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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Apr 21. 2023

학學은 있고 습習은 없는
학습學習의 시대

 아침이다. 일어나야 한다. 1교시 시작 시간이 보통 9시 정도니까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 등을 고려해 일어나면 된다. 고민을 한다. 아침을 먹을 건지 조금 더 잘 건지... 개인적으로 고등학생 때까지는 아침을 먹었지만 대학생이 되는 순간부터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아침을 안 먹기 시작했다. 지금의 나라면 아마도 잠을 더 자기 위해 9시 시작이면 8시에 일어날 거 같다. 어푸어푸 신나게 씻고 달려 나가면 9시에 충분히 들어갈 거 같다. 그렇게라도 부족한 잠을 채우는 쪽으로 선택을 할 거 같다. 성장기 학생 시절에 옳은 선택인지 모르겠지만 할 공부도 많고 잠도 부족하고 하니 무조건적으로 아침을 먹어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학교에 도착하고 친구들과 인사하기가 무섭게 하루의 수업이 시작된다. 3교시나 4교시 후에 시간을 고려해 점심을 먹는다. 그리고 이어 오후 수업이 시작된다. 그렇게 보통 하루에 7, 8교시 수업을 한다. 주요 과목인 국영수는 거의 매일 수업이 있다. 그 사이사이를 사회, 과학 계열 과목들과 나머지 과목들이 자리한다. 성적이나 입시에 있어서 좋은 성과를 내려면 누가 뭐라고 해도 국영수를 열심히 하고 잘해야 한다. 교육 및 입시 제도가 많이 바뀌어 왔지만 이 부분은 변함이 없다. 디테일에 있어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다소 거칠게 이야기해서 국영수만 잘해도 보통 성적도 좋은 편이고 그에 상응하게 입시 결과도 괜찮다. 게다가 국영수를 잘하는 학생들이 다른 과목을 못하는 경우도 드물다.



 그도 그럴 것이 여타 과목들에 비해 중요도 및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사회나 과학 과목도 얼마든지 어려울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국영수가 더 어렵다. 그러니까 근본적으로 사회나 과학이라는 과목에 비해 국영수가 더 어려운 건 아니지만 많은 학생들이 공부를 더 많이 하고 그러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져 더 열심히 해야 되고 그 결과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그래서 더 어려워지는 무한반복 속에 돌아보니 국영수는 어렵고 공부를 많이 해야 되는 과목이 됐고 다른 과목은 상대적으로 그 중요도가 떨어진 상황이 됐다. 학교 수업 시간도 국영수 수업 시간이 제일 많고 학생들이 보통 공부한다고 하면 국영수 공부를 한다는 이야기이고 사교육도 국영수만 집중해서 받게 된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도 야자(야간 자율학습)가 있었고 지금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당시의 야간 자율학습은 무조건적으로 강제적으로 모두가 남아서 했어야 했다. 그때의 야간 자율학습에서 자율의 의미는 학습을 할지 말지의 자율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에 자유롭게 과목에 구애받지 말고 필요한 공부를 하라는 의미의 자율이었다. 지금은 다행히 이름에 걸맞게 학습을 할지 말지를 그때보다는 보다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그야말로 야간 ‘자율’ 학습이다.



 중요한 건 남아서 공부를 하건 집에 가서 하건 학원을 가건 정규 수업을 마친 이후에도 공부를 한다는 것이고 그때도 보통은 국영수를 한다. 이렇게 대략적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학교에 남아 자율적으로 공부하는 학생, 집으로 가서 보다 편안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 학원으로 달려가 다시 수업을 듣는 학생. 어느 쪽이든 학교 수업을 비롯해 공부를 마치는 시간은 대략적으로 비슷하다.



 예전의 야자는 밤 10시 종료가 고정이고 학교 사정이나 학생 선택에 따라 밤 12시까지 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의 야자는 보통 밤 9시에서 9시 30분 사이에 끝나고 추가적인 진행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그렇게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밤 10시 전후가 된다. 집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야 학교 마치고 집에 들어왔으니 그 시간까지 혼자 공부를 하던가 아니면 과외 선생님이 집에 오곤 한다. 혹은 인강 등을 보고 듣기도 한다. 학교 마치고 학원을 한 두 곳 정도 들러 집에 들어오는 시간도 크게 다르진 않다.



 이렇게 우리 학생들은 아침부터 하루 종일 참 열심히도 공부를 한다. 아마도 전체 학생을 놓고 봤을 때 공부시간은 전 세계 최고일 것이다. 학교 정규 수업 시간에 국영수를 필두로 다양한 과목 수업을 듣고 이어서 야자, 집에서 개인 공부, 학원 혹은 과외 그리고 인강까지... 물론 정규 수업 이후에 공부는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보통은 국영수를 하게 된다.



