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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bina Nov 01. 2020

직면하기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켜고 책상에 앉습니다. 

깜박이는 커서를 보며 유혹에 빠집니다. 

커피 마시자~  

커피를 마시며 자주 가는 포털에 들어가 세상 소식 이것저것을 기웃거립니다. 시간이 훌쩍 가버립니다. 

나는 유혹에 약합니다.      


드물게 글이 잘 써집니다. 꽤 썼겠지 하고 시계를 보면 글 쓴 지 30분 정도 됩니다. 기지개를 켜고 점심으로 뭘 먹을지 생각합니다. 김밥? 만두? 맛있는 집이 어디더라? 아니 집에 먹을 거 많은 데? 

나는 집중력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습니다.      


한 주의 시작 월요일. 남편은 출근하고 아침 설거지만 대충 하고 글을 쓰려고 작은 내 방에 들어갑니다. 갑자기 등산 다녀와 늘어난 남편의 빨랫감, 주말에 청소하지 않아 눅눅한 욕실이 떠오릅니다. 생협에서 예약한 물품이 왔으니 매장으로 찾으러 오라는 문자가 옵니다. 오늘은 분리수거하는 날. 딸아이가 강아지 하루만 데리고 자 달라는 문자를 보냅니다. 오늘은 집안일에 이거 저거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아 글은 언제 쓰지?

이 모두는 내 삶의 한 부분입니다.      


유명 작가가 새 책을 냈습니다. 온라인 서점에서 미리 예약 판매한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좋겠다. 부러움이 확 밀려옵니다.  

나는 무명작가입니다. 그렇지만 엄감생심 유명 작가에게 질투심을 느낍니다.  

    

책상에 평소보다 좀 오래 앉아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온라인으로 장도 봤습니다. 눈이 침침하고 어깨랑 목도 뻐근합니다. 가까이의 작은 글씨를 보려면 실눈을 떠야 합니다. 쉽게 피곤해집니다. 늦게까지 깨어 있기가 힘듭니다. 기억력이 예전만 못합니다.

나는 더 이상 젊지 않습니다.      


망설임이 많아졌습니다. 뭔가를 첨 시도하기에는 좀 늦은 것 같고 또 포기하기에는 너무 젊은것 같습니다. 나이 따위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느끼다가 지인이 세상을 떠나거나 부모님 상을 당한 친구들을 보면 살아온 만큼 더 살 수 있을까 싶습니다. 

     

조바심 좌절감 두려움으로 마음이 어지럽습니다. 그냥 그런 날이 종종 있습니다. 

내 마음은 평온했다 요동치다 그렇습니다. 기분이 맑았다 흐렸다 변덕스럽습니다.

만사가 희망적이었다가 또 어느 날은 엄청난 비관주의자가 됩니다.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이런 내가 글을 씁니다. 


한 줄 쓰고 딴 볼 일 보는 시간이 많습니다. 

그래도 한 줄이라도 쓰고 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어쩌다 글이 잘 써지면 세상이 다 내 것인 것 마냥 뿌듯합니다.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이런 내가 글을 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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