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mall kite Jan 29. 2023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어쩌다 여름 무비토크 #1

어쩌다 여름에 태어난 세 친구가 같은 걸 보고 다르게 느낀 생각들을 적습니다.

우리는 사방으로 튀는 대화를 즐기며, 마지막엔 늘 철학적 질문으로 끝납니다.


Q1. 영화 속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 단연코 율리에가 시간을 멈추는 장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이유가 되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상황만 놓고보면 환승을 하는 장면인데, 참 아름답게 보여졌다. 특히 오슬로라는 배경이.

- 제일 좋았던 장은 4장과 5장인데, 4장은 아빠로부터 받은 무관심에 대한 상처를 악셀이 보듬어 준다. "너만의 가족을 만들어"라는 악셀의 말이 따뜻했고, 5장은 그 둘이 갈라서는 장면이라 더 기억에 남는다.

- 5장에서 둘은 각자 원하는게 다른 단계에서 만났으며, 둘이 왜 다른지, 왜 갈라설 수 밖에 없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 율리에는 "  삶의 구경꾼, 조연인 기분"이라고 말한다.  와중에 율리에는 기분에 대해 말하는데, 악셀은 계속 상황을 정의내리려고 한다.

- 악셀이 병실에서 상상으로 드럼을 치는 장면도 뇌리에 깊게 남는다. 감독이 음악을 참 잘쓴다는 느낌을 받았고, 관객을 순간적으로 몰입시키는 능력이 대단한 것 같다.


Q2.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이 인생의 다음 챕터로 간주되거나 혹은 성숙함의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아이를 낳거나, 안낳거나 하는 선택은 방향의 차이인거지, 일직선에 놓여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를 안낳는 선택을 함으로써 만들어갈 수 있는 인생이 또 있다. 그게 그 사람만의 다음 챕터인거고.

- 물론 아이를 낳으면 부모님을 더 이해할 수 있다.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 성숙함의 지표가 된다면,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경험은 한 인간이 성숙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Q3. 무언가를 선택할 때 포기하시나요, 아니면 지키려고 하시나요?

※ 사적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답변이므로 이 부분은 패스합니다.


Q4. 영화 제목으로도 짐작 가능하듯 율리에의 모습은 그렇게 살갑게 다가오진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바닥을 보인 적, 최악이 된 적이 있나요?

※ 사적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답변이므로 이 부분은 패스합니다.


Q5. 영화에서는 율리에와 에이빈드가 각자 연인이 있는 상태에서 서로에게 느끼는 강렬한 느낌을 담배 연기를 통해 표현했습니다. 이와 같이 끌림의 형태를 인상깊게 표현한,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으신가요?

- 캐롤


Q6. 라디오 프로에서 인터뷰어는 '밥캣'이라는 만화가 얼마나 성차별적인지에 대해 악셀을 비난하고 악셀은 자신의 작품을 옹호합니다. 예술이 다루는 소재나, 표현의 한계 설정이 필요할까요? 콘텐츠의 PC 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기분 나쁜 사람이 있다고 예술을 멈춰야 하는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예술에 규정과 한계 설정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틀에 가두기 시작하면, 세상에 창작할 것은 그리 많이 남지 않을 것 같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계 설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불편한 것들은 암암리에 퍼지기 마련인데, 사회는 다수보다 소수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그럼 그 설정의 기준은 무엇인가? 그 기준은 과연 정당하고, 적절한가? 그것도 결국 주관성이 아닌가? 불편한 것들을 검열하기 시작하면, 사회에 경각심을 어떻게 줄 수 있나.

- 그걸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예술이고, 예술가의 역량이다.


Q7. 율리에가 다음에 만나게 될 남자는 어떤 사람일까요?

- 개인적으로는 인생의 시간대가 같은 남자를 만났으면 좋겠다. 악셀도 에이빈드도 율리에와 시간대가 같지 않았다. 이제는 같은 사람을 만나 안정적인 연애를 했으면 좋겠다.


Q8. 지금까지 좋았던 일들과 앞으로 좋을 일들 중 무엇이 더 많을까요? 실제로 지금보다 좋은 것들이 과거에 더 많았을까요? 혹은 우리가 그 시절이었기 때문에 특별하게 느낀 것일까요?

- 바람은 지난 뒤에야 느껴진다는 말이 있다. 과거가 되니까 비로소 좋았던 것이라고 느끼는 거 아닐까?


Q9. 사랑은 사람을 성장시키는가? 무엇이 사람을 성장시키는가?

- 책이 날 더 성장시킨다. 아직 사랑은 나에게는 성장보다는 충족의 느낌이 더 강하다.

- 성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의 관점에 따라 답변이 바뀔 것 같다. 나는 사랑을 통해 나를 더 잘 알게 된다. 나를 더 잘 알게 되면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선명해진다. 즉 나를 더 잘 알게 되면 내가 더 잘 살 수 있게 된다. 그게 나는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나는 사랑이 날 성장시킨다.

- 보다 근본적으로 들어가면, 인생에 성장이라는 게 있을까? 내가 성장했다고 느끼는 감정도 어쩌면 거짓아닐까? 그냥 그 시기와 환경에 맞춰 내가 변한 것 뿐인데, 그걸 성장했다고 느끼는 것 아닐까? 그리고 굳이 성장을 해야할까? 그냥 사는거지 뭐.

작가의 이전글 대도시의 사랑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