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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까자까 Nov 03. 2022

어서 와 외국에서 일은 처음이지?

배수의 진


오후 3시 면접


무조건 여긴 붙어야 한다. 

이제 수중에 남은 돈은 100불도 채 안되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도착한 나는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오픈 준비 중인지 다들 부산하게 청소를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3시에 면접 보기로 한 ooo입니다~"


마음속으론 엄청 떨렸지만 내가 낼 수 있는 최대의 밝은 표정으로 인사했다. 주방에서 덩치가 좋은 남자가 나오더니 나를 자리로 안내했다. 사장이라는 짧은 소개를 하고 가볍게 대화를 나눈 후 면접이 시작되었다. 멜버른에는 언제 왔는지, 한국에서는 무엇을 했는지, 얼마나 머물 생각인지, 아르바이트 경험은 있는지 등등의 질문이었다. 모든 질문엔 막힘이 없었다. 대화는 자연스러웠고 화기애애했다. 마지막 질문이 있기 전 까지는.


"영어는 좀 하세요?"


아.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질문을 받는 그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쫌 한다고 할까? 배우고 있다고 할까? 아니야. 그냥 솔직해 지기로 했다.

"아니요. 정말 못해요. 하지만 빨리 배우는 편이에요. 센스가 좋아서 일도 금방 배우고요. 친화력도 좋아서 사람들이랑 금세 친해질걸요?"

사장님의 표정에 변화가 없다. 고뇌하는 얼굴이었다.


"일단 일주일만 저를 써 보시고 마음에 들지 않으시다면 자르세요. 페이는 받지 않을게요."




배수의 진을 쳤다.




내가 쓸 수 있는 최후의 전략이었다.

사장님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리고 나는 합격되었다. 마지막 말에서 나의 패기가 마음에 들었다고 조금 친해지고 난 뒤에야 말해 주었다.


"그럼 다음 주 월요일부터 나올 수 있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파란 멜버른의 하늘이 더없이 아름다워 보였다.

그날 저녁은 맛없는 VB 캔맥주 말고, 하이네켄 병맥주를 사 먹었다. 안주는 한인마트에서 산 아껴두었던 냉동 고향만두를 전부 구워 먹었다.







시급 7불.

페이는 주급으로.

나의 첫 외국에서의 일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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