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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로 그 아이 Nov 26. 2024

하늘나라 요리 스타

 


우리 할머니는

하늘나라에서도 소문난 요리사야

할머니의 유일한 요리 도구는

별을 박아 반짝이는 북두칠성

국자를 닮아 제일 좋아하시던 별자리지



오늘은 하늘 요리사들의 요리 대회가 열리는 날

별 단추 예쁘게 채우며

내 마음도 달려가고 있어



밤하늘 빼곡한 별들은

싱싱한 요리 재료들

쉿! 대회가 시작 됐대



물고기자리에서 그물에 잡힌 물고기

마차부가 실어 이랴이랴 달려가네

게자리에서 잡은 꽃게 꽉 움켜쥐고

독수리는 성간을 날렵하게 비행하지



재료를 건네받은 할머니

요술 부리듯 북두칠성 휘돌리며

생선찜과 꽃게탕을 시작하셨어

이마에 송송 맺힌 별 같은 땀방울



톡톡 또로롱 또로롱

별이 맛있게 익어가는 소리

촤아 촤르르 촤르르

불맛 나는 별빛 마리네이드*

은하수 듬뿍 떠 작은 별 동동 띄우면

턱이 얼얼 얼어붙는 할머니표 식혜



하늘나라 외뿔소 내려와

나를 태우고 올라

우리 할머니 수프 한 국자 떠서

내 입에 넣어 주셨

하나 굴러 다니다 터지는 그 맛

이븐하게* 잘 익은 한 덩이의 별무리



모두가 숨죽여 날 보고 있어

'......'

나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엄지를 치켜세웠어



별들의 눈물이 쏟아지네

들썩들썩 축제가 벌어지네

별 숫자만큼이나 이어지는

끝없는 기립박수

할머니 나를 끌어안고 고맙다 하셨

우리 강아지 밥 잘 먹고 다니라 하셨

웃는 내 눈에서도

별이 글썽글썽하네



우릴 위해 평생 요리해 주신 할머니는

하늘나라에서도

멋진 요리 스타가 되셨어

매일 밤 할머니의 아궁이에선

그리움이 모락모락 피어를 거야









돌아가신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손주의 마음을 표현한 시이다.

그 내용의 전개 방식에서는 올 들어 가장 핫했던 예능 '흑백요리사'를 오마주해 보았다.

흑팀, 백팀으로 나누어 한 라운드씩 진출자를 가려내고, 최후의 승자를 뽑는 서바이벌 요리 대결 프로그램이다. 살짝 박진감 있는 시가 된 것 같다.


할머니들의 손주 사랑은 음식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떠도는 유머를 보면 재밌다. 할머니가 근육질의 손자를 보고 너무 야위었다고 걱정한다. 숟가락만 먹고 가라며 고봉밥에 진수성찬을 차려 오신다. 할머니에게 맡긴 볼이 터질 빵빵해진 얼굴이 sns에 올라오기도 한다. 이렇듯 할머니의 사랑은 손주에게 양식을 배불리 먹이는 행위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별을 소재로 하는 이야깃거리는 무궁무진하다. 우주란 그만큼 신비와 환상이 가득한 공간이기 때문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좋은 공간이다. 별을 노래하는 시는 아름답다. 잘 쓰든 못 쓰든 간에 생각의 여지가 많은 글이 된다.

중학교 교과서에 나온 오세영 시인의 '유성'이란 시를 소개해 본다. 이 시를 읽고 별에 대한 시가 쓰고 싶었다.


밤하늘은

별들의 운동장

오늘따라 별들 부산하게 바자닌다*

운동회를 벌였나

아득히 들리는 함성,

먼 곳에서 아슴푸레 빈 우레 소리 들리더니

빗나간 야구공 하나

쨍그랑

유리창을 깨고

또르르 지구로 떨어져 구른다.


밤하늘을 운동장에 비유하고, 별똥별인 유성을 야구공에 비유하여

밤하늘에 유성이 쏟아지는 광경을 야구공이 유리를 깨고 운동장으로 떨어지는 모습으로 빗댄 표현이 큰 공감과 웃음을 준다.





*마리네이드 - 양념장. 또는 양념장으로 재우는 일.

*이븐 하다 - 모든 부분이 균일하게 익어 맛과 식감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상태이다.

*바자니다 - '바장이다'의 옛말. 부질없이 짧은 거리를 오락가락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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