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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로팟 4기를 맞아 토마토, 가지 그리고 적환무 중에 적환무를 신청했다. 적환무를 신청한 이유는 이사를 앞두고 있던 시점에 이사를 가게 되면 작은 화단이 생길 예정이었다. 화분이 아닌 땅에 적환무를 심고 잘 영근 뿌리를 뽑아 보고 싶어서 선택했었다.
이사를 하기 직전에 적환무 키트가 와서 이사를 하고 정리하느라 언박싱이 상당히 늦어졌다.(키트를 받고 한 달 정도 뒤) 박스를 뜯기 까지가 어려운 거지 한 번 뜯으면 일사천리다. 잘은 못해도 하던 대로 화분에 흙이 새 나가지 말라고 망을 깔고 흙을 채우고 적환무 씨앗을 심었다.
남향인 창문에 화분을 두면 좋겠지만 자리가 마땅치 않아 어쩌다 보니 북향 처마 아래 화분을 뒀다. 그럼에도 신비로운 생명은 싹을 틔웠다. 하지만 며칠을 지켜보니 영 시원치 않아 결국 원래 목적이었던 1층의 화단으로 옮겨심기로 했다.
원래 목적은 앞에도 이야기한 것처럼 화단에 심기로 한 거였는데 일단 싹이 날 때까지는 화분에서 지켜보고 분갈이대신 화단으로 옮기자 했는데 귀찮아서 미루고 미루다 올라온 싹이 뭔가 웃자라는 거 같고 영 힘들어 보이기에 비로소 화단으로 옮기게 됐다.
화단은 물주는 걸 한 두어 번 놓치면 말라죽을 거 같을 정도로 햇빛이 잘 들어오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북쪽에 둔 미안한 마음을 덮을 수 있을 거 같다는 기대와 함께 엄마의 품을 닮은 대지에 옮겨 심었고 아빠의 지원 같은 짱짱한 햇빛을 받을 테니 잘 자라겠지 했다.
물은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줬다. 적환무가 과습 등을 조심해야 하는 종인지는 정확히 확인을 못 했지만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볕이 너무 좋아 물을 매일 줘도 별 문제가 없을 거 같았다.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준 거 같다. 실제로 적환무는 별 탈 없이 잘 자랐다.
쑥쑥 자라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제법 무의 잎 같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랐다. 잎이 괜찮았는지 벌레들이 신나게 뜯어먹은 걸 확인할 수도 있었다. 잎이 연하고 보드랍고 먹을 만하게 잘 자랐으니 벌레들이 뜯어먹었겠지 하면서 이제 슬슬 뽑아 볼까 하는 생각을 며칠 전부터 했다.
뽑아야지 하면서 하루 이틀 미루다 오늘 목요일 드디어 뽑았다. 농부처럼 시원하게 잎줄기를 잡아 채 뽑으려 했는데 혹시 상할까 싶은 소심한 마음에 주변 흙을 살살 걷어 내고 뽑았다. 아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냥 망했다. 다 망했다.
온전하게 동글 불룩하게 자란 녀석이 하나도 없었다. 다섯 립을 심었는데 싹은 다 틔웠지만 화단으로 옮기는 시점에 한 녀석이 누워 결국 죽었고 네 녀석이 남았는데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얇은 당근인지 인삼뿌리인지 뭔지 모를 두께의 적환무라고 하니까 적환무인 줄 아는 녀석을 보면서 헛웃음을 삼켰다.
거 참, 뭐 별수 있나. 실력 없는 식집사 손에서 그나마 자라준 게 다행이지 하면서 다시 심기로 했다. 먹을 순 없을 거 같았고 그렇다고 잡초처럼 휙 집어던져 버릴 수도 없었다. 다시 심으면 살긴 살 수 있으려나 싶으면서도 다시 심고 흙을 조금 더 촘촘하게 덮어 줬다.
더불어 여름을 맞아 수박을 먹다가 씨를 모았다. 원래 수박을 먹을 때 씨를 발라내지 않고 그냥 다 삼키며 먹는 편이다. 그런데 또 식집사 아닌가? 식집사는 모름지기 씨만 보면 환장을 한다. 심고 싶어서...
기존의 수박 먹는 성향을 저 버리고 열심히 씨를 발라내 모아 물기를 하루 이틀 말리고 오늘 적환무를 정리하면서 옆에 땅을 조금 정리하고 같이 심었다. 사실 심었다기보다는 뭐 싹이 나오려면 나와라! 이런 마음으로 그냥 씨를 뿌렸다. 못해도 스무 립은 넘게 뿌렸으니 하나는 싹을 틔우겠지 하면서 혹여 잡초인 줄 알고 뽑지 않기를 바라며 정리하고 올라왔다.
적환무는 아직 씨앗이 남아 있으니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다 남은 씨앗을 조만간 마저 심으려 한다. 샐러드 만들어 먹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