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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Jun 01. 2021

완벽한 하루

 완벽한 하루라 …. ‘완벽’은 ‘완전’과는 조금은 다른 의미일 것이다. 잘 모르겠지만 의미도 의미지만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사전적 의미가 다름이 설명이 돼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건 이성으로서 설명이고 감성으로서 설명은 국어사전만으론 충분치 못하다. 내 이해력이 딸리는 걸 수도 있고. 그래서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완벽한’과 ‘완전한’을 혼용해 쓰도록 하겠다.



 여하튼 지금까지의 삶을 생각해보면 완벽한 혹은 완전한 날이 있었나 싶다. 그와 동시에 불완벽하거나 불완전한 날은 어떤 날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쓰고 보니 ‘불완벽’이란 단어가 이상하다. 완벽의 반대말이 뭐지 아…. 뭐지 모르겠다. 딱 하고 와닿는 단어가 없다. 고등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국어 공부 좀 더 해야겠다. 우리말인데 우리말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민망함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시점에서 한 가지 고백을 해야겠다. 앞에서도 얼핏 언급했지만 부족한 국어실력에 근거해 완벽과 완전을 혼용해 쓰기로 한 것처럼 불완벽과 불완전도 혼용해 쓰기로 하겠다. 다소 비겁할 수 있겠지만 표현에 어려움이 있을 때 살살 피해 가려고 하는 마음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다시 질문에 대한 답으로 돌아와 보자. 완벽하거나 완전한 날에 대한 기억이 마땅치 않은 것처럼 완벽하지 않거나 불완전한 날의 경험도 특별하게 남아 있지는 않다. 늘 언제나 항상 뭔가 조금은 부족한 듯, 한쪽으로 치우친 듯 그런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런 나날들의 후회와 한탄으로 다음 날은 보다 완벽하고 완전해지길 바라며 잠이 든다. 하지만 그다음 날도 결국엔 전 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를 맞이하고 잠들 때 또 기도를 한다. 내일은 완벽한 하루를 보내야지 …. 결과는 여지없이 또 꽝이다. [닥터스트레인지]라는 영화에서 악당인 ‘도르마무’가 반복되는 시간의 감옥에 갇혀 절규하는 모습이 문득 떠오른다. 나 역시 그 악당이 갇힌 시간의 감옥과 다르지 않은 막연한 기대와 기도의 감옥에 갇힌 건 아닌지.     

 


 늘 잠들며 내일은 완벽하길 바라지만, 아직 그 완벽한 날을 경험해본 적이 없기에 완벽한 하루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단편적으로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 하는 일들이나, 준비하는 것들을 위해 매일 지속적으로 해야 되는 것들을 모두 마친 그런 날이 완벽한 하루일까? 글쎄 ….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을 이겨내면 성공한다고도 하는데 그런 걸까. 충분히 이해가 되고 사실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기를 바라지만 또 한 편으로 그런 하루하루는 너무 기계 같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완벽이란 단어에서 부족하거나, 필연적으로 실수를 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 아닌 기계가 연결되는 게 더 당연하기도 하다. 그런 기계 같은 완벽한 하루를 기대해서 뭐가 안 되는 건가 하는 찝찝함이 문득 따라붙는다. 뭐 그렇게 보내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면죄부 같은 생각을 에둘러 표현하는 거기도 하고. 그래도 그렇게 보내는 하루가 완벽한 하루라고 100% 확신하고 싶진 않다. 괜한 고집은 ….     

 


 업무적인 성과를 낸 날이 완벽한 날인가. 세상 누구보다 즐겁게 논 날이 완벽한 날인가. 아니면 맛있는 걸 많이 먹은 날이 완벽한 날인가? 어떤 이유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의 마음이 분명하게 뿌듯한 날이 있긴 있는데 그런 날이 완벽한 날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지금의 내 하루하루는 생각하기에 따라 자유롭게 보여질 수도 있고, 엉망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누가 그렇게 보느냐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 일 것이다. 어떤 날을 보내든 내가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이해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지금의 내 하루하루가 완벽한지 아닌지를 떠나서도 한 번 생각해보자. 자유로운 하루인지 엉망인 혹은 불안함을 안고 있는 하루인지를 이야기해보라고 하면 분명 자유로운 하루하루를 보내는 건 맞지만, 찐득거리는 불안함이 늘러 붙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 완벽한 하루고 나발이고 징그럽게 늘러 붙는 이 불안을 없앨 수 있다면 아니면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완벽한 날이겠구나! 드디어 답을 찾았다. 나에게 있어 ‘완벽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런데 그 불안함 어떻게 이해하지 ….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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