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심한 아주 소심한
약속 시간에 연락도 없이 상습적으로 늦는 친구. 요일을 헷갈렸다며 바람 맞히기.
후배라고 만나기만 하면 은근히 뭐든 부려 먹는 얄미운 학교 선배. 동문 모임 술자리, 찾기 힘들 곳에 신발 숨기기.
뭐 먹고 싶냐고 물으면 항상 너희들 좋아하는 거 아무거나 상관없다며 손사래 치는 엄마. 결국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게끔 자식들 조종하는 노인네. 남의 살 좋아하는 엄마 데리고 채식 레스토랑 가서 내 입맛대로 풀 코스 정식 주문하기.
1/N 하는 모임에서는 자기 좋아하는 비싼 음식 주문하고, 더치페이하는 모임에서는 저렴한 거 시키고 친구들 거 한 입씩 뺏어 먹는 친구. 단둘이 만나 비싼 거 시켜 먹고 카드 깜빡했다며 혼자 돈 내게 바가지 씌우기.
자기 좋아하는 음식은 절대로 상대에게 권유하지 않고 혼자 다 먹는 남편. 두고 먹으려고 냉장고에 넣어 둔 10호짜리 치즈 케이크. 친구 불러서 싹 먹어버리기.
큰맘 먹고 선물해 준 화장품을 나 모르게 내가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다른 친구에게 줘 버린 절친. 그 친구만 빠진 단체 사진으로 카톡 프사 바꾸기.
자기 아쉬울 때만 전화하는 친구. 바쁘다는 이유 대며 매번 늦게 전화받거나 아예 안 받기.
자기 경조사는 꼬박꼬박 연락하고 남의 경조사는 안 챙기는 친구. 딸내미 결혼 시킨다길래 남편까지 대동하고 가서 5만 원 축의금 내고 밥 먹고 오기.
나 없는 곳에서 험담하고 다니는 친구. 연락처에 쓰레기통으로 이름 저장하기
and so on......
억울해도 면 전에서 싫은 소리 못하고 항의 못하는 소심한 내 인생. 나만의 다양한 방식으로 되갚아 주긴 했다. 하지만 상대에겐 타격감이 거의 없을 때가 많다. 잠시 통쾌함에 혼자 쾌재를 불렀을 뿐 상대도 나도 변한 건 별로 없다.
관계를 정리하거나 그럴 수 없는 사이라면 용기를 쥐어 짜내서라도 나의 속마음을 진솔하게 말하기. 내 인생의 남은 숙제 중 하나. 용기를 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