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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핥hart Sep 01. 2017

04. 초보를 위한 나라는 없다.

Newbie or not to be



우리는 자주 근거 없는 믿음으로 쓸데없는 곳에 돈을 지출한다.

대표적으로는 주식, 로또 등이 있다. 내가 여러분의 그런 류의 지출을 막아줄 순 없지만, 어쩌면 오늘 나는 여러분의 소중한 만원을 세이브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텐션 플리즈~~!


초보운전자들의 쇼핑 목록 1번은 무엇일까?

차가 없다면 당연히 자동차 겠지만 차가 있다는 가정 하라면, 아마도 그것은 <초보운전 스티커>가 될 것이다.

소나타를 누구나 타는 유구한 세월 동안 A4지에 써넣은 <초보> 두 글자는 그동안 많은 변화와 발전을 겪어왔다. 웃음 혹은 분노를 유발하는 다양한 종류의 스티커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요즘, 나는 초보운전 스티커야 말로 정말 쓸모없는 아이템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


누구나 한 번쯤 귀신을 쫓아주는 부적처럼 스티커가 다른 운전자의 위협으로부터 나를 지켜줄 거라고 믿는다.

안타깝게도 "저 오늘 첫 주행이에요!"라고 말하는 걸 듣고 "아 그러시구나~ 고생 많으시네요!"하고 지나갈 보살 같은 운전자는 거의 없다. (시간 여유가 넘치는 한량 운전자를 자처하는 나 역시 별로 그럴 맘이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크락션(=경적)으로 방귀깨나 뀌어본 운전자'에게 초보운전 스티커는 어떻게 다가올까?

일단 다가오지 않는다. 야광이 됐던 캐릭터가 됐건 뭐가 색다르건 간에.

나름에 재치와 차별성을 두면 어떨까?

예를 들어 "R아서 P해라." 나 "차라리 말이나 탈걸"와 같은 스티커를 붙인다면?

정신 차리자. 당신은 지금 운전하려 도로에 나왔지 웃기려고 나온 게 아니다.

 

진짜 경각심을 심어주고 싶다면 이정도는...


대한민국 땅위엔(적어도 서울엔) 초보를 위한 양보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쫄보 초보를 위한 나라는 저 세상에서나 찾는게 옳다. 실전에선 양보가 계속되면 호구인 줄 알고 이차, 저차, 앞차, 뒤차가 끼어들기, 추월하기 를 시전 하며 매운맛을 보여줄게 확실하다.


교차로 진입하다 말고 갑자기 왜 이런 얘기 하는가 하면, 신호가 없는 교차로는 타이밍을 놓치면 이. 저. 앞. 뒤로 호구 잡히기 딱 좋은 지점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아내가 평생 동안 경험했던 (대표적인)운전자는 장인과 나 두 사람이었는데, 장인은 두 딸을 가진 여자만 셋인 집안의 모범적인 가장이었고, 나는 자칭 방달(방어운전의 달인)이자 TTFD(trash talking free driver)였기에 아내는 평생 단 한 번도 평범한 운전자를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날의 호구 당첨 수령자는 바로 내 아내였다.


여보 곧 알게될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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