 하루가 24시간이고 자는 시간을 8시간 정도로 제외하면 남는 16시간 동안 학교 수업 시간에 국영수 3시간 정도의 수업과 다양한 형태로 국영수 공부 시간이 3~5시간 정도 더 추가된다. 이렇게만 계산해도 하루에 주요 과목이라고 할 수 있는 국영수 공부를 최소 6시간에서 최대 8시간까지 하게 된다. 우리 민족 똑똑하지 않은가? 이쯤 되면 모두가 서울대를 가야 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혹시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해당 글을 써 내려오는 동안 학습學習이란 단어를 제목을 제외하곤 쓰지 않았다. 나름 이유가 있어 일부러 쓰지 않고 ‘학습’이라는 단어를 써야 될 때 ‘공부’라는 두루뭉술한 단어로 대신했다. 학생들이 학습을 해야 되는데 대충 공부만 하고 있는 현실을 나름 단어를 통해 빗댔다고 할까? 더 정확히는 제목처럼 학學만 하고 습習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도저히 학습이란 단어를 쓸 수가 없었다. 학생들이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공부의 형태가 학만 있고 습은 없기 때문에 하루에 적게는 6시간 많게는 8시간을 해도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단어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학은 ‘배울 학’이다. 그리고 습은 ‘익힐 습’이다. 저 유명한 공자의 말이 있지 않은가?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면 불역열호不亦說乎아, 배우고 때대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뜻이다. 표현 그대로다. 공부라는 건 학습이라는 건 배우고 익혀야(반드시 익혀야) 된다. 그래야 기쁜 일 그러니까 아름다운 성적이 나오는 일이 된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학만 하고 습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기쁠 수가 없다. 죽어라 집어넣기만(배우고만) 하고 있으니 시간은 시간대로 잡아먹고 돈은 돈대로 깨지고 고통이 따르는 건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집어넣는 학으로 공부가 해결된다면 학교만 다니면 된다. 학교에 과목별로 실력 있는 선생님들이 매일 알찬 수업을 해 주시는 데 학으로만 모든 것이 해결된다면 그 수업만 잘 들으면 누구나 서울대를 갈 수 있다.



 그뿐인가? 학교에서 나오면 정말 다양한 형태의 사교육이 기다리고 있다. 시간과 돈만 들이면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수업에 노출될 수 있다. 돈이 없어도 교육방송 등을 이용하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 유튜브를 활용해도 된다. 재미있는 것들만 찾아봐서 그렇지 유튜브에 과목 수업 관련 영상도 상당히 많다.



 그렇다면 완벽한 학습을 위해 학과 더불어 습을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를 고민해 봐야 한다. 하지만 그 방법은 너무나도 간단하고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다. 너무나 간단하고 오래된 방법이라 진부할 정도다. 다른 게 아니다. 그저 복습復習이다. 배운 걸 그러니까 학이라는 과정을 통해 들어온 걸 다시 확인하는 과정, 복습을 하면 된다. 얼마나 단순한가? 예습豫習이란 것도 있다. 미리 보기, 훑어보기 정도가 될 거 같다. 의미는 있지만 배운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어 써먹으려면 누가 뭐라고 해도 복습이 중요하다.



 다시 공자가 한 말을 돌아보자.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그렇다 배웠으면 익혀야 된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이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그러면서 성적이 나오길 바란다. 그리고 이런 착각을 한다. 나는 공부를 하는데 왜! 성적이 오르지 않는 거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주요한 원인 중에 하나가 바로 습을 하지 않고 학만 하는 상황을 공부한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학이라는 행위는 수동적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어떠한 내용을 형태가 무엇이 됐든 간에 누군가 혹은 무엇에게 의존해 들을 수밖에 없다. 사람의 집중력은 무한하지 않다. 아무리 집중해 들으려 해도 최대한 1시간이 한계다. 그 시간을 넘어가면 듣고 싶은 의지가 충만해도 물리적? 생리적으로 그럴 수가 없다. 듣는 행위를 하고 있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남아 있는 게 많을 수가 없다. 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필기도 하고 녹화 혹은 녹음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보조적인 행위인 필기나 녹화 또는 녹음의 결과물은 확인하지 않으면 그냥 데이터 쓰레기다. 주변에 혹시 보지 못했는가? 필기만 기똥차게 잘하는 학생들을... 형형색색의 펜으로 정말 깔끔하게 아무리 필기를 한들 다시 보지 않는다면 그냥 예쁜 쓰레기일 뿐이다.



