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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bina Nov 04. 2022

100일 글쓰기를 시작하다

출발

세상살이가 어렵다. 지구가 많이 아프다. 참혹하고 비인간적인 사건 사고들이 너무 자주 일어난다. 사람들이 슬퍼하고 분노한다. 지금 작은 내 방구석에 앉아 좌판을 두드리고 있는 나의 일상은 평온하다. 하지만 나도 아무렇지가 않다. 문득 우울하고 답답하고 불안하고 두렵고 의욕이 없다. 이 모두가 내 탓도 세상 탓만도 아니란 걸 안다. 나는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이 50 넘어 질문한다. 내 미약한 힘으로만은 세상을 바꿀 수도 없다.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는 곳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라도 우선 나부터 온존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개인이 되기로 했다.     

    


나에 대해 생각해 본다.

혼자 있기가 제일 편한 그러나 소소한 일상을 함께 나눌 친구는 꼭 필요한 나. 혼자 있다가 불현듯 사람이 그리운 나. 여럿이 함께 있지만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은 느끼는 나. 가족들의 관심과 배려가 종종 부담스럽지만 그들의 안위와 행복이 삶의 가장 큰 바람인 나.      


고맙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나. 가까운 사람들은 다 눈치채고 있는, 혼자만 비밀이라 굳게 믿고 있는 내면에 은밀한 스토리가 많은 나. 외로움보다는 쓸쓸함을 자주 느끼는 나. 부탁은 잘못하고 남들의 부탁은 거절하기 힘든 나. 다신 얼굴 보지 말자 생각했던 사람의 한 줄 사과문에 상대가 내게 주었던 상처가 용서되는 나. 집 떠나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다 한참은 방구석 집순이로 지내길 좋아하는 나.      


술보다 커피, 밥보다는 빵, 지하철보다 버스, 등산보다 산책이 좋은 나. 사람과 세상에 관심이 많은 개인주의자. 외부 세상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내면 깊은 곳에 반석 같이 단단한 나만의 것이 있는 나. 모든 사람들이 차별 없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이상적 공동체를 꿈꾸는 몽상가. 인간의 무지함을 알지만 인간이 선하다고 믿고 싶은 휴머니스트. 돈쓰기를 좋아하는 물질 주의자이자. 세상사에 의심은 많지만 신을 향한 사랑에는 변함이 없는 헌신자.      


이런 나를 위해 나의 작은 행복과 평화를 위해 난 뭔 할 수 있을까?

글쓰기. 글쓰기라고 쓰고 떠오르는 단어를 이어간다. 

글감, 아이디어, 성취감, 번거로움, 귀찮음, 재능, 뿌듯함, 보람, 자뻑, 창조성, 자존감, 즐거움 명료해짐, 지금 여기 있음, 자부심, 규칙적인, 시작이 어려운, 미루기, 인생의 과제, 남들의 인정, 안정감, 기쁨, 노후대책, 세상에 기여, 공감, 성찰, 감정의 드라마, 성공, 경제적 자립, 습관     

 

지난 삶을 돌아보면 글쓰기는 번거롭고 귀찮지만 내가 가장 나답게 안정감 있고 평화롭고 만족스럽게 현실에 발 딛고 있는 건강한 개인으로 살아가게 동기부여해주는 일이다.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지구 구성원인 나. 나의 작은 평화와 행복을 위해 그리고 행복한 개인, 건강한 개인, 나 sabina가 세상의 불행을 희석하는 데 아주 티끌 같은 보탬이 되길 바라며 100일 글쓰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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