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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로 그 아이 Jul 08. 2024

당신의 추억은 몇 광년인가요

연재 마지막 회

"너, 이리 와 봐요.

이름이 뭐예요?"

"정아요."

"엄마는 어딨어요?"

"집에요."

"지금 어디 가요?

"교회요."

"그렇구나, 앞으로는 조심해서 다녀요,

어제 개똥 밟았죠?"

"(화들짝) 봤어요?"

"후훗, 잘 가요......"


영신이 집에 살 때, 길 건너에 교회가 있었다.

일요일 아침 교회 종소리가 울리면 나는 매번 날계란과 간장을 넣어 비빈 아침밥을 먹고 혼자 교회에 갔다. 교회에서 무엇을 했는지 일일이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어느 날은 빵을 받아 무척이나 .


정아의 모습이 교회의 철문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바라다. 아련한 마음을 두고 돌아선다.



15회로 연재를 끝맺으려고 한다.

이번 연재 '추억은 솜사탕 같아'에서는 여섯 살 때 이야기를 주로 썼다. 내 인생에 가장 완벽에 가까운 행복을 누린 시기다. 영혼이 맑고 자유로웠으며 부족함이 뭔지 몰랐던 때였다. 그 순수함을 관조하고 싶었다. 이런 아이의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불행이 비집고 들어 올 틈이 없겠지만, 복잡한 이 세상은 안타깝게도 아이의 순수성을 그대로 놓아두지는 않는다.


사실 15회에 끝내는 것은 아쉽기도 하다. 아직 쓸 이야기는 많다.

이웃집 도우미 언니 이야기, 만화방 아이스크림 이야기, 개똥 밟은 전말, 사촌 남동생의 오줌을 음료수인 줄 알고 마셔 버린 이야기 등. 하지만 결말이 다소 명확하지 않거나 유쾌한 내용이 아닌 것은 모두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15회에서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 연재는 나에게 임무 같은 것이었다. 내 기억 속에서 나와 가족, 우리의 행복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그 과정이 즐겁고 의미 있으면서 왜곡되지 않게 그려져야 하기에 매회마다 부담도 있었고 최선을 다해야 했다.


이제 나에게 주어진 일을 끝마쳤다는 안도감이 밀려옴과 동시에 이 마저도 이별인가? 하는 쓸쓸함도 있다.

하지만 기록을 펼치면 그 시절이 그대로 살아난다. 나는 추억을 내 마음속에 저장함과 동시에 글 속에 보관해 두었다. 그것이 이 시리즈를 쓴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조경철 천문대에서 촬영한 은하수




평소 즐겨 보는 과학 채널에서 매우 놀랍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 먼 우주의 별에서 우리를 초고성능 정밀 줌 망원경으로 관측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들이 보는 것은 실시간의 우리가 아니라 '과거'의 우리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본다'는 것은 그 물체에 반사된 '빛'이 우리 눈에 들어오는 현상입니다.

내가 꽃을 보려면 빛이 꽃에 부딪혀 반사가 되고 그 반사된 빛이 내 눈에 들어와야 됩니다.


지구에서는 빛이 사물에 부딪혀 우리 눈에 들어오기까지 시차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1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이나 돌 만큼 빠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구에서 지구 밖으로 빛을 보냈을 때 빛이 도달하는 데는, 달 1.5초, 태양 8분, 토성은 80분가량이 걸린다고 합니다.


범위를 넓혀, 지구에서 1광년 떨어진 별에 빛을 보내면 1년 뒤에 도착합니다. 광년이란 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이기 때문이죠. 그 별에서 내가 보인다는 것은 1년 전에 출발한 빛이 지금 도착된 것이고, 그들은 지금 나의 1년 전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20광년 별에서는 20년 전의 당신이 관측되고, 10광년 별에서는 10년 전의 당신을 지금 보고 있는 것이지요.


잘 따라오고 계신가요?
많이 놀랐죠?
어렵지 않아요^^;

저도 문과입니다.
저도 처음엔
이게 무슨 북두칠성에서 국자 던지는 소리냐 싶었지만
들어보면 이해됩니다.

자 심호흡 한번 하시구요,
들숨 짧게, 날숨 길게...
들숨..날숨..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50광년 별에서 보고 있는 당신은 지금 태어나고 있습니다.(50세인 경우)

50년 전의 당신이니까요.

30광년 별에서 본 당신은 첫사랑에게 고백을 하고 있군요. 차였다고 울지는 말아요, 다른 별에서는 조금 뒤에 좋은 사람이 포착되고 있거든요.

몇 해 전에 돌아가신 부모님이, 5광년 별에서는 아직 살아계신 모습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생은 이 우주의 수많은 별들에서 지금도 재생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우주 속에는 관측된 은하만 해도 2천억 개가 넘구요, 이 중 지구형 행성, 태양계 유사 행성도 많습니다.

관측 기술이 발달한 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론상으로는 가능한 이야기라는 것이지요.


별을 보고 감상에 젖어, 그리운 부모님이 어디쯤 계실까 눈물짓는 때가 있습니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어떻게 별에 계셔? 하나님 나라로 가셨는데.'

 한숨짓지만, 이제는 부모님이 어느 별에서 관측되실까 하고 그 별을 찾아보는 것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 우주는 온통 우리 삶으로 가득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슬펐던 그날도, 기뻤던 그날도 우주는 잠잠히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별에서 당신을 관측하고 있는 것과, 멀리 지난 이 시점에서 우리의 생을 관조하고 추억하는 것은 닮아 있습니다. '산다는 것'은 무한하지 않기에 뒤돌아 바라보는 순간이 옵니다. 추억하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요.

때로는 그리운 시절, 그리운 사람을 찾아 떠나는 내면의 추억 여행이 나에게 힐링이 되기도 합니다.

혹자는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미래로, 미래로!를 외치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 과거도 한 때는 소중한 현재였고 미래였습니다. 그 순간을 밟지 않고 오늘까지 올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지나고 보니 모든 순간이 아름답지 않은가요? 들었던 그 아픔도 조금은 무뎌졌죠.

행복과 불행이 희미한 씨줄, 날줄로 얽혀 아름다운 한 폭의 비단을 짜 놓았습니다.

기쁨 슬픔 모두 우리에겐 잘라낼 수 없는 소중한 부분입니다.


어느 지점은 각자의 삶과 교차하며 따로 또 같이. 우리는 그렇게 광활한 공간과 억겁의 시간을 과거로부터 미래까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심오한 의미로 존재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저 별들이 우리를 끝없이 반추하고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나는, 당신은, 우리는

우주가 인정한, 영구 소장 가치가 있는 레어템 같습니다.

태어나 이 우주에 잠시라도 존재했다는 것만으로도 백 년 뒤, 천 년 뒤, 그 어느 별에서 만큼은 관측이 될 테니까 말입니다.


장마가 걷히면, 나의 탄생이 관측되고 있는 그 별을 찾아, 축하를 보내고 싶습니다.

몇십 년  결국에는 지금의 내가 되겠지만, 그 인생 응원하니 열심히 한번 살아 보라고 말해주고 싶군요.


그래, 생각보다 별 볼 일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가 소중한 것은 무엇이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가 바로 그 '무엇' 자체이기 때문 거야.






지금까지
'추억은 솜사탕 같아'
연재글을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작가님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대문 사진

네이버 블로그 '흙토끼의 일상' 흙토끼님 제작


별 사진

네이버 블로그 'Carpe Diem' 호랑님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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