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야기하는 늑대 Mar 05. 2024

2024년 3월 3일

https://groro.co.kr/story/8672



 3월이다. 벌써 3월이다. 2024년 해가 밝아온 게 엊그제 같은데 그야말로 벌써 3월이다. 3월이면서 3일이다. 삼겹살 데이이기도 하다. 청주는 삼겹살 거리가 있다. 그래서 아마 오늘 행사를 했을 것이다. 시에서도 미는 행사인데 그렇게 호응이 좋은 거 같지는 않다. 전국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건 고사하고 청주 사람들도 잘 가지 않는 행사인 거 같다. 물론 내가 잘 가지 않는 행사라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조만간 있을 벚꽃축제와는 확연하게 비교되는 행사다. 뭐 여하튼 오늘 삼겹살 데이라고 특별히 삼겹살을 먹으려 한 건 아니니 이쯤에서 접어 두자.



 엊그제 삼일절이라 독립기념관에 가려 했는데 말았다. 갑작스레 갈까 했는데 이래저래 가지 못했다. 그리고 어제는 아버님 생신이라 댁에 찾아가 아버님, 어머님과 함께 고기도 꿔 먹고 술도 한 잔 했다. 오늘은 삼일절에 가지 못한 독립기념관을 대체하기 위해 딸아이와 함께 동물원에 가기로 했다.



 청주에도 동물원이 있다. 크지 않은 동물원이지만 여하튼 메인이라 할 수 있는 호랑이, 사자, 곰은 볼 수 있는 동물원이다. 최근 수달을 들여와 동물원 초입에 크게 우리를 꾸며놔서 조금 더 볼 게 생긴 동물원이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가는 동물원이다. 서울대공원이나 에버랜드 심지어 그리 멀지 않은 대전에 있는 동물원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그래도 호랑이, 사자, 곰을 보러 가기엔 나름 괜찮은 동물원이다.



 그렇다고 타지에서 시간을 들여올 만한 동물원은 아니다. 동물원을 둘러보고 나면 드는 생각은 호랑이, 사자, 곰은 있는데 그거 말곤 뭐가 없다. 그리고 많이 낙후됐다. 이 정도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 부분은 동물원의 입장료로 어느 정도 상쇄가 된다. 어린이는 500원, 성인은 천 원이다. 여타 나름 갖추어진 동물원에 비하면 정말 상당히 저렴한 입장료다.



 입장료가 천 원이라고 하면 호랑이, 사자, 곰 이외에 특별한 동물이 없는 게 이해가 되고 시설이 낙후된 부분도 그냥저냥 넘어가게 된다. 그럼에도 청주를 사랑하는 시민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동물의 종류가 적은 건 그런가 보다 할 수 있는데 시설이 낙후된 건 영 마음에 걸렸다. 살고 있는 동물들의 만족도와 그걸 관람객으로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이란 측면에서 영 마음이 걸린다.



 시에서 운영하는 동물원인 걸로 알고 있는데 입장료를 조금 더 받더라도 낙후된 시설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방문할 때마다 든다. 지금 입장료가 워낙 저렴해 3천 원 혹은 5천 원 선까지 올려도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용객들에게 크게 반감이 일진 않을 거 같다. 그리고 올린 금액만큼 동물들이 그래도 조금 더 나은 시설에서 살 수 있게 보완해 간다면 살고 있는 동물들의 삶과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동물원에 들어서면 맞아 주는 수달을 보고 올라가면서 곰, 호랑이, 원숭이, 스라소니, 사자, 염소, 독수리, 두루미, 부엉이, 여우, 얼룩말, 미어캣, 늑대 등을 봤다. 특히 오늘은 얼마 전에 갈비사자로 뉴스에 나왔던 ‘바람이’를 봤다. 마음이 아플 거 같아 뉴스를 자세히 보지 않아 어느 정도로 참혹한 상태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갈비사자라는 표현을 통해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그 바람이가 멋있는 갈기를 뽐내며 살이 오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그 와중에 나름 마음이 좋았다.



 그리고 이전에도 있었는지 이번에 새로 만든 공간인지 잘 모르겠지만(오늘 둘러보니 여기저기 손을 본 곳이 꽤 있었다.) 추모관이라는 곳이 있었다. 동물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대충 추모의 대상이 짐작이 갔다. 확인을 하기 위해 높은 경사를 아이 유모차를 낑낑거리며 끌고 올라가 봤다. 예상대로 동물원에서 살다 간 동물들을 추모하는 공간이었다.



 아이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가끔 동물원에 간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우선 하고 이야기를 해 보면 개인적으로 동물원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늠름한 호랑이나 사자를 보는 걸 좋아하지만 그럼에도 동물원이 없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야생에 있어야 할 동물을 그 목적이 무엇이든 결국 잡아 가둔 거기 때문에 동물들 입장에서는 사람들의 이기적인 욕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동물 종의 연구라는 나름 긍정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사실 그보다는 동물들을 모아 가둬 놓고 인간들이 돈을 버는 게 주 목적인 공간일 것이다. 물론 오늘 보니 야생에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구조가 된 상황에서 영구적인 장애 등으로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동물들을 보살피는 역할을 일부 하는 걸 보기도 했다. 이런 부분은 의미가 있지만 그럼에도 인간들끼리 돈을 주고받는 영리적인 목적이 더 크다는 건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추모관의 의미가 조금 더 남다르게 다가왔다. 그럼 앞으로 동물원에 가지 않을 거냐고 묻는다면 자주는 아니어도 아이에게 움직이는 동물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가끔 갈 거라고 대답할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이 있지만 나란 사람이 이거 뭐 또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이기적인 합리화를 하는 별 수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다만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 그리고 갇혀 사는 여생이 답답하겠지만 조금이라도 나은 환경이 되길 바라는 눈으로 동물들을 바라볼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는 안 망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