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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Jan 13. 2024

건강을 바라는 대로

 https://groro.co.kr/story/7826



 나는 건장한 체격이다. 181cm의 키에 80kg 중후반의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딱 보기 좋은 정도의 체형이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하면 잘할 거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실제로 운동을 잠깐 하기도 했었다. 초등학생 시절에 육상부와 축구부에 불려 가 선수로 활동했다.


 이후에 공부를 하겠다고 선택해 일반 중학교를 가면서 선수로서의 운동은 끝났지만 지속적으로 취미의 일환으로 꾸준히 축구와 농구를 했다. 중 고등학교 내내 체육대회 반대표로 축구와 농구선수로 출전할 정도로 운동을 계속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대학교 시절에 농구동아리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 정도 실력은 아니어서 접었다.


 이후로 군대에 가게 됐고 군대에서 논산훈련소 조교나 헌병 등을 지원하려다 이래저래 뭐가 안 맞아 일반 병으로 복무하게 됐다. 그럼에도 심심치 않게 지나가는 상사들의 ‘야, 너 운동하면 잘하겠다, 몸 좋다.’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 내가 하지 않는 운동 하나가 있다. 바로 근력 운동이다.


 더 쉽게 말하면 요즘은 보통 피트니스센터라고 하는 곳, 옛날 표현을 빌자면 헬스클럽에서 하는 역기 들고 하는 그런 운동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한 가지다. 그냥 너무 지겨워 보여서 하지 않았다. 역기 몇 번 더 들고 무게 조금 더 해서 근육이 부풀어 오르는 그 재미가 나에겐 별 재미가 아니었다. 공을 던지거나 차고 말지, 아니면 차라리 달리기를 하거나... 여하튼 40대 중반이 다 된 지금 이 시점까지 근력 운동을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근력 운동과 쌍벽을 이루는 유산소 운동을 열심히 한 것도 아니다. 그저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한때나마 축구나 농구 등을 통해 자연스레 유산소 운동을 한 게 전부다. 글을 쓰다 보니 중학교 시절에 합기도를 잠깐 배우러 다닌 적이 있기도 했다. 합기도는 몇 개월 정도 하다 말았고 육상부 이후에 축구부 그리고 농구는 취미 정도로 어린 시절에 즐겨했는데 20대 이후로는 그마저도 가뭄에 콩 나듯 아주 가끔 한 게 전부였다.


 그렇게 30대를 보내고 40대도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운동을 안 한 건 그냥 그런데 또 딱히 운동을 안 해서 그렇다고 하기엔 인과관계가 부족하긴 하지만 여하튼 운동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그 여파가 나이가 들어차기 시작하니 슬슬 나타나는 거 같았다. 그래서 함께 글을 쓰는 분들과 이벤트성으로 매일 다양한 실천 사항을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운동을 시작했다.


 대단한 운동은 아니고 걷기였다. 그야말로 나이가 들어차 슬슬 몸이 꺾이는 걸 느끼면서 살기 위해 운동을 그것도 겨우 걷기를 시작한 것이다. 그 시작이 기억에 의하면 근 1년 여 전 겨울이었다. 매일 일을 마치고 1시간 전후로 동네 산책로를 빠르게 걸었다. 1시간 정도 빠르게 걸으면 7 천보 정도를 걸을 수 있었다. 거리는 대략 5km 남짓. 그렇게 3개월을 걸었다. 당시에는 매일 1시간씩 빠르게 걸으면 뭔가 상당히 변화가 생기고 엄청나게 건강해질 줄 알았는데 별 변화가 없어 어느 순간 포기 아닌 포기를 해 버렸다.


 그런데 돌아 생각해 보니 겨울이었음에도 감기를 비롯한 자잘한 질환 하나가 없었던 거 같았다. 아! 효과가 있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 시점이 포기 아닌 포기를 한지 근 1년 정도가 지난 시점이었고 그게 지금으로부터 두 달 정도 전이었다. 다시 걷자. 살기 위해서 걷자 하고 걷기 시작했다.


 실제로 두 달 정도 전에 허리가 너무 아파 죽을 거 같았다. 그래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퍽퍽 빠르게 걸으면 허리통증이 날아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걷기 시작하기도 했는데 정말 그 영향인 건지 허리통증이 사라졌다. 그렇게 두 달여 걷기를 할 즈음 2023년이 지나가고 2024년이 다가왔다. 새해가 돼서 그런 건지 샤워를 하다 문득 뭔가 바꿔 보고 싶었다.


 사실 매일 일 마치고 1시간씩 걷는 게 은근 부담스러웠다. 빨리 걷기만 하는 거라 힘들진 않았지만 시간이 조금... 유튜브 등을 보고 들으며 걸으면 생각보다 금방 가는 시간이긴 한데 긴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시간을 대폭 단축하면서 운동 효과가 나름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을 했다.


 제일 먼저 생각이 난 건 뛰기였다. 하지만 너무 힘들어 금세 포기할 거 같아 뛰기를 하자는 마음을 포기했다. 이어서 든 생각은 자전거 타기였는데 자전거가 없었다. 20대 때 자전거 타다 차에 부딪혀 죽을 뻔했었다. 당시에 같이 살던 엄마가 자전거를 버렸는데 그때 이후로 자전거를 사지 않았다. 딱히 무서워서 라기보다는 자전거 가격이 비싸서...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일단 어떠한 형태로든 조금이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그러다 죽을 거 같아 자전거 타기를 해 보려 했는데 그건 추후에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봄 정도 돼서 한 번 더 고려해 보자 하고 정리했다. 최종적으로 결정한 대안은 아파트 계단 오르기였다.


 살고 있는 아파트가 15층인데 15층까지 걸어 올라가면 시간은 짧은데 반해 나름 운동 효과는 괜찮을 듯하여 계단을 오르기로 했다. 시작은 2024년 1월 2일이었다. 15층까지 올라가는데 2분 30초 정도면 됐다. 1시간을 걷는 운동량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운동량을 요구하겠지만 일단 10층 넘어서부터 헉헉거리는 꼴을 보아하니 짧지만 굵게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운동 효과는 있을 거 같았다.


 그래서 새해 새 다짐을 하는 의미로 가급적 매일 일 마치고 주차장에 주차하고 한 번 올라갔다 오는 방향으로 계단 오르기를 시작했다. 목표는 100일 정도 해 보는 건데 과연 성공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만 성공 가능성을 조금 더 높이기 위해 장치 하나를 마련했는데 걸어 올라가는 그 상황을 영상에 담기로 했다.


 나를 찍는 건 아니고 함께 글을 쓰는 분들에게 확인시켜 주기 위해 올라가는 아파트 층층을 찍기로 했다. 영상도 실제 올라가는 시간인 2분 30초 정도를 그대로 담기로 했다. 영상을 찍어 단순 공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아무도 보지 않는 나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뒤 공유를 했다. 이런 장치 자체가 어쩌면 귀찮음을 유발해 더 쉽게 포기할 수도 있지만 정말 진짜 혹시라도 유튜브 알고리즘이 미쳐서 영상 어떻게 하나 떡상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또 하나의 심적인 장치로 걸어둠으로써 영상을 올리는 귀찮음을 방지하기로 했다.


 보다 젊을 때, 건강할 때 시작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저 오늘 지금부터 뭐라도 할 수 있기를 무슨 방법을 동원하든 몸을 움직일 수 있기를 바라는 바다. 건강해야 일을 하든 놀든 글을 쓰든 식집사 노릇을 하든, 할 수 있을 테니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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