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bie or not to be
우리는 자주 근거 없는 믿음으로 쓸데없는 곳에 돈을 지출한다.
대표적으로는 주식, 로또 등이 있다. 내가 여러분의 그런 류의 지출을 막아줄 순 없지만, 어쩌면 오늘 나는 여러분의 소중한 만원을 세이브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초보운전자들의 쇼핑 목록 1번은 무엇일까?
차가 없다면 당연히 자동차 겠지만 차가 있다는 가정 하라면, 아마도 그것은 <초보운전 스티커>가 될 것이다.
소나타를 누구나 타는 유구한 세월 동안 A4지에 써넣은 <초보> 두 글자는 그동안 많은 변화와 발전을 겪어왔다. 웃음 혹은 분노를 유발하는 다양한 종류의 스티커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요즘, 나는 초보운전 스티커야 말로 정말 쓸모없는 아이템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
누구나 한 번쯤 귀신을 쫓아주는 부적처럼 스티커가 다른 운전자의 위협으로부터 나를 지켜줄 거라고 믿는다.
안타깝게도 "저 오늘 첫 주행이에요!"라고 말하는 걸 듣고 "아 그러시구나~ 고생 많으시네요!"하고 지나갈 보살 같은 운전자는 거의 없다. (시간 여유가 넘치는 한량 운전자를 자처하는 나 역시 별로 그럴 맘이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크락션(=경적)으로 방귀깨나 뀌어본 운전자'에게 초보운전 스티커는 어떻게 다가올까?
일단 다가오지 않는다. 야광이 됐던 캐릭터가 됐건 뭐가 색다르건 간에.
나름에 재치와 차별성을 두면 어떨까?
예를 들어 "R아서 P해라." 나 "차라리 말이나 탈걸"와 같은 스티커를 붙인다면?
정신 차리자. 당신은 지금 운전하려 도로에 나왔지 웃기려고 나온 게 아니다.
그러니까 쫄보 초보를 위한 나라는 저 세상에서나 찾는게 옳다. 실전에선 양보가 계속되면 호구인 줄 알고 이차, 저차, 앞차, 뒤차가 끼어들기, 추월하기 를 시전 하며 매운맛을 보여줄게 확실하다.
교차로 진입하다 말고 갑자기 왜 이런 얘기 하는가 하면, 신호가 없는 교차로는 타이밍을 놓치면 이. 저. 앞. 뒤로 호구 잡히기 딱 좋은 지점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아내가 평생 동안 경험했던 (대표적인)운전자는 장인과 나 두 사람이었는데, 장인은 두 딸을 가진 여자만 셋인 집안의 모범적인 가장이었고, 나는 자칭 방달(방어운전의 달인)이자 TTFD(trash talking free driver)였기에 아내는 평생 단 한 번도 평범한 운전자를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날의 호구 당첨 수령자는 바로 내 아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