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생 소위 말하는 그 명품 가방을 사 본 적이 없다. 선물 받은 적도 없다. 아들이 첫 월급을 받고 가방 사고 싶냐 물어봤다. 나는 펄쩍 뛰었다. 네가 고생해서 번 돈으로 내허영심을 채워서야 되겠느냐. 나중에 네 여자친구한테나 사 줘라.
결국 루땡땡 파우치를 받았다. 화장품을 넣어 다닐 수 있는, 가방보다는 싸지만 아마 내 평생 가장 비싼 선물이 아니었나 싶다. 너무 고맙고 미안했다. 아까워서 쓰지는 못하고 진열대에 올려놓았다.아참, 엄마가 옷 좀 사 입으라고 많은금액을 주신 적은 있다. 항상 단벌 신사로 살아가는 딸을 보고 속이 터져서 참다못해입금해 주셨다. 그 돈으로 옷은, 단 한 벌도 안 샀다. 생활비로 다 썼다.
신혼 때부터 남편에게 비싼 선물을 못 사게 했더니 정말 평생을 안 사주었다. 나는 항상 그래왔던 것 같다. 그 돈 있으면 생활비 하겠다고.
일단 명품 가방이 갖고 싶지도 않다. 나 같은 취향의 사람들이 더러 많을 것이다. 그냥 그 가격을 주고 가방을 사는 게 맞나 싶다. 갑자기 비를 만나면 몸을 웅크려 사수해야 한다고 들었다. 가방은 실용성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데 신줏단지 모시듯 모시며 살아야 되는 불편을 어떻게 감수해야 하는가.
하지만 명품 가방에겐 잘못이 없다. 그것을 사는 사람에게도 잘못이 없다. 자기 능력대로, 자기 취향대로 살면 되는 것이다. 모임에서 어느 엄마가 아이 대입 축하 선물로 백을 받았다고 들고 왔을 때, 다 같이 축제 분위기였다. 주부도 고생한 대가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아니 남편분들, 아내들에게 플렉스 좀 해주세요. 내가 아는 그녀들은 밤낮 애들 걱정, 살림 걱정으로 맘 편한 걸 본 적이 없답니다.
하지만 나는 괜찮다. 정말 내겐 부담스럽다. (혹시 강한 부정은 긍정인가? 노노, 액면 그대로다.)
지하상가에서 산 가방도 충분히 예쁘고 튼튼하다. 이 시에서처럼 내가 소중히 받아들이면 그것이 바로 명품이라 생각한다. 색깔별로 코디하기도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하지만 단벌 신사는 하나만 있어도 충분하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