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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로 그 아이 Aug 06. 2024

샤인머스캣



오래전, 고향 친구집 방문길에

샤인머스캣을 한 아름 갔다.

귀하던 그 과일을 받고 활짝 필

친구의 반달 눈웃음 떠올리며.



놀랍게도

친구네 식탁 위에 놓여 있던

연둣빛 롱한 샤인머스.

인생길 동행해 온 친구에게

귀한 것 주고 싶은, 같은 마음.



삶은 때때로 땡감처럼 떫지만

우리 우정은 잘 익어 단맛 난다.

웃고 떠들며 함께 먹어 본

그날의 달콤한 샤인머스캣처럼.








나에게는 고등학교 단짝 친구가 있다.

지인은 많지만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유일한, 가족 같은 친구이다. 이 시는 친구와 겪은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처음 샤인머스캣이 나왔을 때, 너무 비싸서 사 먹어 볼 엄두가 안 났다. 한 박스에 두 송이 정도 들어 있는데 4만 원이라 했다. me쳤다. 샤인 머스깽이 그깟 포도 안 먹고 말지, 수입 청포도를 먹고 말지 싶었다.


어느 날 모임에 갔더니 S엄마가 먹어 보라며 샤인머스캣을 씻어서 가져왔다. 윗집에서 물이 터져가지고 불편을 줘서 미안하다고 샤인머스캣 한 박스를 사 왔다면서.

달고 톡특한 맛이 느껴지고 시지 않아서 좋았다. 하지만 어릴 때 귀했던 바나나처럼 자다가도 눈이 번쩍 뜨일 그런 맛은 아니었다.


친구와 전화는 자주 해도 서로 다른 지역에 살다 보니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 오래전에 고향 갔을 때 초대를 받았는데 무엇을 사 들고 갈까 생각하다 보니 샤인머스캣이 떠올랐다. 친구는 먹어 봤을까? 분명 못 먹어 봤을 것이었다. 친구가 좋아할 생각하니 아까울 하나도 없었다. 말로만 듣던 비싼 샤인머스캣을 이럴 아니면 언제 맛볼 것인가.

친구집에 도착했는데 친구가 내 손에 든 걸 보더니 박장대소했다.

"이 비싼 걸 왜 사 왔어 ㅋㅋ"

친구 손에 이끌려 갔더니 식탁 위에 샤인머스캣이 이미 놓여 있었다.

"너는 왜 샀어, 이 비싼 거를... 초대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지."

그날 그 귀한 샤인머스캣을 배 부르도록 먹었다. 담소가 끊이지 않았다.




생활시라고 써 보았다. 잘 쓴 건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도종환 시인은 생활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생활시는 단순한 생각의 나열이나 재현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게 하는 시이다.
삶에서 우러나오지만 시를 통해 다시 삶을 돌아보고 가꾸게 하는 역할을 한다.

가볍게 생각하던 생활시에 무게를 느끼는 순간이다.









사진출처 :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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