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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Jan 25. 2024

# 3rd 그로로팟, 선택과 집중

https://groro.co.kr/story/8021



 시즌1 때는 11 립 중에 8 립이 발아를 했다. 객원이지만 시즌2는 10 립 모두 발아에 성공했다. 발아성공률이 꽤 높은 편이다. 특별한 방법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또 그런 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시즌1 때는 모든 게 처음이어서 그로로 측에서 제시해 주는 가이드를 거의 그대로 따라 했다. 아니 그런데 딱히 따르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물에 불리고 적신 헝겊 혹은 휴지 등에 올리고 씨앗을 적당히 나눠서 일부는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처음에 파종한 씨앗들이 발아에 실패하면 나중에 다시 하고 뭐 이러저러 여러 방법들을 많은 식집사분들이 제시해 주고 공유해 주셨는데 일단 그냥 다 귀찮았다.



 그저 펠렛은 3개밖에 없는데 씨앗 11 립을 어떻게 올리지 그리고 물에 불린 펠렛을 어디에 두지? 이 고민밖에 없었다. 펠렛을 담을 펠렛 전용 작은 화분은 또 하나밖에 없어서 이거 씨앗 11 립에 펠렛 3개도 조금 그런데 펠렛 전용 화분은 또 하나 밖에 안 줬네... 이거 뭐 어쩌라는 거지 이랬던 기억이 난다. 씨앗을 펠렛이 아닌 그냥 화분에 바로 심으면 안 되나 생각도 하면서 어찌저찌 내린 결론은 에라 모르겠다, 3개의 펠렛에 11 립의 씨앗을 적당히 나눠 다 올리고 2개의 펠렛은 종이컵에 나머지 하나의 펠렛은 그로로에서 준 펠렛 전용 화분에 담았다. 그렇게 8 립이 발아에 성공했다.



 이런 고충(?)이 나만의 고충은 아니었는지 시즌2 때는 펠렛을 10개나 보내줬다. 그래서 펠렛 하나에 씨앗 1 립씩 깔끔하게 올릴 수 있었다. 물론 펠렛 전용 화분은 여전히 하나밖에 없었는데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시즌1의 경험에 의해 펠렛을 굳이 다른 용기에 담을 필요가 없음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그저 물에 불은 펠렛을 적당한 곳에 놓아두면 그만이었다. 더욱이 시즌2 때는 틔운 미니까지 그로로에서 받은 터라 틔운 전용 씨앗 키트가 들어가는 자리에 물에 불린 펠렛을 가지런히 놓아뒀기 때문에 펠렛을 담을 화분 혹은 용기가 필요 없었다. 그래서 그런 건지 시즌1 때도 발아율이 높았지만 시즌2는 100%의 발아율을 보였다.(물론 앞에 다른 글에도 밝혔듯이 그렇게 발아에 100% 성공한 라벤더들은 다 말라죽어 버리고 말았다.)



 이제 시즌3다. 시즌1, 2의 경험이 있고 틔운 미니까지 있는 상황에서 발아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시즌2와 마찬가지로 10개의 펠렛을 틔운 미니에 자리하고 물에 불리고 씨앗을 하나하나 펠렛에 잘 올렸다. 특히 시즌3에 키우기로 한 네모필라는 광발아 종이라고 해서 식물등까지 따로 보내줬다. 하지만 나에겐 틔운 미니가 있어 보내 준 식물등은 잘 모셔 뒀다.



 그렇게 발아를 기다렸다. 온도 관리도 조금 필요한 듯하여 방 책상의 틔운에 자리 잡은 펠렛을 베란다 등으로 옮겨 가며 온도 조절을 해 줬다. 며칠이 지나 7개 정도의 펠렛 표면에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나머지 3개의 펠렛에 올라간 씨앗은 물을 줄 때마다 둥둥 뜨는 거 보니 쭉정이인 거 같아 반포기를 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다른 펠렛에 물을 줄 때 계속 같이 줬다.



 하지만 쭉정이는 결국 쭉정이였다. 발아가 빨라서 떡잎에 이어 본 잎이 나오는 녀석들을 화분으로 옮겨 주는 상황에서도 물을 주면 둥둥 떴다. 시쳇말로 그제야 텄다 싶었다. 화분에 옮겨 준 녀석들 말고 싹이 튼 다른 녀석들을 기다렸다.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갈수록 힘없이 말라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식물을 엄청 많이 키워 본 건 아니지만 처음 겪는 일이었다. 시즌1, 2 때는 발아율도 높았고 일단 발아한 녀석들은 나중에 본 잎이 나오고 한창 자란 뒤에 말라죽은 적은 있어도 싹이 말라죽은 건 처음 봤다. 틔운을 통해 빛도 충분히 챙겨주고 온도 관리를 위해 나름 애도 썼는데 역시 마음같이 쉽게 되는 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아쉬움인지 미련인지 모를 마음으로 일단 더 물을 주며 혹시나 하고 기다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사회생하는 녀석들은 없었다. 기적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 뭐 이런 건 아니었다. 아! 씁쓸하다. 이게 딱 맞는 표현 같다. 씁쓸한 마음까지 같이 담아 결과적으로 발아에 실패하고 싹은 틔웠지만 죽은 녀석들의 펠렛을 치웠다. 그 와중에 처음 화분에 옮긴 세 녀석들 말고 한 녀석이 뒤늦게 싹을 틔우고 꿈틀거려 그 녀석은 아직 남겨 뒀다. 빛이 중요한 종이라고 해서 틔운 전용 키트가 올라가는 판을 빼고 그 자리에 화분 3 총사와 아직 펠렛이라는 요람을 벗어나지 못한 녀석을 같이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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