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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론

카네기 교육 과제

by 이야기하는 늑대

Part 2


<걱정을 분석하는 기법>

1. 사실을 파악하라. 콜럼비아 대학교의 헉스 회장이 한 말을 기억하라. “이 세상 걱정의 절반은 결단의 근거가 되는 지식을 충분히 갖추지 않고 서둘러 결단을 내리려는 사람들에 의해 일어난다.”

2. 온갖 사실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에 결단을 내려라.

3. 일단 결단이 내려지면 실행하라. 그 결과에 대해서 불안해하지 말라.

4. 어떤 문제에 대해 걱정이 생길 경우, 다음의 물음을 생각해 보라.

4-1. 문제는 무엇인가?

4-2.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가?

4-3.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한 방법은 무엇인가?

4-4. 최선의 해결책은 무엇인가?

위 내용은 카네기 교육 교재 [스트레스론]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최근에 많이 불안했다. 아니 사실 지금도 많이 불안하고 걱정이 된다. 지금 일하는 곳에서 일을 시작한 지 5년 정도 됐을 때 그만 둘 생각을 했다. 일하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입에 달고 사는 그만둔다는 말이 아니라 진짜 그만 둘 생각이었다. 그만두고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작가가 돼서 멋진 책을 내고 인세를 받아먹으며 살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일단 일은 하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퇴직금 등이 있는 곳이 아니니 당장 나갈 순 없었다. 더욱이 아내가 임신을 했을 때라 쉽게 나갈 순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그만두고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접진 않았다.


하지만 한 달 정도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아! 이거 글로 먹고사는 게 보통 일은 아니겠구나... 기존 작가도 많고 나 같은 아마추어 작가는 더 많고 그들이 쏟아내는 글과 책은 더 많았다. 책만 기준으로 삼아도 일 년에 몇 만 권의 책이 나온다는데 그중에 각광을 받아 소위 베스트셀러에 올라 의미 있게 팔리며 인세를 받아먹고 살 길은 정말 요원해 보였다. 한 달 급여를 300만 원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책을 한 달에 3천 권을 팔아야 했다... 헉! 도무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래도 글 쓰는 걸 멈출 순 없었다. 당장은 현실이라는 벽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지만 나중을 기약하며 글을 계속 쓰기로 했고 그렇게 다시 5년이 지났다. 일은 점점 하기 싫어졌고 글은 잘 안 써졌다. 정말 많이 불안했고 걱정이 됐다. 와중에 아이가 태어나 걱정과 불안은 당면한 현실이 됐다. 그럼에도 글쓰기를 멈추진 못 했다. 문제는 그러면서 일도 점점 하기 싫어져 눈앞의 현실을 보고도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까지 가게 됐다.


물론 글을 쓰면서 글로 돈을 전혀 못 번 건 아니다. 글을 쓴 시기가 근 5년이 다 돼 가는데 그중에 2년 정도는 매달 20여 만 원 정도를 벌었다. 어느 정도의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었지만 사실 전체 생활비를 놓고 보면 새 발의 피 수준이었다. 그리고 재작년 겨울에 꾸역꾸역 해 오던 일을 다시 그만 두기로 마음먹고 다른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상황이 아주 어정쩡했다. 아이까지 키워 가는 삶은 겨우 겨우 버텨 냈고 일은 하기 싫었으며 글로 버는 돈은 용돈 수준이었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근 10년을 몸담은 회사를 정리하고 다른 곳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회사에서 계속 일을 하는 게 더 쉬운 길이었지만(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회사에서 주는 일을 받기만 하면 됐지만) 싫었다. 회사가 질렸다. 그래서 다른 곳을 알아보고 갈 곳을 찾았다. 사실 처음엔 나이도 있고 해서 두려웠으나 은근히 찾아 주는 곳이 많았다. 그래서 약간의 자신감도 생겼다. 그래서 여차저차 정리하고 나가려는 준비를 했다. 하지만 뭐가 잘 안 되려는지 그 시간이 근 1년이 걸렸다. 어? 이게 아닌데... 뭔가 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회사를 그만둔 건 아니기 때문에 당장은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매일매일 불안과 걱정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글은 계속 썼다. 희한한 일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어찌 보면 나도 모르게 글쓰기를 통해 불안과 걱정을 달랬던 거 같기도 하다.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과 진전이 안 되는 상황 속에서 예전에 같은 팀에 있던 선배의 일을 같이 해 보자는 제안이 왔다. 사실 처음엔 조금 시큰둥했다. 왜냐하면 2년 정도 전에 내가 먼저 일 좀 같이 해 보자고 했을 때 선배의 상황이 녹록지 않아 거절당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거절이 잘못됐고 기분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당시 상황에 의하면 선배는 날 받아 줄 수 없었고 나도 그 부분을 충분히 이해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이해를 했다고 다 넘어가지는 건 아니다. 여하튼 그래서 제안을 받고 속으로 아니 뭐 지금 내가 조금 급하긴 한데 그래도 딱히 마음은 없는데 이럴 거면 그때 같이 하자고 할 때 좀 하지... 뭐 이렇게 생각했던 거 같다.


하지만 선배가 지속적으로 설득을 했고 결국 난 못 이기는 척 넘어갔다. 그렇게 다시 같이 일을 시작하기로 하면서 많은 부분에 있어 불안과 걱정이 다소 해소가 됐다. 물론 아직 100% 확정적인 건 아니지만 일단은 같이 하기로 했다. 아직은 아닌 거 같다는 마음은 일을 하면서 채워지거나 오히려 더 커질 텐데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될 문제라고 정리했다. 그리고 이런 부분을 글을 통해 풀어낼 수 있어 불안과 걱정을 조금은 더 바르게 인식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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