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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Oct 15. 2023

땅속의 가을 찾기, 아니 캐기

 https://groro.co.kr/story/6056



 가을답게 전국 여기저기 축제가 한창이다. 정말 많은 지역에서 다양한 축제들이 성황리에 치러지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청주도 이에 질 새라 다양한 축제를 선보이고 있다. 관심을 두고 봐서 그런지 올해 보니 소규모로 진행되는 동네축제도 상당히 많은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도, 시, 동 혹은 기관 주체로 알게 모르게 많은 축제들이 있으니 관심을 갖고 찾아보기만 한다면 가족, 지인 그리고 있다면 연인과 함께 주말에 뭐 할까 하는 고민을 조금은 덜 할 것이다. 물론 수준이하의 축제도 많지만 그런 축제조차 나름 찾아다니면서 다시는 방문하지 말아야 하는 축제로 걸러내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아니 그보다 날이 좋은 가을이니 그냥 좀 쏘 다니자.



 청주를 대표하는 축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청원생명축제와 국제공예비엔날레가 있다. 청원생명축제는 보통 매년 10월 초에 열리고 공예비엔날레는 격년으로 9월 경에 열린다. 생명축제는 쉽게 생각하면 청주청원에서 나는 농축산물 장터라고 보면 된다. 공예비엔날레는 이름 그대로 공예작품 경연 및 전시 등을 진행하는데 엄청난 규모는 아니지만 국제행사를 표방하고 있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의 초대국가전은 스페인으로 손미나 전 아나운서 특강 등이 열리기도 했다.



 청주 사람들이라면 앞의 두 가지 축제를 한 번 정도는 다녀온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축제에 청주토박이인 내가 빠질 수가 없다. 생명축제는 아내와 한 번, 비엔날레는 친구 그리고 아내와 각각 한 번씩 다녀온 적이 있었다. 이 번엔 무엇보다도 아이가 있었기에 아이가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는 걸 찾게 됐다. 찾아보니 적절한 체험행사가 있었는데 바로 고구마 캐기였다. 한 팀당 천 원 만 내면 적당량의 고구마를 직접 캐 볼 수 있는 행사였다.



 사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청원생명축제는 큰 농축산물 장터라서 생각하기에 따라 딱히 볼 게 없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입장료가 있어 일견 어! 이거 뭐지? 따지고 보면 시장인데 입장료를 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만, 성인 1인 기준 입장료가 5천 원인데 입장료로 낸 5천 원은 입장을 하기 위한 티켓을 사는 것과 동시에 해당 티켓은 축제 장터에서 액면 그대로 현금 5천 원의 역할을 하게 된다. 물론 티켓을 내고 3천 원 정도의 물건을 사고 2천 원을 거슬러 받는 등의 행위는 할 수 없지만 행사목적이 장터를 기반으로 한 여하튼 축제이기 때문에 나름 먹을거리도 많고 무엇보다 꽤 괜찮은 지역 농축산물을 적절한 가격에 살 수 있어 사실 대부분의 입장객들은 티켓을 통해 먹을거리를 사 먹거나 농축산물을 사는 데 다 쓰게 된다.



 원래 계획은 아이와 고구마 캐기만 참여하기로 했는데 고구마 캐기를 하고 며칠 뒤 장모님과 함께 도시락을 싸서 다시 방문했다. 어머님과 아내 그리고 나의 입장료가 1만 5천 원이었는데 인삼튀김을 티켓 하나 주고 사 먹고 버섯 만 원어치를 티켓 두 개를 마저 주고 사 왔다. 그리고 참여하는 많은 부스에서 시식도 진행하고 있어서 시식하면서 구경하고 다니면 반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더불어 축제답게 물건만 살 수 있는 건 아니고 나름 준수한 볼거리와 공연 등도 즐길 수 있다.



 고구마 캐기는 행사장 옆에 있는 미래지 한옥마을 입구 밭에서 진행됐다. 즉, 고구마 캐기는 입장료 없이 고구마 캐기 비용인 천 원만 내면 참여할 수 있었다. 축제가 시작되고 맞이하는 첫 주말이라 축제 행사장 입구부터 차가 엄청 막혔는데 고구마 캐기에 참여하는 차는 따로 빼 줘서 많이 기다리지 않고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 있었다.



 고구마 캐기 행사를 진행하는 밭에 가니 진행요원이 참가여부 등을 확인하고 천 원을 받고 호미 등을 주며 저기 밭에 가면 아주머니들이 도와주시니 캐면 된다고 했다. 아이가 아직 어려 호미를 직접 들고 캘 수는 없었다. 다행히 지역 주민이신지 행사를 위해 오신 분이신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친근하고 친절하신 그야말로 옆집 아주머니 같은 분들이 어린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고구마를 캘 수 있게 잘 도와주셨다.



 그 유명한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올리는 정도의 노력만 들여 아주머니들이 흙을 요리조리 헤집어 주시면 아이는 빼꼼하고 나온 고구마를 잡아 빼기만 하면 됐다. 아내는 아이 손을 잡아 도와줬고 나는 연신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주최 측에서 준비해 준 작은 녹색 부직포 가방에 고구마가 어느 정도 차면서 체험행사는 마무리 됐다. 다소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아이가 직접 흙을 촉촉이 젖어 있는 진짜 흙을 만지면서 고구마를 캤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고구마를 다 캐고 그냥 가기 아쉬워 바로 앞에 있는 미래지 한옥마을을 잠시 둘러봤다. 시에서 타운 하우스 개념으로 한옥마을을 조성한 거 같았다. 찾아보니 한옥을 짓기 위한 일부 비용을 시에서 지원해 주기도 했다고 한다. 둘러보니 순수하게 주거 목적인 집도 있고 한옥 체험 숙박을 하는 곳도 있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전원주택인데 한옥이라 그런지 더 괜찮아 보였다.



 아직은 도시가 더 좋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전원주택에 그것도 한옥으로 지어진 전원주택에 사는 것도 괜찮겠다 하는 생각을 하며 돌아왔다. 저번에 세종 수목원에 가서 꾸며 놓은 정자에 누워 쉬면서도 아내와 농담 삼아 이야기를 했지만 나중에 정말 기회가 되면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 입학을 해 한옥 짓는 법을 배워 실제로 지어 보는 꿈도 꿔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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