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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Dec 22. 2023

# 3rd 그로로팟, 프롤로그

 ‘별님이 10개의 징검다리를 건너 네모가 됐네!’


 언제인지 정확히 모를 학창 시절 어느 시점 즈음 강낭콩을 한 번 키워 봤다. 역시 어느 집에서나 흔히 한 번 유리병에 꽂고 키우는 건지 방치하는 건지 모를 양파와 고구마의 뿌리와 초록 줄기가 뻗어 올라가는 아! 먹는 건 줄만 알았는데 살아있는 생물 그러니까 식물이 맞구나 하고 확인을 해 봤던 기억도 있다. 더해서 내 의지로 딱히 화분을 산 경우는 없는데 집들이 등의 선물로 들어온 식물, 그러니까 여하튼 살아있는 생물을 그냥 두거나 버릴 수 없어 의도와 다르게 키워 본 적도 있다.


 그리고! 역시 의도치 않게 그로로를 만났는데 이번엔 이전과 다르게 의도를 갖고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 처음이 그로로팟 시즌 1 참여였다. 앞 선 몇 꼭지의 글에서도 밝힌 적 있는 것 같은데 식물을 어떻게 하면 한 번 키워볼 수 있을까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시작한 건 아니다. 그저 브런치에 이어 글을 올릴 수 있는 또 하나의 플랫폼으로 생각하고 글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식물을 키우는 이벤트를 한다고 했고 이러저러한 요건을 충족하면 그로로를 처음 시작할 때보다 훨씬 큰 리워드인 상품권을 준다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


 더 나아가 이 그로로라는 곳이 근본적으로 풀을 키우는 사람들의 터전이라 풀 키우는 이야기 이외의 이야기만 써 올리기엔 다소 답답하기도 하고 뭔가 소외되는 느낌도 있고 그러던 터라 냉큼 시작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크게 보면 식물을 키우는 과정 자체도 여하튼 글을 쓸 수 있는 하나의 소재로 써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번으로 끝날 줄 알았던 그로로팟, 아니 식물 키우는 일을 그 이후로 지속해 오고 있다. 단발로 끝날 이벤트일 줄 알았던 그로로팟이 시즌 2를 진행했고 이어 이번에 시즌 3까지 시작했다. 시즌 2 때도 그랬고 지금 시즌 3도 그로로 측엔 정말 미안한 이야기지만 시즌 1과 마찬가지로 잿밥에 더 관심이 가서 신청을 하고 참여했다.


 그로로 측엔 다행인 건지 시즌 2는 신청은 했으나 대상자로 선정이 되질 않았고 이제 그만하라는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신청한 시즌 3은 본 참여 대상자가 돼 버렸다. 돼 버렸다고 표현한 이유는 시즌 2는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신청을 했는데 안 됐고 시즌 3은 되든 말든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했는데 됐기 때문이다. 역시 마음을 비우면 모든 건 순리대로 흘러간다는 따위의 거창한 의미 같은 건 잘 모르겠고 그냥 그렇게 됐다.


 1기 때의 임파첸스는 한 해 살이 식물답게 지금도 잘 버티고 있다. 식집사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인간에게 거의 버림받다시피 베란다에 살고 있는데 날도 추운 겨울에 이게 한 해 살이 식물이 맞기는 맞는 건지 누렇게 색이 들뜨기는 했지만 아직도 꽃을 피우며 살아 내고 있다. 그 녀석의 이름이 ‘별님’이다. 이름을 짓고 할 때만 해도 참 소중하게 다뤘는데... 간사한 사람 마음이 이렇다.


 2기 때는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정식 참여 대상자가 되질 못했다. 그럼에도 착한 그로로는 1기 때 열심히 해 주셨다고 키워 보겠다고 신청서에 그럴듯한 이유와 함께 선택한 라벤더를 보내줬다. 그 와중에 마침 그로로에서 진행한 또 다른 이벤트에 의해 ‘틔운 미니’를 받았는데 그 요상한 기계로(글을 쓰고 있는 책상에 틔운 미니가 있고 라벤더를 키울 때 써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요상한 물건이라는 생각은 아직 변함이 없다.) 라벤더의 싹을 틔우고 펠렛이 터져 나갈 때까지 키워냈다.


 펠렛을 뚫어 낸 뿌리가 갈 곳을 잃어 잎이 누레지다 못해 타들어 갈 때 즈음 여차저차 화분을 만들어 분갈이를 했는데 햇빛을 좋아하는 녀석들의 기호를 맞춰 주지 못해 홀랑 말라 버렸다.(지금의 한파가 오기 전 겨울답지 않게 비가 오면서 따뜻했던 며칠, 귀찮아 베란다에 내지 않고 그냥 화장실에 뒀더니 그새를 못 참고 말라 버렸다.) 처음엔 보라색 꽃이 핀다는 이유로 라벤더를 신청했고 10개의 씨앗이 모두 발아했다고 좋아했는데...

 


 처참하게 말라비틀어진 2기의 라벤더를 보면서 무슨 염치인지 모르겠지만 3기 신청을 했다. 나란 존재가 염치가 없고 낯짝이 두꺼워 인간이긴 한데, 그런 인간에게도 다시 한번 기회를 주려나 하는 기대 아닌 기대로 ‘네모필라’를 선택했고 받아 들었다. 돌아 생각해 보니 1기의 임파첸스와 2기의 라벤더 그리고 지금 3기의 네모필라는 모두 우리 가족과 일정 부분 연관이 있다. 딸아이의 이름을 딴 임파첸스의 이름, 아내가 좋아하는 색인 보라색 때문에 선택한 라벤더 그리고 머리가 커서 네모와 관련된 별명을 갖고 있는 내가 선택한 네모필라(사실 그 네모와 네모필라의 네모는 전혀 관계없겠지만 그냥 글자가 같아서...)


 여기까지 온 거 다시 한번 식집사 라이프를 시작해 보려 한다. 그로로팟의 취지는 식물을 키우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방법적인 부분을 공유하고 뭐 이런 건데, 난 그런 건 잘 모르겠고 그냥 내 멋대로 키우면서 식물을 키우는 방법의 공유보단 이 상황 자체를 글을 쓸 수 있는 또 하나의 소재로 활용해 그로로에 내린 뿌리를 더 뻗어 가 보려 한다.


https://groro.co.kr/story/7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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