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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로 그 아이 Aug 20. 2024

10분 빨리 가는 시계



나의 시계는 10분 빨리 간다

10시를 가리킬 때

세상은 9시 50분

시계보다 10분 늦게 오는 세상



10분 먼저

부지런한 어부가 되어

별빛으로 그물 짜 놓고

수평선 아래 태양을 향해

힘차게 그물을 던진다

함께 볼 일출을 준비하기 위하여



약속 시간, 내 시계는 30분

그녀 시계는 20분

그녀 30분을 향해 달려올 때

나는 그녀의 더위를 날려 줄

수다 몇 조각 얼려 두었다가

그녀의 커피 위에 쏟아 주리라



네가 4시에 오면 3시부터 설렌다는

어린 왕자처럼

나의 10분은 해종일

다가올 세상을 기다리는 설렘

미리 비질하고 하루를 맞는

정돈된 마당 같은 시간



살짝 앞서가는 시공간 속에

먼저 마중 나가 환영 준비하는

나의 달뜬 시간 여행

나만의 비밀








우리집 거실 시계는 20년 넘게 7분 빠르게 맞춰 놓았다. 출근과 등교 준비 시간을 이 시계를 기준으로 움직이면 7분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여 그리하게 됐다. 7분인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조금 빠르게 해 둔다고 돌려놓은 것이 7분이어서 쭉 그렇게 놔두게 됐다.


시에서는 7분이라고 하면 왜 하필 7인가에 의문을 둘 수 있을 것 같아 10분으로 했다. 시적 화자는 실제의 작가완전히 일치하지만은 않는다. 시 속의 '나'도 현실 속의 내가 아닌, 내가 꿈꾸는 나이다.


하루에 잠자는 시간을 8시간이라고 했을 때 깨어있는 시간은 16시간. 이 시간 동안 1분 1초도 허투루 보내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우리에겐 10분이 참 중요한 순간이 있다.


출근 시간, 수업 시간, 예배 시간, 약속 시간,, 내 시간이 아닌 남의 시간을 지켜 주고 존중해 주어야 할 때 더 그렇다고 본다.

약속 시간에 나 역시 늦은 적이 많다. 나는 칼 같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세월이 갈수록, 나이가 들수록.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 선 지금은, 남은 시간의 소중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

그러기에 내 시간이 소중하다면 남의 시간은 더욱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본다. 귀중한 시간을 내어준 이에게 5분, 10분 아무렇지 않게 그의 시간을 삭제해 버리는 것이 이제는 큰 무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10분 빨리 맞춰 놓고 그 시간대로 살면 조금 더 앞서 일을 수행하고 기다리는 여유로움이 있지 않을까 그런 바람에서 써 본 시이다.






※저희 큰오빠의 큰 응원 덕분에 메인 화면에 처음으로 올라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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