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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bina Nov 01. 2020

아버지의 축복

글쓰는 삶

     

몇 해 전에 일주일에 한 번씩 명상 모임에 나갔던 때가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내가 명상하러 가는 화요일이면 아침에 문자를 보내셨습니다. 좋은 글을 써라. 우리 딸을 믿는다. 넓은 세상에 꿈을 펼치라는 응원과 축복의 말씀이었습니다. 50살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이 먹은 딸도 아버지에게는 아직 청년입니다.    

언젠가는 사라질 엄마의 마음에 대해 명상해보라는 식의 명상 주제를 보내 주시기도 했습니다. 어떤 날은 새벽 5시에 문자가 와 있었습니다

.      

몇 권의 실용서적을 내고 품팔이하듯 대필을 하고 별로 유명하지 않은 매체에 장당 만원이 안 되는 원고를 쓰면서 10년을 창작의 언저리에서 보냈습니다. 이런 나에게  꿈을 펼치라는 아버지의 말은 든든한 뒷배이고 가슴 뭉클한 응원이었습니다. 처자식 먹여 살리려고 자신의 꿈은 묻고 살아오신 아버지의 아쉬움이기도 했습니다. 나는 아버지의 문자를 보며 고마워서 때론 마음이 아파서 울었습니다. 


어린 시절 기억에 아주 인상적인 아버지의 모습이 있습니다. 초등학생이었는데 언제인지는 정확히 않습니다. 아버지가 엄마에게 소쩍새 울음으로 계절의 변화를 표현 한 당신의 시를 읽어 주셨습니다. 그 날이 어린 나는 알 수 없는 두 분에게는 특별한 날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자작시를 읽어 주시는 아버지는 쑥스럽지만 꽤 기뻐 보였습니다. 


아버지가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부질없는 상상을 해봅니다.      

자수성가하신 아버지는 성실하고 원칙적이고 말씀이 많지 않으셨습니다. 그런 아버지에게 인생에 대해 자신의 삶에 대해 표현하고 싶으신 문학적 낭만과 감수성이 많았다는 걸 딸인 나는 느낄 수 있습니다. 

아버지는 책과 영화를 좋아하십니다. 나도 그렇습니다. 언젠가는 ‘네가 날 닮았구나. 글을 쓰고 글로 이름을 알려보고 싶은 꿈이 있구나. 너는 이 아버지보다 끈기가 있으니 열심히 노력하고 연습하라’는 당부를 하시기도 했습니다.      


나는 아버지의 삶을 다 알지 못합니다. 미루어 짐작할 뿐입니다. 아버지가 가슴에 품었던 실현되지 않은 꿈, 그것은 시인이 되고 싶은 것이라는 내 멋대로의 추측을 합니다.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의 몫까지 글을 써야지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내가 유명한 작가가 되었다면 더 좋아하셨겠지만 그래도 계속 글을 쓰는 사람으로 행복한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는 것은 다행입니다.  

     

자신을 활짝 꽃 피워 아쉬움 없는 행복한 삶을 사는 것, 그것이 부모님께 드리는 효도의 선물이며 내 딸과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유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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