 공부를 정말 잘하는 학생들은 무엇보다도 자기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다. 공부를 정말 잘하는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이 학원 혹은 과외 등을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 그러니까 부모들이 좋아하는 그야말로 ‘자기주도학습!’이 되는 학생들은 우선 학교 수업을 바탕으로 학습 계획을 세운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학교에 남아 야자를 할 건지 집에 가서 할 건지 등을 정하고 당일에 배운 내용 등을 어떻게 어디까지 복습을 통해 확인할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한다. 그런 계획을 매일계획으로 발전시킨다. 물론 학생의 상황과 성향에 따라 일주일 중 7일 내내 학습계획이 있는 학생이 있을 수도 있고 주말은 쉬는 학생이 있을 수도 있다.



 기본적인 자기주도학습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과정 속에서 남는 시간을 어떻게 할 건지 결정할 때 그냥 쉴 건지 다른 나만의 취미를 통해 활력을 얻을 건지 다양한 책을 읽은 건지 아니면 학습적인 보완을 하기 위해 이때서야 비로소 사교육을 찾게 된다. 자발적으로! 하지만 보통의 학생들은 그냥 등 떠밀려 사교육을 시작한다. 등 떠밀려서라도 시작하면 우선 다행이긴 한데 정말 문제는 그렇게 학원이나 과외 수업을 받은 자체를 스스로가 학습을 했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느낌이다. 오늘 영어학원을 다녀왔으니 오늘 영어 공부는 끝!, 오늘 수학 과외를 했으니 수학 공부는 끝! 부모가 물어본다. ‘너, 오늘 영어 공부했어?’ 학생이 대답한다. ‘어, 학원 다녀왔어.’... 보통의 학생들은 이런 과정을 학습으로 착각한다. 그렇게 한 두어 달 지나고 시험을 본다. 당연히 성적은 나오지 않는다.(고등 과정보다 상대적으로 쉬운 중등 과정은 대충 학원만 설렁설렁 다녀도 어느 정도 성적은 나온다. 기준은 진짜 공부를 한다고 할 수 있는 고등과정을 생각해 주면 좋겠다.) 성적이 나오지 않는 원인을 본인이 습을 하지 않은 걸 생각하지 않고 학원이나 과외 선생이 잘못됐거나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버린다. 그리고 학원을 바꾸고 과외 선생을 바꾼다.



 바꾸는 과정을 통해 일시적으로 변화가 있을 수 있으나 습을 하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변화는 절대 일어날 수 없다. 그렇게 또 한 두어 달 지나고 시험을 본다. 여지없이 성적은 나오지 않는다. 다시 다른 학원과 과외 선생을 물색한다... 악순환이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돈 버리고 시간 버리고 공부에 대한 환멸마저 느끼게 된다. ‘난, 해도 안 되나 봐!’ 남아 있는 건 포기뿐이다. 주요 과목일수록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중에 대표적인 포기 과목이 그 유명한 수학이다. 국어, 영어라고 괜찮을까? 시간문제일 뿐이다.



 가용시간, 남아 있는 활용 가능성이 있는 시간을 어떻게 써먹을지가 관건이다. 학교수업을 바탕으로 학원이나 과외는 후순위로 미뤄 두고 내가 학습을 어떻게 할 건지 먼저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런 계획 하에 남아 있는 보다 정확히는 활용 가능한 시간을 어떻게 써먹을지를 고민해야 된다. 이런 부분들을 잘 활용한 정말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나중에 수능 만점 맞고 재수 없게 ‘학교수업과 교과서로만 학습했어요.’하는 인터뷰를 하는 건데 재수 없지만 절대 틀린 말이 아니다. 그 학생들이라고 사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다. 아마 더 좋은 사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본인의 학습계획을 먼저 짜고 그 사이에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사교육을 집어넣었다는 차이가 그렇지 않은 학생들과 날 뿐이다.



 평소에 밥을 삼시 세끼 잘 챙겨 먹는데 중간중간 본인의 몸에 맞게 적절한 운동과 영양제를 먹는 사람과 밥은 잘 안 먹으면서 불특정 한 순간에 내키는 대로 아무거나 주워 먹고 운동은 개나 줘 버리는 사람을 비교했을 때 누가 더 건강하고 탄력 있는 몸을 갖게 될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더 쉽게 말하겠다.

‘이것들아 복습, 아니 더 쉬운 단어로 이야기할게. 숙제 좀 해!’


https://groro.co.kr/story/2964                      

그로로 동시 게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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