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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Oct 08. 2023

1. 때려치우기

 대퇴사의 시대다. 그래서 나도 퇴사를 하겠다! 뭐 이건 아니고.(아니! 하고 싶다고!) 난 유행에 트렌드에 그렇게 민감한 사람은 아니다. 계절 변화에 따른 옷 변화도 한 템포 느린 편이다. 나쁘게 말하면 시대에 다소 뒤 떨어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고 좋게 말하면 세상이 주변이 이러거나 말거나 내 속도대로 삶을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장점도 있고 단점도 많고 뭐 그런데 그렇게 생겨 먹었으니 그냥 그렇게 살아왔고 살고 있고 살아갈 예정이다.



 시대가 어쩌고 나발이고 떠나서 그냥 일을 그만두고 싶다. 그럴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다. 삶을 잘 살아온 건 모르겠지만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 앞으로 살아갈 날도 많이 남아 있어서 일을 해 온 거보다 더 열심히 해야 되는 것도 맞는데 그만둘 수 있다면 그만두고 싶다. 백수로 한량으로 살고 싶다. 물론 전제 조건은 있다.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필요하다. 그렇다. 만인의 꿈인 돈 많은 백수가 꿈이다. 백수보단 한량으로 정정하자. 왜인지 모르겠지만 단어 느낌이 더 좋잖아!



 명목상으론 노예나 노비가 없는 시대지만 분명히 있는 시대다. 의도하건 그렇지 않건 우린 다양한 형태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에 상응하는 돈을 받게 된다. 혼자 고군분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보통은 회사라는 조직에 속해 매일, 매주 보통은 매달 급여를 받고 있다. 놀랍게도 같은 한자어인지 모르겠지만 동물들에게 사료 등을 주는 행태도 급여라는 단어를 쓴다. 주인이 뭐 같아도 저 인간이 사료를 급여해 주니 동물들은 인간과 같이 산다. 가슴속에 사직서 오만 장은 품고 다니지만 그중에 한 장도 쉽게 빼들지 못하는 이유는 목줄 같은 급여 때문이다.



 그래서 그만두고 싶다. 하루 24시간을 3 등분해서 잠자는 시간, 쉬는 시간 그리고 일하는 시간으로 보통 활용할 수 있는데 일하는 시간 8시간 마저 내 마음대로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해 본다. 동시에 왜 세상은 우리 인간 개개인이 하고 싶은 걸 하고 살 수 없게 굴러가는 건가 싶은 생각도 해 본다.



 모든 인간이 지 멋대로 하고 싶은 걸 하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마도 재화의 유한함과 생존이란 이유가 제일 크지 않을까 한다. 무언 갈 하면 유무형의 결과물을 얻게 될 텐데 그 결과물은 분명히 유한한 형태로 우리 인간들에게 주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욕심이 많은 인간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갖고 싶어 할 것이고 그 지점에서 경쟁이라는 지랄 맞은 행위가 이뤄지게 돼 모두가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지금의 별 수 없는 상황이 결국엔 초래되기 때문에 아마도 모두가 원하는 일을 멋대로 할 수 없는 것일 게다. 더 나아가 그 부분이 결정적으로 생존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더더욱 결과가 좋은 일, 하기 쉬운 일, 최고는 하기 쉬운 데 결과가 좋은 일에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생존 경쟁이라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섭리에 의해 어쩔 수 없는... 그래서 더 짜증이 난다.



 나름 성실하게 부족한 능력을 노력과 인내 등으로 메우며 살아왔는데 이제 조금 지겹다. 그런 삶이... 열심히 일을 하면 먹고살 수는 있고 또 그렇게 살아야 되는 게 마땅하기도(?) 한데 동시에 왜 또 그래야 하는지, 그냥 모두가 적당히 니나노~ 하면서 살아도 살아질 수는 없는 걸까 하는 의문인지 바람인지 모를 망상을 하루 종일 하곤 한다.



 그래도 그만둘 수는 없다. 그런데 그만둘 것이다. 분명히 언젠가는 그렇게 할 것이다. 그날이 오는 그 순간까지 사람을 해하거나 다른 이의 것을 탐하거나 하는 등의 수단과 방법은 제외하고 최선을 다해 뭐라도 해야 되겠다. 아니 아니! 이런 긍정적인 어쩌면 뻔한 결말을 짓자고 그만두고 싶다는 글을 쓴 건 아니잖아! 이 글을 쓴 주목적은 지극히 원초적이고 순수한 그저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이상 이하도 아닌 거였잖아. 그럴듯하게 마무리지으려 하지 마! 넌? 아니 난!이라고 해야 되는 건가? 일을 하고 싶지 않다.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먹고살 길은 있어야 한다. 나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일을 그만둘 수는 없다.



 그래도 그만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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