗하게 세탁을 마치고 뽀송뽀송하게 마른 애착인형은 엄마와 아이가 자는 침대 위에 곱게 자리를 잡았다. 자리만 잡았다. 한동안 아이는 인형에 별 관심이 없었다. 딱히 그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는데 여차저차 애착인형에게 이름도 지어 줬다. 이름을 지어 주고 엄마아빠가 인형의 이름을 부르면 아이도 관심을 갖겠지 뭐 이런 의도가 부지불식간에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인형의 이름은 ‘뚜이’로 지었다. 아이는 본명이 있지만 애착인형과 함께 할 때는 ‘라따’가 되는 거라고 아이에게 일러줬다. 그렇다. 둘이 합체하면 그 유명한 ‘라따뚜이’가 되는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 잘 지은 것 같다. 사실 라따는 거의 불리지 못 했다. 라따가 불리는 건 둘째치고 뚜이부터 딱히 불릴 일이 없었다.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엄마아빠는 애착인형이라고 심사숙고 한 끝에 골랐지만 아이에겐 아직 그 녀석의 존재가 들어오지 않았다.



 침대에 자리를 잡은 뚜이는 침대 밖으로 나올 일이 거의 없었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인형이 아니기 때문에 라따가 데리고 나가 줘야 그나마 침대 밖을 구경할 수 있었을 텐데 라따는 아직 뚜이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뚜이가 집에 오기 전에 이미 집엔 인형이 꽤 있었다.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에 선물로 사 준 몇 개의 인형과 주변 사람들에게 받은 인형이 꽤 있었다. 아이가 그 인형들과 특별히 친하게 지낸 건 아니지만 태어나기 전부터 집에 있던 인형들이었고 아이가 누워만 있다 커 가면서 집안을 기어 다니고 걸어 다니면서 자연스레 보면서 친숙해 졌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뚜이가 집에 온 뒤로도 한동안 뚜이는 침대에만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아이는, 라따는 뚜이와 함께 다니기 시작했다. 애착인형을 끌고 다니며 눈을 부비는 아이의 모습 있지 않은가? 딱 그 모습 그대로 언제부턴가 뚜이를 품에 안고 혹은 끌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이전에 집에 있던 인형들도 그 존재가 더 부각됐다. 뚜이를 받아들이고 나서 그런 건지 다른 인형들의 존재도 보다 인식을 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다른 인형들은 특별히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고 그 인형들의 원래 캐릭터 이름 그대로 알려 줬는데 발음이 아직은 부정확해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예를 들면 ‘무민’은 ‘무무’로 ‘라이언’은 ‘라이’로 불리는 식이었다. 엄마아빠 발음이 별로인 건지 무민은 무무로 불렀고 3음절은 아직 힘든지 라이언은 마지막 글자를 알아서 떼 먹고 라이로 불렀다. ‘네오’나 ‘튜브’, ‘판다’ 등은 그나마 거의 그대로 따라 불렀다.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에 아파트 입구에 접어들면서 집에 다 왔다 하고 엄마아빠가 외치면 같이 외치면서 아이는 집에 있는 친구들의 이름을 다 부르기도 했다. 대충 이런 식이다. ‘라이랑 뚜이랑 무무랑 판다랑 집에서 기다리고 있지!’ 뭐 이런 맥락의 이야기를 아파트 입구에만 도착하면 늘 했다. 인형이긴 하지만 엄마아빠가 아닌 주변 다른 무언가 혹은 누군가를 인식해 가는 과정 같았다. 잘 자라는 거 같아 기특하기도 했고 잘 되지도 않는 발음으로 하나 빼 먹지 않고 인형 하나하나를 호명하는 모습이 상당히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집에선 자연스럽게 인형들을 데리고 소꿉놀이도 하고 뚜이는 특별히 어부바도 해 주고 그랬다. 자기가 하는 건 인형들도 같이 할 수 있게 나름 노력을 했다. 특히 뚜이와는 많은 걸 함께 했다. 밥을 먹고 하는 양치도 늘 뚜이와 함께 했다. 정확하게는 아이가 양치를 하기 전에 뚜이 양치를 시켜 줬다. 그렇게 양치를 다 시켜 주고 나면 아이는 꼭 나에게 그 칫솔을 치워 달라고 가지고 왔다. 그때 칫솔만 가져 오지 않고 다른 인형의 손을 빌려 칫솔을 가져 왔다. 예를 들면 무무와 함께 칫솔을 가져오면(무무는 큰 인형이라 아이가 데리고 오진 않고 보통 내가 그쪽으로 갔다.) ‘뚜이 칫솔 챙겨줘서 고마워요.’하고 정리했다. 그렇게 내가 받아 정리하면 이제 자기 차례라며 엄마에게 신나게 달려가 양치를 했다. 자기 양치를 한 칫솔도 나에게 치워 달라고 하는데 이때도 역시 인형에게 전달을 해서 내가 받을 수 있게 했다. 그럼 난 또 ‘라따 칫솔 챙겨줘서 고마워요.’하고 받아 마저 정리했다.



 아직 어린이 집에 보내지 않아 엄마아빠의 존재 밖에 모를 거 같아 조금 마음이 쓰였는데 자연스럽게 인형들과 친해지고 놀고 하는 모습을 보니 대견스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가끔은 아이랑 친하게 잘 지내는 뚜이가 고마워 나도 모르게 뚜이를 꼭 안을 때가 있다. 그러면 다른 것 보다도 사랑하는 아이의 체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아이의 애착인형인 뚜이지만 나 역시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https://groro.co.kr/story/2430                

그로로 동시 게시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2,000원의 배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