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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요리 스타

by 고운로 그 아이


우리 할머니는

하늘나라에서도 소문난 요리사야

할머니의 유일한 요리 도구는

별을 박아 반짝이는 북두칠성

국자를 닮아 제일 좋아하시던 별자리지



오늘은 하늘 요리사들의 요리 대회가 열리는 날

별 단추 예쁘게 채우며

내 마음도 달려가고 있어



밤하늘 빼곡한 별들은

싱싱한 요리 재료들

쉿! 대회가 시작 됐대



물고기자리에서 그물에 잡힌 물고기

마차부가 실어 이랴이랴 달려가네

게자리에서 잡은 꽃게 꽉 움켜쥐고

독수리는 성간을 날렵하게 비행하지



재료를 건네받은 할머니

요술 부리듯 북두칠성 휘돌리며

생선찜과 꽃게탕을 시작하셨어

이마에 송송 맺힌 별 같은 땀방울



톡톡 또로롱 또로롱

별이 맛있게 익어가는 소리

촤아 촤르르 촤르르

불맛 나는 별빛 마리네이드*

은하수 듬뿍 떠 작은 별 동동 띄우면

턱이 얼얼 얼어붙는 할머니표 식혜



하늘나라 외뿔소 내려와

나를 태우고 올라왔네

우리 할머니 수프 한 국자 떠서

내 입에 넣어 주셨

별 하나 굴러 다니다 톡 터지는 그 맛

이븐하게* 잘 익은 한 덩이의 별무리



모두가 숨죽여 날 보고 있어

'......'

나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엄지를 치켜세웠어



별들의 눈물이 쏟아지네

들썩들썩 축제가 벌어지네

별 숫자만큼이나 이어지는

끝없는 기립박수

할머니 나를 끌어안고 고맙다 하셨

우리 강아지 밥 잘 먹고 다니라 하셨

웃는 내 눈에서도

별이 글썽글썽하네



우릴 위해 평생 요리해 주신 할머니는

하늘나라에서도

멋진 요리 스타가 되셨어

매일 밤 할머니의 아궁이에선

그리움이 모락모락 피어를 거야









돌아가신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손주의 마음을 표현한 시이다.

그 내용의 전개 방식에서는 올 들어 가장 핫했던 예능 '흑백요리사'를 오마주해 보았다.

흑팀, 백팀으로 나누어 한 라운드씩 진출자를 가려내고, 최후의 승자를 뽑는 서바이벌 요리 대결 프로그램이다. 살짝 박진감 있는 시가 된 것 같다.


할머니들의 손주 사랑은 음식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떠도는 유머를 보면 재밌다. 할머니가 근육질의 손자를 보고 너무 야위었다고 걱정한다. 밥 한 숟가락만 먹고 가라며 고봉밥에 진수성찬을 차려 오신다. 할머니에게 맡긴 후 볼이 터질 듯 빵빵해진 얼굴이 sns에 올라오기도 한다. 이렇듯 할머니의 사랑은 손주에게 양식을 배불리 먹이는 행위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별을 소재로 하는 이야깃거리는 무궁무진하다. 우주란 그만큼 신비와 환상이 가득한 공간이기 때문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좋은 공간이다. 별을 노래하는 시는 아름답다. 잘 쓰든 못 쓰든 간에 생각의 여지가 많은 글이 된다.

중학교 교과서에 나온 오세영 시인의 '유성'이란 시를 소개해 본다. 이 시를 읽고 별에 대한 시가 쓰고 싶었다.


밤하늘은

별들의 운동장

오늘따라 별들 부산하게 바자닌다*

운동회를 벌였나

아득히 들리는 함성,

먼 곳에서 아슴푸레 빈 우레 소리 들리더니

빗나간 야구공 하나

쨍그랑

유리창을 깨고

또르르 지구로 떨어져 구른다.


밤하늘을 운동장에 비유하고, 별똥별인 유성을 야구공에 비유하여

밤하늘에 유성이 쏟아지는 광경을 야구공이 유리를 깨고 운동장으로 떨어지는 모습으로 빗댄 표현이 큰 공감과 웃음을 준다.





*마리네이드 - 양념장. 또는 양념장으로 재우는 일.

*이븐 하다 - 모든 부분이 균일하게 익어 맛과 식감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상태이다.

*바자니다 - '바장이다'의 옛말. 부질없이 짧은 거리를 오락가락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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