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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May 28. 2023

폈고 피고 필, 장미

 브런치 작가가 된지 만으로 2년이다. 2년 전 오늘 브런치 작가가 됐다는 메일을 받았다. 이전의 다른 글에도 무수히 밝혔지만 브런치 작가가 되기 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2020년 8월 즈음 글을 쓰기 시작해서 우연한 기회에 브런치를 알게 돼 작가신청을 하고 하루 만에 작가수락 축하메일을 받았다.



 브런치가 뭔지 모를 때 지역의 글쓰기 모임에서 쓴 장미 관련 글이 하나 있었다. 그 글은 해당 글쓰기 모임에서 주최하는 백일장에 냈던 글이기도 하다. 물론 떨어졌다. 그 글을 그대로 브런치 작가 신청에 냈고 운 좋게 한 번에 작가가 돼 내 브런치 역사의 1번 글로 다시 올려 세웠다.

https://brunch.co.kr/@tharos/2


 내용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시간은 세상은 흘러가고 나도 내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라는 걸 5월이면 어김없이 찬란하게 피어나는 장미에 빗댄 글이다. 많이 무기력하던 때였는데 일을 하던 와중에 무심코 고개를 들어 본 장미가 어찌나 당당해 보이던지... 그 감정 그대로 옮겨 적은 글이다. 일상 속에서 늘 볼 수 있는 장면에 감정과 의미를 부여해 글로 옮기는 거 보면 작가의 소질이 아예 없는 건 아닌 거 같기도 하고 뭐 그렇다.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할 때 만해도 딱히 기간을 생각한 건 아니지만 2~3년 정도 쓰면 뭔가 많은 것들이 바뀔 거 같았다. 실제로 만으로 3년이 되지는 않았지만 3년이 다 되가는 시점에서(브런치에 글을 올린 건 만으로 2년, 글을 처음으로 쓰기 시작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올해 8월이 되면 3년이다.) 생각해 보면 글쎄... 삶이 바뀐 게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냉정하게 거의 없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할 거 같다. 브런치 프로필에도 나와 있듯이 살아 온 날과 살고 있는 날 그리고 살아 갈 날을 쓰고 있는 건 맞다. 쓸 수 있는 내용이 그거 밖에 없기도 하고... 더해서 처음에는 글을 쓰면 나를 보다 많이 알 수 있을 거 같고 그런 과정을 통해 세상에서의 명확한 내 쓰임을 파악하게 되면 삶이 보다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했는데, 그때의 나나 지금의 나는 비슷한 거 같다.



 늘 불안해하고 어떻게 하면 답답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면서 로또나 됐으면 좋겠다 하면서 또 로또는 잘 사지도 않는... 아! 조금 달라진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하고 있는 일, 당시에는 때려치우고 싶은 일에 있어서의 마음가짐이 조금은 안정을 찾았다는 점이다.



 일이 하기 싫어 글을 쓰기 시작했고 글이 잘 되면 하던 일을 당장이라도 때려치우자하고 마음먹었는데 글쓰기 덕분인지 차가운 현실에 깔끔하게 손을 든 건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여러모로 조금 정리가 됐다. 오히려 하고 있는 일을 기반으로 소스를 찾아 글을 쓰고 책까지 내려고 계획 중에 있다.



 내 이야기를 쓰긴 쓰고 있는데 이게 맞는 건지 뭘 쓰고자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는데 그냥 쓴다. 그래서 두서도 없고 맥락도 없다. 소설이나 한 편 쓸 수 있을까하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긴 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요원한 일인 거 같다. 수필 혹은 에세이,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사실 잘 구분도 안 가고 구분해서 뭐 하나 싶기도 한 카테고리에 겨우 낄 만한 글이나 끄적이고 있는데 그마저도 신통치 않다.



 처음의 원대한 꿈은 접은 지 이미 오래고 어쩌면 관성처럼 써 오고 있을 뿐인데 앞으로도 일정 기간 동안 관성처럼 써 내려가긴 할 거 같다. 나름 생각해둔 목표로서의 기간도 있다. 그 기간 동안 내가 잘 쓰는 표현인 ‘적극적인 일기’로서 최선을 다할 거 까지는 없고 그냥 쓰려고 한다. 브런치 2주년 글도 별 생각이 없다 2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여지없이 당당하게 피어난 장미를 보고 문득 생각이 들어 써 봐야겠다 싶어 쓰기 시작했다. 그 이상 이하도 아니고 아마 앞으로 3주년, 4주년... 등을 기념(?)하는 글은 쓰지 않을 것이다.

        


https://groro.co.kr/story/3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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