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을 위해 조금 일찍 출근 한 날이면 사장님과 주방 이모들이 소고기 덩어리들을 홀 구석 테이블에서 손질하고 계셨다. 여러 부위의 소고기를 자르고, 다듬고, 정리를 했다. 그렇게 정리하고 남은 부스러기 소고기들은 그날 점심 혹은 저녁 직원 식탁 국으로 올라왔다. 비록 정리하고 남은 부스러기 고기였지만 국맛은 훌륭했다. 국밥을 좋아하는 나는 밥 한 공기를 탁 말아서 휘휘 저어 배추김치를 하나 올리고 후룩후룩 한 그릇을 뚝딱했다. 그럼 사장님은 더 먹으라며 국을 떠다 주었다.
화로구이엔 사장님이 두 분 계신다. 가게 운영을 책임지는 아들 사장과 주방과 음식을 담당하는 엄마 사장님이 계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쏙 닮은 사장님은 항상 헤어는 단정하고, 화장은 곱게 하고, 옷은 늘 깔끔했다. 무엇보다 언제나 교양 있는 말투와 차분한 음성은 참 배우고 싶은 부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무관한 사람이다. 그저 외모가 닮았을 뿐.
40도까지 올라가던 어느 무더운 여름의 멜버른이었다.
여 사장님께서 홀로 고기를 손질하고 계셨는데, 마침 나는 조금 일찍 도착한 날이라 별로 할 일이 없었다. 날도 덥고 그래서 얼음을 넣은 시원한 믹스커피 한잔을 타서 사장님께 드렸는데 활짝 웃으며 참 좋아하셨다. 여기 일하는 사람들 중에 부탁하기 전에 먼저 음료를 챙겨다 준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기 손질을 도와 드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장님은
"여자는 항상 가꾸어야 해.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 거니깐. 항상 예쁘게 하고 있어야 해~ ^^"
미소 지으며 나에게 말해주었다. 원래도 치장하는 걸 좋아했지만, 이날 이후 나는 어딜 가나 더 열심히 꾸미고 다녔다. 객지에서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못생긴 몰골로 신문기사에 실리고 싶진 않았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